이인영 “누가 더 미래 지향적인지 국민은 알 것”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8 15:00
  • 호수 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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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꽉 막힌 정국 해법, 여야 원내 사령탑에 듣는다
[인터뷰]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누구도 검찰에게 대의권력을 주지 않았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586세대(50대, 80년대 학번, 1960년대생) 선두주자다. 최초의 단일화된 전국 대학생 조직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 의장을 맡아서 그런지 시작점부터가 남달랐다. 

이 의원은 올해로 현실정치에 입문한 지 20주년을 맞는다. 정치적 스승인 고(故) 김근태 의원의 추천으로 1999년 말 새천년민주당 창당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정치를 시작한 이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 때 원내로 들어왔다. 

18대 총선에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뉴타운 바람이 서울 전역을 휩쓸면서 낙선했지만, 원외인사임에도 2010년 민주당, 2012년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 출마, 최고위원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2010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의원은 ‘선배 세대로부터의 하청 정치 종식’을 강조해 세대정치를 바라는 당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그리고 그 여세는 2012년으로 이어졌다.

ⓒ 시사저널 박정훈
ⓒ 시사저널 박정훈

초대 전대협 의장 출신 586세대 선두주자

19대와 20대 총선에 내리 당선되면서 강력한 당권주자 반열에 올랐지만, 이후 행보는 당직과는 거리가 멀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서 탈락하면서 정치적으로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올 5월 원내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을 때 당내 학생운동 출신 의원들 사이에선 “이번마저 (원내대표 선거에서) 낙선하면 ‘정치인 이인영’이 입는 내상은 크다. 이렇게 아깝게 ‘이인영’이라는 당의 소중한 자산을 버릴 것인가”라는 기류가 퍼지면서 당권파의 지지를 얻은 김태년 의원을 누르고 20대 국회 마지막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학생운동 출신이라서 그런지 이 원내대표의 이미지는 강성으로 통한다. 정치적 소신도 비교적 뚜렷하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도 이 원내대표는 원칙론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협상 스타일은 과거에 비해 사뭇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사저널은 이 원내대표를 10월8일 여의도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만나 조국 사태 등 정국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대담 이후인 14일 조국 법무장관이 사퇴해 관련 질의가 추가로 진행됐다.

시사저널이 올해로 창간 30주년이 됐다. 

“1989년 전민련(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에 있을 때 좋은 주간지 하나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한 적은 없다.”

‘조국 정국’이 이렇게 오래갔던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조국 전 장관 주변의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이렇게 된 거다. 내면적으로는 자유한국당의 정략, 검찰 내부의 개혁에 대한 부정 내지는 정치검찰로의 복귀가 뒤섞이면서 이렇게 됐다. 검찰 내부에서 개혁을 부정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됐다. 그런 것들이 서초동으로 수많은 촛불을 모이게 했으며 검찰 개혁의 시간을 앞당기게 했다. 자유한국당은 낮은 지지율, 민심 이반으로 인한 지지기반 붕괴를 조국이라는 하나의 타깃을 통해 모면하려 했다.”

보수진영의 광화문 집회는 어떻게 봐야 할까.

“정당의 의도된 집회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인한 집회는 엄연히 다르다. 어떤 것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겠지만 난 자율과 연대에 의한 참여의 가치가 강제와 동원에 의한 가치보다 장기적으로 더 우월할 거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국론 분열에 대한 인식이 안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론 분열에 대해 정치권이 개탄스러워하는 것은 무책임한 말이다. 대통령의 말은 의회민주주의, 혹은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직접민주주의의 표출, 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폄하할 건 아니다. 오히려 정치인은 대통령의 말을 놓고 물고 늘어지는 것이 아니라 광장에서 일어나는 직접민주주의 요구를 의회가 어떻게 발현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조국 장관 사퇴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조국 장관은 검찰 개혁을 가속화하고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퇴를 결단했다. 35일의 짧은 재임기간에도 조 장관은 돌이킬 수 없는 검찰 개혁의 이정표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혼신의 열정을 쏟은 역할은 분명 불쏘시개 그 이상이었다. 우리에겐 검찰 개혁을 완수해야 할 책임이 주어졌다.”

처음부터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런 성향의 검사인 걸 몰랐느냐는 이야기도 있다.

“처음부터 확실하게 말한 건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검찰의 개혁은 검찰 스스로가 할 수 없으니 수용하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최근 불거진 검찰의 정치는 어떤 형태로든 안 된다고 분명히 못 박았다. 그건 윤 총장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검찰의 자체 개혁안은 어떤가.

“검찰은 쪼개기 식으로 개혁안을 내놓을 게 아니라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것을 내놓고 국민에게 약속해야 한다.”

검찰은 개혁에 반대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검찰 개혁안에 진정성이 담기려면 어떤 것이 들어가야 할까.

“우린 크게 네 방향으로 이야기한다. 비대해진 검찰 조직의 정상화 및 기능전환, 검찰 조직 내부에서의 투명성 확보, 검찰권 행사에서 공정성·적정성을 확보하는 것, 또 수사 과정에서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형태로든 검찰이 정치해선 안 된다. 누구도 검찰한테 시험지 권력 외에 대의권력을 부여하지 않았다.”

민주당 지지도가 많이 떨어졌다.

“조 전 장관을 보며 많은 사람이 비판적으로 돌아선 것에 대해선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개혁을 중단하거나 개혁의 정당성을 비난할 순 없다.”

586세대의 기득권화에 대해 논란이 많다.

“완전히 기득권화됐다는 것에 대해 마음 한편에서 흔쾌히 동의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를 그렇게 보고 있다면 거부할 게 아니라 비판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EU(유럽연합)에서 시작한 ‘유스개런티’(Youth Guarantee·유럽연합에서 18~24세 실업자와 비경제활동 인구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시행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를 주목한다. 의식주(衣食住)가 아니라, 교육·직업·주거로서 청년 생활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최소한의 신뢰를 회복하고 그런 과정에서 우리의 책임을 다하며 그 책임을 제대로 지지 못한다고 평가되면 언제든지 자리를 내주고 물러날 수 있어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는 이제야 비로소 우리 사회를 책임지는 위치에 왔다.”

내년 총선의 목표는 뭔가.

“과반수가 목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은 촛불혁명의 완성 아니겠는가. 총선에서 과반수를 만든다는 건 정치적 승패를 넘어서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우리 사회의 주류, 사회적 패권을 변화시키고, 보이지 않는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일이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는 정권은 우리가 잡았어도 사회적 패권마저 잡은 건 아니었다.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이기면 사회적 패권도 새롭게 모색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월16일 국회에서 공수처 설치법을 비롯한 검찰 개혁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각 당 의원 1명씩 참석하는 ‘2+2+2’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월16일 국회에서 공수처 설치법을 비롯한 검찰 개혁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각 당 의원 1명씩 참석하는 ‘2+2+2’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정국 분위기를 보면 쉽지 않은 경쟁구도다.

“자유한국당은 틀림없이 문재인 정부 경제실정론을 들고나올 것이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민생경제 성과를 내야 한다. 외부요인이 한꺼번에 몰려와 사실 경제가 되게 어렵다. 무책임한 경제실정론, 정권심판론에 대해선 선제적으로 대응할 생각이다. 최근 보수는 합리성이나 점잖음이 아닌 폭력적이며 극우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난 그걸 ‘가짜태극기’라고 본다. 극우화된 보수 정치와 다르게 진보 정치는 혁신할 수 있어야 한다. 복지·평화의 정치에서 기후와 환경의 정치로 확대돼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누구한테 미래를 맡길 것인가를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그리고 내년 총선에서 누가 더 단결하느냐로 성패가 갈릴 것 같다.”

진보학자마저 한국 경제의 골든타임을 걱정한다.

“속도감 있게 재벌 개혁으로까지 나가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있지만, 지난 2년간 아무것도 안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는 포용적 성장의 길을 만들려고 했고, 그것과 동시에 공정경제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애써왔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 그다음 정부에서는 분명 성과를 낼 거라고 기대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급변하고 있는 북·미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연말 안에 변화가 생기는 쪽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미 간 핵협상이 그나마 성과를 낼 여지가 생겼다. 미국 민주당·공화당 모두 여기까지 온 것을 함부로 깨기가 쉽지 않다. 북한도 여기까지 와서 북·미 간 협상을 타결 짓지 않으면 중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북한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창간 30주년을 맞이하는 시사저널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돌아보면 나이 서른 때가 내 인생의 꽃이었다. 결혼도 했고, 상상력도 풍부했다. 시사저널의 30주년은 정말 빛나는 시간이다. 100년, 300년 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30주년의 시간은 굉장히 젊고, 상상력, 열정, 의욕이 충만한 시간이다. 이 시간을 잘 보내서 100년, 300년의 시사저널을 만들기 바란다.” 

 

정치인 이인영의 꿈은 ‘통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평소 자신의 정치철학을 ‘민족민주정치’라고 규정한다. “나는 지금부터 통일의 길을 걷고자 한다. 우리는 아무리 늦어도 20년 안에 통일을 해야 한다. 복지국가의 길도 20년쯤이면 도달할 수 있다. 꿈같은 얘기지만 아득한 800km의 그 길을 걷고 또 걸으니까 끝이 보였듯 나는 반드시 통일과 복지의 종착점에 도달하겠다.”(저서 《산티아고 일기》 중)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 원내대표는 “정치 입문 전부터 통일의 정치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그 꿈을 이뤄나가고 있을까.

이 원내대표의 말이다. “북한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위원장 때와는 달리 김정은 위원장 시절에는 빠른 통일의 길은 없어 보입니다. 대신 긴 평화의 시간이 흐를 겁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빠른 도약을 추구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저는 통일의 정치가 저보다 우리 후배들 때 일어날 일이라면 좋은 후배들을 발굴해 긴 시간을 잘 뒷받침하고 싶은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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