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거창구치소 부지 선정 주민투표 현장을 가다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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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민 65% '현재 장소 추진' 찬성
총 유권자 5만3186명 중 2만8087명(52.81%) 투표...군민 관심 입증

10월16일 오전 8시 경남 거창 신원면에 있는 사랑누리센터 마을공동창고. 안개가 짙게 깔려 있었지만, 지역 주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거창 군민들이 투표에 참가해 새로 지을 경남 거창구치소의 위치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현재 장소 추진 찬성'과 '거창 내 이전 찬성' 등 2개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인 주민투표는 거창 21개 투표소에서 이날 일제히 실시됐다.

10월16일 오전 경남 거창군 거창읍 중앙로의 거창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제2투표소에서 한 거창 군민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시사저널 이상욱 기자
10월16일 오전 경남 거창군 거창읍 중앙로의 거창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제2투표소에서 한 거창 군민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시사저널 이상욱 기자

투표 이긴 원안추진 측 "갈등 매듭과 거창 발전 전기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이날 주민투표 결과, '현재 장소 추진 찬성'이 이겨서 법무부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거창읍 상림리 등 일대에 구치소를 세우게 됐다. 구치소 부지 선정 문제로 지역사회가 쪼개지자, 갈등을 봉합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거창 군민들의 의지가 모인 것이다. 

거창군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현재 장소 추진 찬성'이 득표율 64.75%로 이겼다. 투표권자인 5만3186명 중 2만8087명(부재자 포함·52.81%)이 참여해 1만8041명이 '현재 장소 추진 찬성'에 표를 던진 것이다. 반면 '거창 내 이전 찬성'은 9820표로 35.25% 득표율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거창 군민들이 '현재 장소 추진 찬성'을 택하면서 법무부의 거창구치소 신축 등 법조타운 조성사업은 탄력을 받게 됐다. 이곳엔 거창구치소와 창원지법 거창지원, 창원지검 거창지청 등이 들어선다. 거창구치소는 지난 2015년 공사를 착공했고, 거창지원·지청도 이미 2017년에 실시설계를 마치는 등 사전 행정절차가 이미 완료된 상태다. 이날 부지 위치가 결정됨에 따라 법무부는 앞으로 법조타운 조성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전망이다.

최민식 거창법조타운 원안추진위원장은 이날 늦게 "구치소뿐만 아니라 검찰, 법원 등이 이제 함께 들어서게 됐다. 낙후지역 개발, 경제 활성화 등 거창 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 "거창 지역에 팽배했던 주민 간 갈등도 봉합할 수 있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했다.

앞서 법무부는 거창군에 법조타운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는데 구치소까지 들어선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거창군은 지난 2011년 거창읍 상림리와 가지리 일대 20만418㎡에 법무부 법조타운 조성사업을 유치했다. 이후 법무부는 2015년 12월 우선 구치소 신축공사를 시작했으나, 구치소 위치를 두고 주민 찬반 갈등이 심각해지면서 2016년 11월 공사를 중단했다. 

이후 갈등이 장기화되자, 지난해 11월 경남도가 5자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중재에 나섰다. 협의체는 찬성과 반대 주민대표, 거창군수, 거창군의회 의장, 법무부 등이 참여했다. 결국 협의체는 지난 5월16일 거창구치소 위치를 주민투표로 결정하기로 결론 낸 바 있다.

신용균 상임대표가 이끄는 구치소 거창 내 이전 찬성 주민투표운동본부는 끝내 거창 군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여태까지 "1㎞ 거리에 학교가 10개나 있는 동시에 주거밀집지역이다. 이곳에 구치소가 들어오면 안 된다"면서 "구치소 예정 부지에는 주민에게 필요한 시설, 교육도시·청정 농업도시 거창군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시설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원안추진 측이 이전 찬성 측을 누르고 주민투표에 이긴 건 거창 내 지역갈등 조기 매듭과 관련 있다. 88고속도로가 동서를 관통해 영호남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인 거창은 최근 쇠락하면서 도시 재도약을 위한 낙후지역 개발이 문제로 떠올랐다. 거창군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조타운 유치를 단행했다. 이게 실현되면 인근에 각종 법무·행정·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인구 증가와 경기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때문에 거창 군민들은 6년간 이어져 온 갈등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여론에 호응했다.

원안추진 측은 이 부분을 파고 들었다. 법무부와 거창군 추진 계획에 찬성해온 이들은 구치소 이전에 또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고, 거창 군민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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