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 검사 급증의 결말 “과잉검사·보험료 인상”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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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캐나다·호주 “영상 검사 처방권은 임상 의사에게”

"미국에서 법적으로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처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 보험사는 MRI 검사가 꼭 필요했는지를 따지기 위해 임상 의사의 소견서를 확인한다. 따라서 영상의학과 의사는 임상 의사의 소견서를 보험회사에 보내야 한다. (작은 병원에서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MRI 기기를 소유한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엔 영상의학과 의사가 MRI 처방을 하지 못하도록 한 법(Stark laws)도 있다."

-로버트 피셔 미국 스탠포드대병원 신경과 교수

"캐나다에서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영상 검사 처방을 하지 않는다. 신경과나 신경외과 등 임상 의사가 영상 검사를 처방한다. 종합병원이든 일반 의원이든 모두 그렇다." 

-사무엘 위베 캐나다 캘거리대 커밍의대 교수

"호주에서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영상 검사를 처방할 수 없고 오직 임상 의사(내과, 신경과 등)만 영상 검사 처방을 할 수 있다."

-존 던 호주 찰스개어드너병원 임상신경생리연구소장 

이처럼 외국엔 MRI 검사에 대한 처방권이 기본적으로 영상의학과 의사가 아니라 임상 의사에게 있다. 임상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므로 그 환자에게 MRI 검사가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외국에선 영상의학과 의사가 MRI나 CT 검사를 처방할 수 없다. 환자를 진료한 임상 의사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영상 검사를 처방한다. 과잉검사와 보험 재정 낭비를 막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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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현실은 외국과 다르다. 홍승봉 교수는 "환자가 두통이나 어지럼증으로 중소 병·의원을 찾으면 일단 뇌나 뇌혈관을 찍는다. 대학병원은 덜하지만 중소 병·의원에서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MRI 검사를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영상의학과 의사는 환자 진료에 대한 수련과 경험이 없고 특정 환자의 상태를 모르면서 그냥 촬영한다. 환자의 병 상태를 아는 임상 의사가 MRI 검사가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는 심평원이 규정만 보완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소 병원을 중심으로 MRI 촬영이 급격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MRI에 건강보험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뇌·뇌혈관을 시작으로 올해는 복부·흉부·두경부 MRI 촬영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2021년까지 모든 MRI 검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감 기간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정숙 의원(바른미래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MRI 보장성 강화 시행 전·후 6개월간을 비교해보니 촬영 건수는 73만 건에서 149만5000건으로, 촬영환자는 48만4000명에서 79만 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특히 중소 병·의원의 MRI 촬영이 많아졌다. 병원급은 8만2000건에서 19만6000건으로, 종합병원급은 29만3000건에서 70만1000건으로 각각 139% 증가했다. 의원급에서의 MRI 촬영 횟수는 2만8000건에서 9만1000건으로 225%나 폭등했다. 

MRI는 CT(컴퓨터단층)나 X선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병 부위를 보기 위해 사용한다. MRI는 상대적으로 선명도가 떨어지는 의원급에서 MRI를 찍었더라도 3차 병원에서 옮겨 진료받을 때 재촬영하는 경우가 많다. 심평원 자료를 보면 전원환자의 9∼10%는 매년 재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정숙 의원은 "상급병원으로 갈 때마다 재촬영이 필요해 중복비용이 발생하면 환자한테도 건보재정에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의 무분별한 MRI 촬영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MRI 보장성 강화 시행 전·후 6개월간 MRI 촬영 진료비는 1995억 원에서 4143억 원으로 급증했다. 과잉 검사로 보험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보험료가 올라 국민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승봉 교수는 "결국 중증 질환 환자의 치료비가 삭감되고 국민 보험료 증가의 원인이 된다. 국민 혈세인 보험재정은 꼭 필요한 곳에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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