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향후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8 14:00
  • 호수 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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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 사의표명→문 대통령 반려 수순?
조국 수사 마무리 후 재신임 물을 듯

조국 법무부 장관이 10월14일 취임 35일 만에 자진사퇴하면서 이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 10월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윤 총장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부여된 일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충실히 할 따름”이라는 원칙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검찰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를 마무리한 후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재신임을 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 총장은 검찰이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에 돌입한 후 대외활동을 극도로 자제했다. 따라서 윤 총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대검 국감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다. 첫 질문자로 나선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여권 일각에서 ‘동반퇴진’을 주장하는데 물러날 것이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은 “저희(검찰)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어떤 사건이든 원칙대로 처리해 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보다 앞서 윤 총장은 조 전 장관 사퇴 이틀 만인 10월16일 “검찰은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엄중한 뜻을 경청하고 공감하며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 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며 인권위원회 설치 등 다섯 번째 검찰 자체 개혁방안을 내놨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사퇴에 대해서는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지 않았다. 윤 총장은 조 전 장관 사퇴를 보고받고도 침묵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만큼 청와대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검찰이 자체 개혁방안을 내놓은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김오수 법무차관과 이성윤 검찰국장을 청와대로 불러 “검찰 감찰방안을 직접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을 찍어내고 정치검찰을 만들겠다는 본색을 드러냈다”면서 “문 대통령의 지시는 법률에 보장된 검찰 독립을 무력화시키고 대통령이 직접 검찰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시사저널 최준필
ⓒ 시사저널 최준필

여론의 무게추는 윤 총장 쪽으로 기울어

조 전 장관 사퇴 후에도 여전히 여권과 검찰의 대립 분위기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여론은 일단 윤 총장 쪽에 조금 더 기운 모양새다. 오마이뉴스-리얼미터의 10월14일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 전 장관 자진사퇴를 ‘잘한 결정’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62.6%를 기록했다. ‘잘못한 결정’이라는 부정 응답(28.6%)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이를 보여주듯 대검 국감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맥빠진 분위기였다. 여당 의원들은 윤 총장에게 집중포화를 쏟아붓는 대신 검찰 개혁에 대한 다짐을 받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에 대해 윤 총장은 “저를 비롯한 검찰 구성원들은  검찰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충실히 받들고, 검찰 스스로 추진할 수 있는 개혁방안을 과감하게 실행해 나가겠다”면서 “애정 어린 조언을 성실하고 겸허한 자세로 경청해 ‘국민이 원하는 검찰’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장관이 사퇴한 10월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장관이 사퇴한 10월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했다. ⓒ 연합뉴스

또한 문 대통령이 지적한 감찰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민들이 보기에 검찰의 내부 감찰이 기대 수준에 못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대검의 감찰부는 수사권을 가지고 감찰을 하기 때문에 검찰의 감찰은 다른 어느 기관의 감찰보다도 강하다. (그러나) 감찰이 기대 수준에 못 미쳤다는 지적이 있다면 검찰도 (감찰의) 강도를 더 올릴 것”이라고 답했다.  

조 전 장관 자진사퇴 전 여당은 “검찰이 수사로 정치와 장관 인사에 개입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한 여당의 질의는 거의 나오지 않았는데, 다만 주광덕 한국당 의원의 “검사로서 마음가짐이 변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윤 총장은 “정무감각 없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대안신당(가칭) 의원은 “검찰 수사와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윤 총장이 현재 할 일”이라며 “윤 총장이 퇴진할 어떤 이유도 없고 만약 그런 요구가 있다 해도 검토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총장은 10월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윤석열 총장은 10월1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검찰에 대한 지지, 패스트트랙 수사가 관건

국감에서 밝힌 윤 총장의 입장은 조 전 장관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전 장관 일가 수사가 마무리되면 거취와 관련한 또 다른 언급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은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검찰 조직에 해가 된다고 판단한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옷을 벗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서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는 이미 기소됐고,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다. 조 전 장관을 기소하지 못하면 윤 총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을 것이다. 반대로 조 전 장관을 기소할지라도 또 한 번 잡음이 없을 수 없다. 조 전 장관 일가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스스로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재신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7월 검찰총장 임명 과정에서 청와대 참모진과 여당 수뇌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문 대통령 자신이 윤 총장 임명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원칙과 명분을 중요시하는 문 대통령의 성향상 법에 명시된 검찰총장 임기(2년)를 자기 손으로 깨트리진 않을 것이라는 게 여권 주변의 지적이다. 윤 총장이 검찰 개혁에 별다른 저항 없이 따라오는 상황에서 굳이 사퇴 카드를 쓸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이 사퇴한 날인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검찰 개혁방안의 결정 과정에 검찰이 참여함으로써 검찰이 개혁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개혁의 주체가 된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 총장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여주기 위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수사’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현재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는데, 검찰이 소환조사 없이 바로 기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번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처럼 성역 없이 눈치 보지 말고 법대로 흔들리지 않고 (패스트트랙) 수사를 할 거라고 보면 되나”라는 질의에 “열심히 수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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