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리더-금융] 신혜성…“담보 대신 가능성, 신뢰·소통·진정성이  와디즈의 비전”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9.10.22 14:00
  • 호수 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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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성(40) 와디즈 대표

“와디즈의 비전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만드는 일입니다.”

지난 10월15일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 본사에서 만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의 신혜성 대표는 “저희는 담보를 요구하는 은행과 다릅니다. 가능성과 의지, 진정성을 봅니다. 신뢰자본을 쌓은 플랫폼은 투자와 소비를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해내는 것이 와디즈의 미션”이라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은 군중을 뜻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 모집을 뜻하는 펀딩(funding)의 합성어다. 즉 특정 기업이나 프로젝트, 스타트업이 만든 제품 등에 대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건을 만들기 직전인 스타트업 제품에 미리 투자해 투자 목표가 달성되면 투자자들이 그 제품을 받을 수 있는 보상형(리워드형) 펀딩과, 특정 기업의 영화 제작이나 새 오프라인 매장 출점 등에 투자한 후 향후 수익을 배분받는 투자형(증권형) 펀딩이 있다.

2012년 창업한 와디즈는 현재 이 분야 1위 기업이다. 현재 와디즈를 통해 투자를 받겠다고 찾아오는 기업이 매달 1500~2000곳일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신 대표는 그 전에 없던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그는 소비시장이 브랜드를 앞세운 대기업 중심에서 품질 좋고 매력 있는 상품을 만드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으로 재편될 것이라 확신한다. 새로운 세대가 새 소비 트렌드를 만들고 있는 만큼 그 흐름에 올라타겠다는 전략이다. 한국 유통계의 새 지도를 그리고 있는 ‘차세대 리더’ 신 대표에게 그의 철학과 비전을 물었다.

ⓒ 시사저널 박정훈
ⓒ 시사저널 박정훈

현대차, 동부증권, 산업은행 등 이른바 ‘신의 직장’을 다니다 창업을 했다. 크라우드펀딩이 ‘미래 금융’이 될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했나.

“몰랐다. 알고 하지 않았다(웃음). 창업 계기는 어떤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제가 일할 당시 금융권은 자산 중심으로 움직였다. ‘대마불사’라는 말처럼 대기업 위주로 움직였다. 그런데 저는 이 방향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SNS 혁명이 메가트렌드였다. 그리고 그 10년 전의 메가트렌드는 인터넷 혁명이었다. 자문해 봤다. ‘인터넷 혁명이 무엇을 바꿨지?’ 모든 걸 다 바꿨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럼 ‘SNS 혁명은 무엇을 바꿀까?’ 제 답은 ‘연결하는 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 유통산업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SNS 혁명은 ‘아랍의 봄’ 등 세계 정치권을 강타하며 기존 문법을 다 바꾸고 있었다. 말 다음에 빠른 게 돈이라고 봤다. 산업구조가 새롭게 재편될 텐데 이걸 제가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리고 이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면 한국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도 했다.”

와디즈를 금융회사로 정의해야 할지 IT회사로 분류해야 할지 고민이 있었다.

“맞다(웃음). 와디즈 사업 부문에는 커머스와 유사한 보상형 펀딩이 있고, 금융상품과 비슷한 투자형 펀딩이 있다. 그러다 보니 IT 서비스냐 금융 서비스냐 의견이 갈리는 것 같다. 이렇게 서로 다른 분야가 겹쳐 있는 걸 보면 새로운 서비스가 맞긴 한 것 같다.”

와디즈는 한마디로 어떤 회사인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회사다. 와디즈의 본질은 단순히 자금을 모으는 것이 아니다. 금융시장의 자금이 창업 기업이나 스타트업 등 꼭 필요한 곳에 흘러가도록 해 더욱 성장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다. 그래서 저희는 ‘올바른 생각이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세상을 만든다’는 브랜드 미션을 갖고 있다.”

‘왜 와디즈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한다면.

“저희는 담보 대신 가능성과 의지를 본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 플랫폼을 만드는 게 핵심 비전이다. 과거 금융의 영역은 그 사람의 실력을 상환 가능성으로만 쟀다. 직장은 얼마나 안정적인지, 담보는 무엇이 있는지 등 말이다. 와디즈가 지향하는 비전은 그 사람이 가진 가능성,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 등을 보는 데 있다. 저희는 ‘트러스트 캐피털 그룹’을 지향한다. 결국 ‘신뢰자본’이다. 신뢰가 기반이 된 소통 속에 어떤 가능성이 모이면, 투자가 이뤄지고, 소비로 연결된다.”

투자자와 소비자가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결코 쉽지 않을 텐데.

“저희는 ‘우리가 주인공이 되지 말자. 중간자적 역할을 잘하자’고 말한다. 이 생태계가 지속 가능하려면 투자자와 소비자 간 신뢰관계 형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소비자들이 언제 제일 화를 내실 것 같나. 배달이 좀 늦어진다고? 제품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을 때?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통이 미흡할 때다. 그 경우 팬이 안티로 바뀐다. 저희는 양측의 소통을 편리하게 연결해 주고, 더 많이 할 수 있게 노력 중이다.”

크라우드펀딩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는 뭔가.

“스토리가 중요하다. 그런데 스토리가 좋고, 대중의 공감을 받으려면 결국 진정성이 핵심이다. 그동안 경험에 비춰보면 진정성이 있는 상품들이 성공적으로 펀딩을 유치했고 지속 가능하게 성장했다. 가령 고려대 앞 명물이었던 영철버거를 되살리자는 펀딩이 그랬다. 이 펀딩은 영철버거 사장님이 아닌 이를 돕고자 모인 학생들이 진행했다. 그들에게는 어떤 이익도 없었다. 하지만 이런 진정성이 스토리를 만들고 사람들을 움직였다. 와디즈는 펀딩을 진행할 때 금액 조달이 많이 된 것을 성공이라고 정의하지 않는다. 당초의 약속이 이행되는 것, 그리고 그 약속들이 더 확산되는 것을 더 좋은 결과라고 본다.”

최근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뭐였나.

“노가리 프로젝트다. 강원도 속초에서 불이 나 한 노가리 공장이 대부분 전소됐다. 기적적으로 창고에 노가리 일부가 남았는데, 공장장님의 딸께서 아버지의 재기를 돕고 싶다며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당시 1인당 펀딩액이 1만원이었는데,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다. 이분께서 펀딩하신 분들께 일일이 손편지를 쓰셨다. 이런 일이 와디즈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창업을 위해 이 순간에도 고군분투하고 계신 분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창업가는 새로운 업을 세우는 사람이다. 그 업을 세우려면 타인에게 관심이 많아야 한다. 트렌드를 쫓기보다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이 시대는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접근방향이 달라지면 새로운 사업모델이 개발된다. 타인의 필요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다 보면 비즈니스 아이디어들이 많아진다.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가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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