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기의 책보기] 권(勸) 독서 방일 이낙연 총리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thebex@hanmail.net)
  • 승인 2019.10.2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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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치》ㅣ전민식 지음ㅣ마시멜로 펴냄ㅣ372쪽ㅣ1만 3500원
ⓒ 마시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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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치’가 뒷골목에서 힘 좀 쓰는 깡패인가 싶었는데 바다 물고기였다. 옛날 독도 바다에서 떼지어 살았던 바다사자였는데 지금은 절멸해 사진으로나 구경이 가능하다. ‘기록에 따르면’ 강치는 털, 가죽, 뼈, 살, 기름까지 버릴 것이 없었다. 특히 강치 기름은 등잔불 용으로 요긴했다. 강치가 절멸하게 된 것은 오래된 일본의 남획 때문이었다.

임진왜란 후 1693년 숙종 때는 한일관계가 정상화 돼 부산 초량에 왜관이 들어서 무역이 활발했다. 노비 출신 수군이었던 안용복은 제대 후 어부로 살았는데 울릉도 근해에서 조업하는 일본어선들에 분개해 동료들과 함께 육탄전을 벌이다 숫자에 밀려 되려 납치를 당했다. 왜관에서 일어를 익혔던 그는 ‘울릉도, 독도는 조선땅’임을 외치며 재판을 요구해 ‘울릉도비일본계(鬱陵島非日本界)’라는 약속을 받아 귀국했다. 그러나 조정은 도해금지령을 어겼다며 곤장과 유배로 답했다. 풀려난 그는 여전히 동해를 침탈하는 일본어선들을 보고 ‘울릉도와 독도 관리자’라는 위조신분증을 들고 일본에 가 ‘두 섬은 조선 땅’이라는 확인을 받아 귀국했지만 이번에는 신분사칭죄까지 쓰고 유배를 떠난 후 역사에서 사라졌다.

안용복의 공은 예송논쟁으로 날밤 지새던 왕조가 비로소 국토에 각성케 함으로써 울릉도와 독도가 우리 땅으로 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소설 속에 영호남 사투리가 공존하는 것은 조국 앞에 국민이 따로여서는 안 된다는 작가 정신의 반영이다. 한일 두 나라는 상호 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 맞다. 그러려면 먼저 얽히고 꼬인 과거부터 풀어야 한다. 일본은 여전히 ‘다케시마(竹島)는 일본 땅’이라고 우긴다. 그때 안용복에게도 그랬다.

안용복 : 독도는 일본의 어장이 아니라 우리 조선의 어장이오.
일본관리 : (피식 웃으며) 땅이든 바다든 힘 있는 자의 것이오.

소설의 주인공 안용복 님에게 묻고 싶다. “나라에서 상은커녕 곤장이나 때리는 일을 왜 하셨어요?”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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