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한 유니클로, 800년 지나도 기억할 것이다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0.2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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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위안부와 강제동원을 조롱한 유니클로의 의도적 광고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는 7월1일부터 시작된 한국과 일본의 경제 마찰로 인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던 기업이다. 유니클로 국내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급감하고 있다는 소식은 수많은 언론을 통해 이미 상당 부분 공유됐다. 참고로 일본의 패션 브랜드인 유니클로 이름의 유래는 ‘유니크하고 저렴한 옷’에서 비롯됐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각광을 받았던 유니클로는 이 점을 항상 자사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아쉽게도 그들의 역사의식 역시 전 세계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유니크하고 저렴하기 짝이 없다.

일본은 경제 침략이든 광고 제작이든 항상 정밀한 의도와 기획을 바탕으로 업무를 추진한다. 그들의 상식이자 경쟁력이다. 이번 광고에 출연한 98세 할머니 역시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승소 판결을 받았던 시기의 나이가 98세라는 점을 정확히 노리고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국가적으로 위안부 및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사죄를 거부하는 일본이 다양한 방안으로 여전히 공격하고 있다는 점을 그 동안 우리는 조국 전 장관 사태로 잊어왔다. 그 사이 그들의 몰염치와 뻔뻔함은 현재진행형으로 달려가고 있다.

유니클로는 특히 이번 광고에서 아예 문장에도 없는 왜곡된 의역을 선보여 광고를 본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98세 할머니가 13세 여성에게 ‘그렇게 오래 전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발언한 문장을 그들은 유독 한국어 자막으로 ‘80년도 더 된 옛날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로 아예 의미를 싹 바꿔 노골적인 의도를 갖고 광고를 공개했다. 1939년 대한민국을 짓밟았던 역사를 외면하고 80년 전의 사과를 요구하는 우리의 공식 입장에 대해 일본 기업이 천연덕스러운 조롱을 보냈다는 점만으로도 일본 기업가들의 철학적 빈곤함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 유튜브 캡처
ⓒ 유튜브 캡처

유니클로의 잇따른 한국 농락

한국과 일본의 경제적 대립 이전에 유니클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매우 좋았던 게 사실이다. 국내 대학생들의 마케팅 수업에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가장 빈번하게 언급돼온 기업이 유니클로였다. 일본에 위치한 유니클로 본사는 2011년 11월 국내 명동에 최대 매장을 오픈하는 등 한국 시장 선점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국내 SPA 브랜드가 유니클로에 맞서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했으나 브랜드 인지도, 성장률, 점포 수 등에서 상당한 열세를 보여 왔다. 의류 품질에 신경을 많이 쓰기에 유니클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 또한 비교적 높았다.

문제는 유니클로가 일본 상품 불매 운동 이후 자사의 성향을 국내 소비자에게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데 있다. 유니클로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 수가 확연히 줄고 있음에도 유니클로 본사의 CFO는 ‘한국에서의 불매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공언하며 한국 소비자를 조롱해 국내 네티즌들의 더 큰 분노를 유발했다. 국내 소비자의 항의가 잇따르자 잠시 꼬리를 내리며 오해였음을 밝히기도 했으나, 한국 소비자를 조롱한 데 대한 일본 본사 차원의 사과를 하지 않았고 회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조차 올리지 않았다.

국내에서 유니클로 판매가 다시 호조를 보이기 시작할 무렵 일본 현지에서는 한국인은 역시 냄비근성이 강하다는 식의 조롱을 이어나갔다. 이번 광고를 본 국내 소비자와 시민단체의 항의가 쏟아지자 유니클로는 위안부를 조롱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고 후리스 출시 25주년을 기념해서 만든 글로벌 시장 타깃 광고라며 위안부에 관한 역사의식 조롱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왜 광고 카피에도 없는 ‘80년 전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한국어 자막으로만 삽입하고 의미를 180도 왜곡했는지에 관해 그들은 해당 이유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80년 아닌 800년 지나도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일본 유니클로는 오래된 역사를 소비자에게 명확히 인식시키기 위해 80년이라는 숫자를 넣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광고 카피에 왜 이렇게 민감하게 대응하는지 모르겠다며 초기에 국내 소비자의 인식이 편향된 것처럼 쏘아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후에 밝혀진 바와 같이 그들은 국내 소비자에게만 원본 문장에도 없던 ‘80년도 더 넘은 일’이라는 의역을 삽입했다. 전 세계에서 번역이 산업화됐을 정도로 문장 하나, 단어 하나의 의미 전달에도 신경 쓰는 일본 기업이 한국을 콕 집어 ‘80년도 더 된 일’이라고 문장을 넣은 것 자체가 다분히 의도적인 행위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서적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유독 일본은 전쟁에서 저지른 자신들의 만행을 사죄하는데 인색하다고 주장했다. 독일과 일본이 전후 역사적으로 전혀 다른 평가를 받는 이유는 독일은 끊임없이 유럽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 사죄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독일은 1951년부터 지금까지 “입에 담기 힘든 범죄를 독일 국민의 이름으로 저지른 행위에 대해 용서해 달라”는 발언을 총리를 비롯한 다양한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그럼에도 일본은 아시아의 사과 요구를 강력히 거부하고 있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일본은 1930~1940년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여성과 여자 아이들을 강제로 끌고 가 성 노예로 이용했음에도 아베 신조 총리는 해당 문제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며 이를 공개 비판했다. 참고로, 공동체주의 관점에서 정의를 설명하는 학자들은 모든 국민은 자국의 역사적 기억을 물려받고 그 안에 담긴 다양한 빚과 유산, 기대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적 부당 행위에 대한 사죄와 보상은 공동체의 미덕을 실현시키는 최우선 행위라는 점을 유일하게 일본만 외면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할 수 없다며 한국의 공식적 사과에 대해 항의하고 있지만 우리는 800년이 지나도 일본의 만행을 기억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80년이 지난 지금도 경제적 침공으로 우리 기업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있고 이제는 치졸하게 기업 광고로 우리 국민을 조롱하고 있다. 80년이 지나도 뻔뻔하게 사죄를 모르는 그들의 만행을 잊어버린다면 그 자체로 정의롭지 못하다. 800년이 지나도 우리는 1939년 그들이 저지른 만행, 그리고 2019년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는 그들의 치졸한 작태(作態)를 반드시 기억하고 역사적으로 심판할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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