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번 박수’ vs ‘야유’…극한대립 속 文대통령 시정연설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10.2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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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설치’ 강조하는 부분서 여야 기싸움 최고조
일부 한국당 의원, 손으로 ‘X’ 만들고 귀 막기도
문재인 대통령이 10월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문재인 대통령이 10월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문재인 대통령의 10월22일 국회 연설 현장은 진보·보수, 여야가 극한 대립하는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를 찾아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여야 의원들은 모두 일어섰다가 10시2분쯤 연설이 시작되자 자리에 앉았다. 

남색 정장에 흰 셔츠, 줄무늬 넥타이 차림의 문 대통령은 '공정'과 '평화', '혁신', '포용' 등 주요 평소 강조해온 주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연설했다. 

특히 공정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공정이 바탕이 돼야 혁신도 있고 포용도 있고 평화도 있을 수 있다"면서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 정책협의회'를 중심으로 공정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새로운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뿐 아니라 사회·교육·문화 전반에서 공정이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며 "국민의 요구를 깊이 받들어 공정을 위한 개혁을 더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국무위원들은 연설 동안 문 대통령에게 모두 28번의 박수를 보냈다. 

반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한 번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청년 고용률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고 말하자 "에이~"라며 웅성거린 것을 시작으로 수차례 야유를 보냈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핵심인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 내용에서 반발이 증폭됐다. 문 대통령이 "정부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국민의 요구는 그보다 훨씬 높았다"고 할 때 한국당에서는 "조국!"을 외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연설을 이어가는 문 대통령에게 한 한국당 의원은 "그만 하세요"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야유 소리는 문 대통령이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등 검찰개혁 법안을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당부하는 부분에서 가장 높아졌다. 일부 한국당 의원은 손으로 'X'(엑스)자를 만들어 문 대통령에게 반대한다는 제스처를 했다. 손으로 귀를 막으며 '듣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하는 의원도 있었다. 이에 맞서 민주당 의원들과 국무위원들은 더 크게 박수쳤다. 

문 대통령은 33분의 연설을 마치고 10시35분 연단에서 내려왔다. 그는 한국당 의석을 통해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는 과정에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등 야당 의원들과 웃으며 악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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