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농민 ‘개도국 지위 간담회’ 파행…“비공개 회의 왜 하나”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10.2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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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내 다시 간담회 열기로…성윤모 장관 “이달 안에 개도국 포기 여부 결정”

농민단체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여부를 논의하려고 개최한 정부의 간담회가 파행에 이르렀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오른쪽)이 10월22일 대한상의에서 민관합동 농업계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오른쪽)이 10월22일 대한상의에서 민관합동 농업계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간담회는 10월22일 오전 10시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열렸다. 간담회는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농민단체 대표들의 퇴장으로 결렬됐다. 이들은 간담회의 비공개 방침에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가 시작될 때 김 차관은 “정부 회의가 공개로 진행되면 자유롭게 토론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회의가 공개 전환되면 경험상 논의는 더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낙농육우협회, 한국토종닭협회 등 농민단체 대표들은 “비공개로 할 거면 회의를 할 필요가 없다”며 맞섰다. 간담회는 결국 공개 여부만 놓고 40분 동안 줄다리기를 하다 끝났다.

이날 간담회는 WTO가 한국의 개도국 지위 취소를 고려하는 것과 관련해 농민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농민단체는 해당 문제와 관련해 6개의 요구사항을 정부에 제시했다. 해당 사항에 대해 김 차관은 회의 파행 직후 “단기간에 확정적으로 입장을 드리기엔 논의가 필요한 만큼 내부 논의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1~2일 내에 간담회를 다시 연다는 입장이다. 

WTO에 의해 개도국으로 분류되면 150여개 조항에서 우대 조치를 받는다. 한국은 농산물 부문에서만 개도국 특혜를 누려왔다. 이에 따라 쌀, 깨, 고추, 마늘 등 주요 농산물에 300~600%의 비교적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개도국 지위는 미국 정부의 압박이 가해지면서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26일 한국을 거론하며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들이 개도국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90일 이내에 수단을 강구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90일째가 되는 10월23까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0월21일 기자간담회에서 개도국 지위 포기 여부와 관련해 “이달 안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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