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의 미래] 진영대결 속 돋보이는 ‘스펙트럼 인맥’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10.29 10:00
  • 호수 1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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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리 인맥, 계파색 없이 여야 두루 포진
‘당내 기반 구축’ 취약하단 지적도

이낙연 국무총리의 휴대전화에는 저장된 연락처가 1만5000여 개에 이른다. 2000년 16대 총선으로 정계 입문 이후, 당과 특정 계파를 떠나 두루 인연을 맺어온 덕에 이 총리는 정치권 인맥이 두텁기로 유명하다. 비(非)문재인계임에도 현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발탁된 것 또한 그의 온건한 성향이 인정받은 덕이었다. 그동안 총리공관에 초대받았던 인사들의 면면만 봐도 정당이나 계파, 성향 등을 하나로 규정할 수 없이 다양하다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이 총리가 한때 손학규계로 분류된 것 또한 이런 성향과 무관치 않다.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에서 민주당을 거쳐 현재 중도 성향인 바른미래당의 대표로 있는 손학규 대표가 지난 2010년 민주당 대표를 지낼 당시 그는 당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함께 손발을 맞췄다. 이후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땐 손학규 캠프의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전남지사 시절,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물러나 있던 손 대표 부부를 지사 공관에 초청해 만찬을 하는 등 이 총리는 비교적 최근까지 손 대표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동아일보에서 2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하던 이 총리의 정치 시작점이 ‘동교동계’이니만큼, 동교동계 원로들과도 꾸준히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민주당 출입기자로 재직하던 시절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자택과 차량을 편하게 드나드는 등 DJ와 가장 친한 기자로 손꼽혔다. 실제 이 총리 스스로 “내 삶은 DJ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고 얘기했을 만큼 깊은 인연을 자랑했다.

10월7일 이 총리는 정대철·권노갑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원로 인사들을 총리공관에 초대해 만찬을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총리는 ‘조국 사태’ 등 정치 현안에 대한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원로들은 이 총리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1위인 점을 언급하며 이 총리를 위해 앞으로도 힘을 모으자는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정대철 전 의원은 2014년 이 총리의 전남지사 출마 당시 그의 후원회장을 맡는 등 다방면에서 돕는 사이다.

ⓒ 시사저널 포토·연합뉴스·뉴시스
ⓒ 시사저널 포토·연합뉴스·뉴시스

농해수위 위원장 2년간 정회 단 한 번도 없어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에서 내리 4선을 지낸 이 총리는 자연스럽게 호남계 의원들과의 인맥도 단단히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 인물로는 그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이개호 민주당 의원이 꼽힌다. 그는 스스로 이 총리를 ‘정치적 멘토’로 칭하고 ‘이낙연계’임을 인정하는 등 막역한 관계를 맺고 있다. 2016년 총선 당시 전남 지역에 녹색(국민의당) 열풍이 불었을 때도 이 의원이 민주당을 끝까지 탈당하지 않고 지역구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총리의 조언 덕이었다.

이개호 의원은 10월22일 시사저널에 이 총리를 “대인배”라고 평가하며 일화 한 가지를 소개했다. “2014년 이 총리가 전남지사 출마를 결심한 직후부터 그는 그 지역구 보궐선거에 출마하려던 저를 지역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칭찬하고 다녔습니다. 그땐 다들 그러는 줄 알았어요. 2017년 그가 총리로 발탁되자 제가 후임 전남지사 선거 출마를 준비하게 되면서, 공교롭게 다시 제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거론됐습니다. 그 무렵 지역에 갔는데 못 보던 얼굴들이 있길래 누군지 물었더니, 제가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면 지역구 보궐선거에 도전해 제 자리로 오게 될 사람들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미처 나가기도 전에 벌써 그들이 지역구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서운했습니다. 그런데 예전 이 총리는 본인이 먼저 자신의 후임이라며 절 소개했던 것 아닙니까. 아, 저와는 그릇이 다른 사람이구나 느꼈습니다. 이 총리는 아랫사람에게 까다롭고 자주 꾸짖기도 하지만, 금세 본인이 먼저 풀고 어색한 분위기를 잘 정리하십니다.”

이 의원 외에도 같은 기간 전북지사로 호흡을 맞춰온 동갑내기 송하진 지사와도 절친하다. 또 후임 전남지사이자 광주제일고 3년 후배인 김영록 지사 역시 이 총리와 여러 공통분모를 가진 대표적인 호남계 측근으로 꼽힌다.

옅은 계파색과 합리적인 성향으로 이 총리는 의원 생활 동안 정당을 넘나드는 친분을 두루 유지했다. 2년여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단 한 번도 ‘정회’가 이뤄진 적 없다는 사실은 이 총리 자신도 공공연히 주변에 자랑하는 일화 중 하나다. 특히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부의장)과는 대학 시절부터 함께한 특별한 사이다. 둘은 서울대 법학대학 70학번 동기로, 국회의원이 된 후 계속 끈끈한 우정을 유지했다. 18대 국회 때 미래한국헌법연구회라는 헌법 연구모임을 함께 출범시켜 활동하기도 했다. 그 밖에 여상규 한국당 의원, 서청원 무소속 의원 등 정치 성향이 다른 중진들과도 총리공관에 초대하고 연락을 주고받는 등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당내 조력자 될 총리실 출신 총선 출마자 많아

총리가 된 후에 그는 총리실을 중심으로 미래 조력자들을 구축해 나갔다. 특히 지난해 말 출범한 정부의 2기 내각 인사 당시엔 청와대가 이 총리의 강력한 인사 추천이 있었다는 사실을 직접 언급했을 만큼 그의 영향력이 한껏 발휘됐다. 정부 출범 때부터 이 총리를 보좌해 온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 총리의 광주제일고 후배인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등이 대표적이다.

초대 총리 비서실장을 지낸 후 현재 부산 사상구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배재정 전 민주당 의원은 친문 인사인 동시에 이낙연의 사람으로도 분류된다. 향후 친문과 이 총리 간 가교 역할로 주목된다. 현재 민주당 대구 수성을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식 전 총리실 민정실장과 지용호 전 정무실장 역시 총리실 입성 전까진 이 총리와 특별한 인연이 없었지만, 이젠 이 총리의 대표적인 측근 인사들이다. 이들도 다음 총선에서 각각 대구 수성을과 서울 동대문을 출마를 예고하고 있다.

지용호 전 실장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딱딱하고 엄하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한 번도 억지 논리로 강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야당 지도부들과도 종종 막걸리 만찬을 하며 옛날 얘기도 나누고, 마음의 벽 없이 다들 총리님을 대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총선 준비에 나서겠다고 했을 무렵,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질문 기다리며 장관들이 전부 앉아 있는 자리로 날 데리고 가서 ‘정무실장이 출사표를 던졌다’고 소개도 한 번 더 시켜주고 출마 준비 중인 지역구 시장에 직접 방문도 해 주는 등 주변 사람들도 잘 챙긴다”고 덧붙였다. 당내 기반이 아직 탄탄하지 못한 이 총리 입장에선 총리실 출신 인사들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 원내 진입에 성공할 경우, 차기 대선까지 당내에서 그에게 단단히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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