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속살 보여주는 류전윈 소설 《방관시대의 사람들》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0.27 11:00
  • 호수 1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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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읽으면 중국의 속마음이 보인다

미·중 패권 경쟁의 시작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무역관세처럼 특정한 것도 있지만, 유학생 추방과 같이 상대국의 미래를 막으려는 시도도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그간 확실한 것 가운데 하나는 일부의 예측과 달리 중국이 일방적으로 당하지도, 무너지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미래 기술에 있어 중국은 오히려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

이들의 갈등이 남의 일이 아닌 한국 등 주변국은 두 나라의 내심을 알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특히 중국의 속마음이 궁금하다. 하지만 그 속내를 알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때 중국 정부의 속마음을 읽기 위해 많은 이들은 중국 지도부의 정책을 발굴하는 중국사회과학원이나 중국 지도자를 기르는 당학교를 공부하길 권한다. 하지만 그보다 중국인의 속마음을 더 잘 알 수 있는 것은 당대 중국인들의 심성을 읽어낼 수 있는 소설을 읽는 것이다. 류전윈의 《방관시대의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방관시대의 사람들》 류전윈 지음│글항아리 펴냄│480쪽│1만5000원 ⓒ 조창완 제공
《방관시대의 사람들》 류전윈 지음│글항아리 펴냄│480쪽│1만5000원 ⓒ 조창완 제공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베이징대 중문과를 졸업한 류전윈은 《핸드폰》 《나는 유약진이다》 《닭털 같은 나날들》 등 작품으로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류전윈의 작품은 시골 출신으로 도시 건설노동자로 일하는 민공을 다루거나, 권력의 이면을 다룬다는 점에서 더 광범위한 폭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번역 출간된 《방관시대의 사람들》은 돈을 주고 아내를 사야만 하는 사회적 약자부터 후에 성공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만큼 훨씬 더 흥미진진하다.

류전윈은 지난 10월 서울에서 열린 ‘2019 서울국제작가축제’ 참석을 위해 방한하는 등 이미 십여 차례 한국을 방문할 만큼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이번에 번역 출간된 《방관시대의 사람들》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중국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군상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을 이해하는 데 흥미로운 소설이다. 더욱이 현 중국 지도부의 성장 과정이나 문제점 등도 알 수 있다. 류전윈의 소설은 대부분 영화로 만들어지고, 천문학적인 흥행 성적을 거뒀다는 것이 증명하듯 스토리의 구성이나 묘사도 흥미롭다.

이 소설이 시작되는 곳은 명확하게 나오지 않지만, 작가의 고향인 허난성 어느 작은 마을로 상상하면 된다. 이곳에 사는 뉴샤오스와 뉴샤오리 남매의 집에 ○○성 친한현 출신 쑹차이샤가 시집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문제는 시골에서조차 남자들이 10여만 위안 정도의 차이리(彩쟉·신부 맞이 사례금)를 줘야만 신부를 얻을 수 있는데, 이혼한 오빠가 안타까운 뉴샤오리는 무리하게 돈을 만들어, 새언니를 맞이한다.

문제는 신방을차린 며칠 후 새언니 쑹차이샤가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당찬 뉴샤오리는 중매를 한 라오신 부부를 찾아간다. 그러나 가난하기 그지없는 라오신 부부에게 그 돈이 있을 리 없다. 결국 뉴샤오리는 그 돈을 찾기 위해 라오신의 처인 주쥐화의 집이자, 잠시 동안 새언니였던 쑹차이샤의 고향인 ○○성 친한현으로 추적을 시작한다. 그런데 도중에 주쥐화마저 사라져버리고, 그녀는 허위 정보에 의탁해 낯선 동네에서 사람 찾는 허망한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엉뚱한 제안이 들어온다. 마지못해 처녀 행세를 하면서 몸을 팔게 되는 그녀는 결국 나중에 거대한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월급 2000여 위안에 지친 일상을 살아야 하는 이들의 상대로는 성의 고위 관료로 올라간 리안방과 주위천이 있다. 두 사람 모두 가난한 집안 태생이지만, 당시에는 드문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온다. 별다른 후광이나 특별한 실력 여부와 상관없이 학력을 가진 당원을 찾는 시대에 부합하면서 둘은 모두 한 성의 부성장급에 해당하는 고위 관료가 된다.

독자들은 두 사람의 삶을 통해 지난 40년여 동안 중국 관료사회가 변화해 온 특징들을 조금씩 읽을 수 있다. 우선 문화대혁명이라는 혹독한 시간이 지나면서 덩샤오핑 시대는 기술관료인 테크노크라트에 대한 선호가 시작된다. 실제로 덩샤오핑과 장쩌민 시대의 상무위원들은 대부분 기술관료인 테크노크라트들이었다. 1990년 이후 선출된 상무위원 가운데 문과 출신으로 꼽을 만한 인물(치아오스 등)은 한두 명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시진핑 시대가 열리는 2012년 11월 구성된 18기(十八쎌)부터는 경제학 출신인 리커창, 장더장, 장가오리를 비롯해 기자 출신 류윈산 등 상당수가 문과 출신으로 채워진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 소설의 인물은 장쩌민 시대에 가깝다.

소설은 앞부분은 시골 출신의 뉴샤오리를, 다음은 관료인 리안방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다음은 한 현의 도로국 국장 양카이퉈를, 마지막은 시 환경국 부국장 마충청을 중심으로 풀어간다. 그럼 이들은 어떻게 연결될까? 이 연결이 소설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옆 사람이 호박씨를 까든, 폭행을 당하든 남의 일에는 관심도 갖지 않는 ‘방관시대’라 할지라도 전혀 모를 것 같은 사람들이 결국은 한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이 소설은 말하고 있다.

그래서 역자인 김태성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의 사회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초상이다. 다양한 계층의 중국인들이 극도로 이질적 공간인 도시와 농촌이 하나로 공존하는 다분히 부조리적인 상황 속에서 삶의 현실과 배경, 목적과 지향을 달리해 어디론가 바쁜 걸음을 옮기면서 고단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빠른 사회 변화 경험하는 중국인들의 초상

류전윈의 이번 소설도 왜 중국 소설을 읽어야 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우선 중국 소설은 대약진, 문혁, 개혁개방 등 긴 역사를 지나온 중국인들의 경험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준다. 다음은 중국 사람들이 역사를 이기는 유머를 알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궁지에 몰린 리안방이 결국 도사의 도움을 받아, 처녀를 찾아서 자는 것은 차라리 유머에 가깝다. 또 이 소설은 허난 사람들의 문화적 배경이 짙게 깔려 있다. 상대적으로 위화에게서는 저장, 쑤통에게는 장쑤, 지앙핑야오에게선 산시성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 점에서 이번 류전윈의 소설도 허난성의 문화적 느낌을 만날 수 있다. 참고로 허난성은 인구 9600만 명, GDP 4조8055억 위안(한화 840조원)의 경제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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