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가 사라지고 있다
  • 최창원 시사저널e 기자 (chwonn@sisajournal-e.com)
  • 승인 2019.10.31 08:00
  • 호수 1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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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새 수입 디젤차 70%→22.1% 하락…환경문제와 사고로 소비자 인식 변화

지난달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 비중이 22.1%를 기록했다. 불과 4~5년 전 수입 디젤차 비중이 60~70%를 차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하락세다. 해외 자동차 시장 상황도 국내와 다를 바 없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2015년 52%에 달하던 디젤차 점유율은 지난해 36%로 떨어졌다.

수요가 줄자 차량 공급업체들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닛산, 혼다 등 완성차업체는 디젤엔진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최근엔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업체 쏘카도 페어링 서비스에서 디젤차를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타다 역시 점진적으로 디젤차를 줄여나가 늦어도 2022년까지 완전한 ‘디젤 프리’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10월27일 오후 서울 가양대교 부근 서울 방향 도로에 설치된 알림판에 노후 경유차 단속과 운행제한을 알리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10월27일 오후 서울 가양대교 부근 서울 방향 도로에 설치된 알림판에 노후 경유차 단속과 운행제한을 알리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미세먼지 원인 지목돼 부정적 이미지 커져

디젤차가 쇠락의 길로 접어든 이유는 단순하다.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이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와 관련이 있다. 과거 디젤차가 ‘저렴한 연료에 비해 힘 있는 차’라는 이미지였다면 현재는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디젤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정부의 지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수송부문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지역 미세먼지(PM2.5)의 가장 큰 요인은 경유차(23%)라고 분석했다. 앞서 2015년에도 환경부는 ‘경유버스 및 CNG버스 환경·경제성 분석’ 보고서를 통해 디젤버스의 질소산화물 및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각각 CNG버스의 3배, 30배 수준이라고 밝혔다. 질소산화물과 일산화탄소는 미세먼지 발생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물질이다.

연이은 사고도 디젤차 이미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2015년 배출가스 제어 프로그램 조작으로 불거진 폭스바겐그룹의 디젤게이트가 발생했다. 지난해엔 BMW 디젤차에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모듈 결함 등으로 ‘화차(火車)게이트’가 터졌다. 이후 디젤차는 소비자들의 선택지에서 더욱 멀어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월보를 종합해 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차·기아차·쌍용차·한국GM·르노삼성)가 판매한 승용차 중 디젤 모델은 25만4342대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4% 감소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디젤차 판매 실적이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각종 사고가 터지면서 각국 정부에서 디젤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뿐 아니라 자동차 제작사 입장에서도 복잡한 인증 절차 등으로 디젤차 생산을 꺼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각국 정부는 디젤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시는 노후 디젤 차량의 주중 운행을 전면 금지하고 나섰다. 중단 대상은 2006년 1월1일 이전 생산된 차량이다. 독일 베를린시도 디젤 차량의 도심 운행을 금지했다. 대상은 유럽연합(EU) 배기가스 배출량 기준 유로 5 이하의 디젤 차량이다.

우리나라도 수도권 내에서 노후 경유차의 운행을 단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일단 2005년 말 이전 제작된 2.5톤 이상 노후 경유차 중 자동차 종합검사에서 불합격하거나 저공해 조치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차량을 대상으로 제한적 운행 중단을 실시 중이다. 아울러 지난해 9월부터 새로운 배출가스와 연료 효율 측정 방식인 국제표준 배출가스 시험 방식(WLTP)을 모든 승용 디젤차에 적용하고 있다. 새로운 측정 방식엔 가속·감속 등 실제 도로 주행 조건을 포함하는 등 인증 절차를 엄격하게 개선했다.

수요가 줄고 각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곳은 일본차 업체들이다. 요코하마 공장 등에서 두 종류의 디젤엔진을 생산 중인 닛산은 신규 디젤엔진 개발을 중단할 계획이다. 현재 보유 중인 엔진에 대해선 향후 수요에 따른 생산 중단을 검토할 전망이다. 이 외에도 도요타가 유럽 내 디젤 승용차 판매를 중단했고, 지난 9월엔 혼다가 새로운 디젤엔진 개발을 중지하고 오는 2021년부터 유럽 내 디젤차 판매를 멈출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등이 4월11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경유차 퇴출 및 친환경 대중교통 확대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등이 4월11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경유차 퇴출 및 친환경 대중교통 확대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위기 느끼자 변화 꾀하는 기업들

탈(脫)디젤 전략을 선택한 일본차 3사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에 집중하고 있다. 수요가 늘어난 친환경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0월1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세계 전기 동력차 판매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 동력차(하이브리드차·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수소전기차)는 총 429만 대로 전년 대비 28.4%나 증가했다.

일찌감치 친환경차 집중 전략을 시행한 일본차 업체들은 친환경차 판매량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전기 동력차 통합 부문에서 168만 대를 판매해 1위에 올랐다. 28만 대를 판매한 현대·기아차보다 140만 대 많은 판매량이다. 혼다는 통합 순위에선 현대·기아차에 밀렸지만 하이브리드차와 수소차 부문에서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국내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일본차 3사의 친환경 집중 전략이 유효했다는 점에 대해선 반박의 여지가 없다”며 “디젤차와 친환경차의 수요를 감안해 공급을 정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완성차업체뿐 아니라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업체 사이에서도 탈디젤 바람이 불고 있다. 차량 공유업체 쏘카는 최근 1년 내 신차 구입 시 디젤차를 배제하고 있으며, 페어링 서비스에도 디젤차가 아닌 전기차를 전격 도입했다. 타다도 신차 구매 시 디젤 차량을 제외해 3년 내 ‘디젤 프리’를 달성하고 친환경차 확대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친환경 승용차 기반 차량 공유와 모빌리티 플랫폼은 쏘카와 타다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쏘카와 타다는 노 디젤은 물론 환경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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