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조국 vs 윤석열’
  • 조해수 기자 · 김현 뉴스1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10.25 22:34
  • 호수 1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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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 구속 후 ‘검찰 개혁’ 반발 거세지는 檢
“국민 여론 살펴야” 내부 목소리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0월24일 구속됐다. 지난 8월27일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조 전 장관 일가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지 58일 만이다. 정 교수가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는 이제 조 전 장관만을 남겨두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0월을 넘기기 전에 정 교수에 대한 구속기소가 이뤄질 것이고, 이때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면서 “그 전에 조 전 장관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전구속영장 청구 없이 불구속 기소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자녀 입시비리와 펀드 불법투자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0월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자녀 입시비리와 펀드 불법투자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0월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검찰은 정 교수에게 적용한 11개 혐의 가운데 최소한 4개는 조 전 장관이 연루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먼저 허위 작성 공문서 행사와 공무집행방해 혐의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자택 PC에서 딸과 딸의 고등학교 동기, 조 전 장관 대학 동기의 아들 이름이 적힌 미완성 인턴증명서 3장을 발견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월1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월1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검찰, 조국 전 장관은 불구속 기소할 듯

다음은 증거위조 교사와 증거은닉 교사 혐의다. 정 교수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블라인드’ 조항이 추가된 사모펀드 운용 보고서를 급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조 전 장관이 펀드 보고서를 직접 보고받은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또한 정 교수는 조 전 장관 일가의 자산관리인이던 한국투자증권 직원 김경록씨에게 서울 방배동 자택 PC의 하드디스크를 새것으로 교체하도록 했는데, 이때 조 전 장관이 김씨에게 “아내를 도와줘서 고맙다”는 식으로 말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정 교수가 구속되면서 여권에서 강하게 밀어붙이던 검찰 개혁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정 교수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그간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표적·과잉 수사 등 정당성 논란이 불식되는 계기가 마련됨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여권발(發) 검찰 개혁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정 교수의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 나아가 검찰 특수부(현 반부패부)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정 교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의 분수령으로 인식된 탓이다. 특히 조 전 장관 동생 조아무개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은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긴장감이 흐르던 검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당연한 결과”라며 차분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솔직히 이번 사건은 당사자가 누군지 다 가리고 나서 보면 결론은 뻔히 보이는 사안”이라며 “수사를 오래 해 본 사람이라면 크게 고민될 사건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평검사도 “자세한 수사 내용은 몰라도 전체적인 흐름을 놓고 보면 영장 발부가 명확했던 사안”이라고 했다. 대검에선 “영장이 기각됐어도 달라질 건 없었다”라며 내색하진 않지만, 검찰 내부에선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기류도 감지된다. 만약 영장이 기각됐다면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책임론이 거세질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권 일부에서는 정 교수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 ‘윤 총장이 옷을 벗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흘리며 압박했다”면서 “결과적으론 정 교수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면서 큰 산을 넘은 셈이다. (계속해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실체적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두 달여간 대한민국을 들끓게 했던 조국 사태는 이제 사실상 법정 싸움으로 넘어간 상태다. 조국-윤석열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장외전도 가열될 양상이다. 무엇보다 관심은 공수처와 특수수사에 모아지고 있다. 공수처와 관련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문 대통령은 10월22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에 나서 “공수처의 필요성에 대해 이견도 있지만, 검찰 내부의 비리에 대해 지난날처럼 검찰이 스스로 엄정한 문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공수처가 다른 어떤 고위 공직자보다 검찰을 견제·감시하기 위한 기구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22일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513조5000억원 규모의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월22일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513조5000억원 규모의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정부·여당, 검찰과의 협의는 잊고 있어”

박상기 전 법무장관도 나섰다. 박 전 장관은 10월23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독립된 수사기구, 즉 공수처다. 검찰에 대한 감찰권 강화가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검찰은 지금도 공수처 설치에 찬성은 하지 않고 있다. ‘반대하지 않겠다’와 ‘찬성한다’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윤 총장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 10월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 국정감사에서 “부패 대응 역량이 강화된다면 새로운 부패 대처기구의 설치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의 특수수사 기능을 축소하는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법무부 자문기구인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는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 인원을 7인 이내로 제한하라고 10월21일 권고했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날이다. 개혁위는 “현재 각 검찰청 내 부서별 검사 정원을 정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어 각 기관장의 지시에 따라 직접수사 부서 검사 인원이 무제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검찰 직접수사 부서 검사 인원은 부장을 제외하고 5인 이내로 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22일에는 검찰 특수부가 ‘반부패수사부’로 명칭을 바꿨다. 이날부터 서울중앙지검·대구지검·광주지검 3개 청에만 반부패부가 남게 되며, 기존 수원지검·인천지검·부산지검·대전지검 특수부는 형사부로 바뀌었다.

이와 같은 움직임에 검찰 내에서는 ‘보여주기’식 개혁을 하고 있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검찰의 이런 반발 움직임은 더 거세지는 모양새다. 대검 관계자는 “직접수사와 인지수사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개혁안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검찰을 모르는 사람들이 개혁안을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공수처 신설의 목적이 검찰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면 법무부 감찰을 강화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법무부의 탈(脫)검찰화가 이뤄지면 제 식구 감싸기식 감찰은 없어질 것이다. 또한 강력한 감찰을 위해 법무부에 수사권을 주고 1차 감찰권을 주면 된다”고 반박했다.

특수수사 축소와 관련한 개혁안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반발이 검찰 주변에서 계속 불거지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반부패수사부만 특수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에 있는 공정거래수사부, 조세범죄수사부, 방위사업수사부 역시 특수수사 부서라고 볼 수 있다”면서 “현재 검찰은 개혁을 반대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이런저런 개혁안을 공표하는 데만 열중하면서, 검찰과의 협의를 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의를 표명한 조국 법무부 장관이 10월14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사의를 표명한 조국 법무부 장관이 10월14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검찰 내부 “지금이 더 위기” 목소리도

지방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이번 구속영장 발부로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게 증명된 만큼 공수처 신설 등에 대한 명분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과 민주당은 적어도 윤 총장 임기 내에는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현재 진행 중인 일체의 수사를 방해하는 책동을 삼가고 지은 죄가 없다면 당당하게 수사를 받는 것이 도리”라며 “대통령이 인사권을 갖고 있으니 내년 2월 정기인사 때 수사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이번 수사팀에 대한 평가를 인사로 반영할 수 있고 굳이 지금 당장 제도 개혁을 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검찰 내부에선 “지금이 더 위기”라는 의식 속에서 더욱 자체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수사의 정당성은 확보하게 됐지만 역설적으로 국민들에게 검찰이 ‘무소불위구나’라는 인식을 줄 여지도 커졌다”며 “이럴 때 더욱 위기감을 갖고 스스로에 대한 개혁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법무부에서 추진하듯 감찰을 더욱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이제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국민과 검찰에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는 개혁안을 마련하는 데 노력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공수처도 검찰 기능의 분산 차원으로 이해하면서 국민과 검찰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대로 설계된다면 검찰에서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검찰은 정 교수의 영장이 발부된 당일인 24일 ‘비위검사’에 대한 봐주기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중징계 해당 여부가 불분명할 경우 원칙적으로 사표 수리를 제한하기로 하고 법무부와 감찰 협업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혁안을 추가로 발표했다. 앞서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사퇴한 지 이틀 뒤인 지난 16일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 개혁’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검찰도 국민들의 여론을 최대한 살피는 모양새다.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는 ‘조국 수사’를 검찰이 하루빨리 마무리 짓고 패스트트랙 수사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윤석열 총장은 지난 10월17일 국감에서 패스트트랙 수사와 관련해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일관되게 얘기했다. 다음 날 검찰은 국회방송을 압수수색해 패스트트랙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영상에 잡힌 국회 보좌진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윤 총장은 국감 현장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의 여러 질의에 대해 “결과로 말하겠다”고 일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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