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의 미래] 유머 넘치지만, 지나친 엄격함에 점수 잃기도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10.29 10:00
  • 호수 1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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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낙연’ ‘사이다 낙연’ 수식어…‘주사급 도지사’라는 별명도 있어

이낙연 국무총리가 본격적으로 대중의 호감을 얻게 된 것은 총리 취임 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비롯됐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의 날 선 질문에 위트와 유머를 섞어가며 예봉을 꺾은 데서 민주당 지지자들은 ‘갓낙연’ ‘사이다 낙연’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 이는 전남지사 시절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통상 행정부지사가 대신하는 것과 달리 전남지사 시절 이 총리는 도의회 회의에서 실무현안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질문에 직접 답했다.

“제가 올여름 전라남도 신안의 염전에 가보았습니다. 저를 안내해 주신 그곳 소금박물관 여직원이 저에게 냈던 퀴즈를 소개하겠습니다. 소금을 비싸게 파는 방법을 아십니까. 따로따로 팔면 된답니다. 소따로, 금따로 파는 겁니다.”(2009년 10월21일 농림수산식품부 국정감사 중) 18대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 시절의 위트 넘치는 발언이다.

이낙연 총리는 5월21일 국무회의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라돈 검출 침대 안전성 발표의 혼선에 대해 사과했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이 총리는 평소 깨알같이 메모하기로 유명하다. 의원 시절에는 보좌진과 매년 한 가지 주제를 정해 르포기사를 쓰듯 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지금은 유창한 수준이지만, 처음 일본어를 배울 때도 독하게 터득했다. 그와 함께 도쿄특파원을 지낸 한 언론인은 “특파원 시절 일본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불렀는데 일본 사람 앞에서 그 곡 하나를 멋들어지게 부르기 위해 남몰래 수십 번을 연습했다”고 말했다. 2008년 농림수산식품위 위원장에 오르자 그전 3년간 해당 상임위 국회 속기록을 다 가져와 꼼꼼히 읽어본 것도 유명한 일화다.

자존심도 세지만, 참을성도 대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사석에서 “과거 동아일보 신참 기자 시절, 나보다 나이가 어린 여자 선배가 ‘낙연아, 낙연아’ 하며 너무 괴롭혀 사표를 몇 번이나 만지작거렸다가 참고 또 참았다. 아마 그때 성질대로 사표를 던졌다면 지금의 이 자리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격을 오히려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정운영이 자칫 ‘만기친람(萬機親覽)’식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남지사 시절 이 총리는 직원들에게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발표문 하나도 본인이 직접 챙기는 것도 모자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담당직원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문구 수정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주사급 도지사’라는 별명은 그래서 붙었다.

부하직원에게도 엄격하다. 내각의 군기반장 역할을 맡는 데도 전혀 거리낌이 없다. 그와 도쿄특파원을 함께 한 또 다른 언론사 간부는 “타사 기자들에게는 관대했을지 몰라도, 같이 근무한 동아일보 후배들에게는 엄한 선배였다. 오탈자 하나가 나오면 불호령이 떨어지기 다반사였다. 정치부에서 잔뼈가 굵고 도쿄특파원까지 다녀올 정도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그가 정작 회사에선 국제부장에 그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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