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에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는 명당은 어디일까
  • 박재락 국풍환경설계연구소장∙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0.2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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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생기를 표출하고 있는 '산'을 찾아라

한창 오색단풍이 물든 명산을 많이 찾는 만추의 계절이다. 유명 산지를 가는 경유지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차량들과 행락객들로 넘쳐난다. 자연은 사계절을 순행하면서 각각의 기를 분출한다. 봄(3~5월)은 생동하는 기를, 여름(6~8월)은 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기를, 가을(9~11월)은 만물이 결실을 맺는 기를, 겨울(12~2월)은 저장시키는 기를 표출하고 있다. 이처럼 계절마다 분출하는 자연공간을 찾아 웰빙을 위한 좋은 기를 받도록 하는 방법론이 바로 풍수지리다.

예로부터 풍수지리는 선현들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명당공간을 찾기 위한 입지관과 토지관이 내재된 우리의 한국학이다. 이러한 명당공간은 지속적으로 좋은 기를 받고 있는 입지를 말하며 발복이 일어나는 곳이다. 명당입지는 백두대간맥-정맥-지맥으로 이어지면서 행룡하는 용맥이 물을 만나면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마지막에 기봉한 산은 강한 지기를 머금고 있다. 이러한 산을 의지하고 물을 가까이하는 입지는 지속적으로 생기를 받는 명당 터가 된다.

우리나라의 산은 백두산에서 발맥(發脈)한 백두대간이 근간을 이루어 남하하면서 12정맥과 여섯기맥, 그리고 많은 지맥을 형성하면서 기봉한 것이다. 12정맥 중 동해를 끼고 남하하는 ‘낙동정맥’은 바다와 인접하고 있어 하절기 웰빙을 위한 명당입지를 갖춘 곳이다. 지난번 칼럼서 여름철 뜨거운 화기를 차가운 수기로 ‘수극화(水克火)’를 이룬 동해바다와 만(灣)을 이룬 포구 그리고 물길이 합수처를 이룬 입지를 웰빙의 기를 받는 곳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지금 가을의 기가 강한 역량을 표출하고 있는 곳은 서해와 서로 만나는 물길에 의해 산진처(山盡處)를 이루면서 솟은 봉우리이다. 즉 산(土)이 금(金:바위)의 기를 표출하거나 품고 있는 ‘토생금(土生金)의 상생논리에 따라 강한 지기를 응집한 채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에 바위가 많고 정상봉우리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악산(嶽山)은 활엽수가 많기 때문에 단풍이 절정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산 전체가 흙으로 두툼하게 봉우리를 이룬 육산(肉山)인 경우는 침엽수인 소나무가 주로 많이 자생하고 있어 음이온인 ’피톤치드‘를 강하게 분출시키게 한다.

매년 이맘 때면 전국 각지마다 국립 또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큰 산들은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산은 용맥이 뻗어가다가 잠시 멈추면서 기봉한 곳이 대부분이다. 즉 물을 만나지 못해 지기가 지속적으로 응집되거나 머물지 못한 채 이내 빠져나가는 산일 뿐이다. 따라서 자연이 표출해 낸 가을 햇살에 단풍이 물들어져 시각적인 즐거움만 받을 뿐 생기는 받지 못한다. 그렇다면 가을철 웰빙을 위한 좋은 기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통일전망대가 있는 파주의 오두산 ⓒ 연합포토
통일전망대가 있는 파주의 오두산 ⓒ 연합포토

 

강한 지기를 받을 수 있는 오두산과 문수산

백두대간맥에서 정맥으로 뻗어내린 산줄기가 서해를 향해 가는 용맥은 한북·한남·호서·금강정맥을 비롯해 영산기맥과 흑석지맥이다. 이곳 산줄기에서 발원한 계류수가 모여 물길이 서해로 합수하는 수계는 한강·금강·영산강이다. 이러한 합수처의 물길은 자신이 발원한 산의 정기를 머금고 흐르다가 용맥을 멈추게 함으로써, 강한 지기를 응집시킨 형태의 산봉우리를 세운 것이다. 따라서 가을의 기는 이곳 산들이 강한 생기를 표출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강이 합수하는 곳은 파주의 오두산(119m)과 김포의 문수산(376m)이 마주하며 기봉해 있다. 오두산은 철원(백운산,903m)-포천(운악산,935m)-의정부(도봉산,749m)로 이어져 온 백두대간식개산에서 뻗어내린 한북정맥이다. 문수산은 백두대간 속리산(1058m)에서 분맥하여 안성(칠장산,492m)-용인(함박산,349m)-군포(수리산,469m)를 거쳐 온 한남정맥이다. 따라서 한강을 끼고 있는 두 줄기의 명산보다는 ‘오두산’과 ‘문수산’을 오르면 강한 지기를 받을 수 있다.

금강의 합수처에는 서천의 중대산(102m)과 군산의 장계산(110m)이 마주한다. 중대산은 호서정맥이 음성(보현산, 483m)-천안(고려산, 304m)-청양(백월산, 560m)을 거쳐 온 산진처다. 장계산은 백두대간 장안산(1237m)서 분맥한 금강정맥이 진안(마이산, 685m)-진안(운장산, 1126m)-완주(국사봉, 718m)-익산(미륵산, 420m)을 세운 뒤 행도를 멈춘 산이다. 마찬가지로 금강을 따라 행룡한 두 정맥의 명산보다는 이곳을 찾아 오르게 되면 강한 기를 받게 된다.

목포의 유달산 ⓒ 연합포토
목포의 유달산 ⓒ 연합포토

 

좋은 기를 분출하는 유달산과 대아산

영산강은 영산·흑석기맥의 끝자락에서 기봉한 유달산(228m)과 대아산(182m)이 세워져 있다. 유달산은 호남정맥의 내장산(764m)에서 발맥하여 고창(방자안, 744m)-함평(감방산, 259m)-무안(승달산, 318m)을 거쳐 온 영산기맥의 산이다. 대아산은 호남정맥의 국사봉(499m)에서 발맥한 흑석지맥이 영암(월출산, 813m)-해남(별뫼산, 464m)으로 이어진 용맥이다. 두 정맥의 유명한 내장산과 월출산을 찾기는 것보다 목포 유달산과 영암 대아산에 오르기를 권한다.

산은 물을 만나면 좋은 기를 지속적으로 분출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백두대간에 의해 동서로 나누어져 있다. 여기서 출맥한 산에서 발원한 계류수가 물길을 이루어 바다와 합수하는 곳은 대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4대강의 합수처에 재물의 기가 머물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용맥이 합수처에 이루면 멈추게 하여 강한 지기를 응집시킨 봉우리를 세운다. 이러한 산을 찾아 오르면 응집된 자연의 기를 받게 된다. 제철에 자연의 지기를 제대로 받는 곳을 찾아 나서면 웰빙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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