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농민 “농업 포기”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10.2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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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농민 피해 최소화 위해 지원 논의 계속할 것”

정부가 10월25일 세계무역기구(WTO) 내 한국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개도국에게 주어지는 무역 특혜는 누릴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당장 농민들과의 갈등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 결과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WTO 개도국 특혜 관련 정부입장 및 대응방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 결과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WTO 개도국 특혜 관련 정부입장 및 대응방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열고 “우리 경제의 위상, 대내외 여건, 경제적 영향을 두루 고려해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다만 “농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책과 재정지원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우선 쌀을 포함한 농업의 민감 분야를 보호하기 위해 유연성 협상 권리를 보유·행사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같은 개도국 특혜는 새로운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유지된다고 한다. 정부는 “새 협상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업계는 이번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반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 30여 개는 이날 오전 7시30분 집단행동에 나섰다. 농민단체 대표자들은 “개도국 지위 포기는 농업 포기”라며 정부청사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정부가 앞서 농민과 가진 간담회는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자리로 끝났다. 기획재정부는 10월24일 개도국 지위 포기 문제와 관련해 농민단체와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양측은 갈등 끝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원래 간담회는 22일 열기로 돼 있었으나, 당시 정부의 비공개 진행 방침에 농민들이 반발하며 결렬된 바 있다. 

한국은 1995년 WTO에 가입할 때부터 개도국 지위를 주장했다. 이듬해에는 경제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 외에는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농업 분야에서 관세와 보조금 등의 혜택을 누려 왔다. 

올 들어서는 개도국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26일 한국 등을 거론하며 “개도국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90일 이내에 수단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10월 말까지 개도국 지위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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