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는 마약, 계열사는 압수수색…공염불 된 CJ의 신년사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10.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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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 문화' 강조했지만...'마약 사건' '오디션 조작 스캔들'로 그룹 이미지 폭락

"올해는 우리 그룹이 세계를 향해 비상하는 매우 중요한 해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지난 1월 2019년 신년사를 통해 “순탄치 않은 경영환경 아래 초격차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이어가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손 회장은 이어 일류인재·일류문화, 공유가치창출(CSV) 등의 경영철학에도 힘을 싣자는 말로 신년사를 갈음했다.

그러나 10개월 뒤, 손 회장의 신년사는 공염불이 됐다. 그룹 내 콘텐츠 사업을 전담하는 CJ ENM이 생방송 투표 조작 의혹에 휩싸이며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여기에 그룹 후계자수업을 받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는 마약 범죄자가 됐다. ‘일류’를 지향하던 CJ가 연달아 ‘삼류’ 사건에 휘말리면서, 그룹 사업 확장 및 경영권 승계 전반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변종 대마를 흡연하고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선호씨가 10월24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구치소를 나서며 취재진을 향해 심경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해외에서 변종 대마를 흡연하고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선호씨가 10월24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구치소를 나서며 취재진을 향해 심경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송현경)는 24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추징금 2만7000원도 명령했다. 이씨는 지난달 1일 미국 LA에서 대한항공 항공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자신의 수하물과 백팩에 변종 마약인 액상대마 카트리지 20개와 대마사탕 37개, 대마젤리 130개를 밀반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지난 4월부터 미국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에서 대마오일 카트리지를 6차례 흡연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대마를 포함한 마약류는 환각성과 중독성으로 개인이나 사회 전반에 끼치는 해악이 매우 커 마약 범행은 엄벌이 필요한 중대한 범죄”라며 “이씨가 밀반입한 대마오일 카트리지와 대마사탕, 대마젤리도 그 수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면서 재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처벌 받은 전력도 없고 밀수입한 대마가 전량 압수돼 실제 사용되거나 유통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씨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CJ그룹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해갔다. 그러나 여론이 좋지 않다. 가뜩이나 조국 사태 이후 ‘정의·법치·공정’이 사회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재벌 3세 마약 스캔들-황제 변호사 접견-집행유예 판결’로 이어진 일련의 논란들이 그룹 이미지에 금을 냈다. 이씨는 미국 콜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013년 CJ제일제당 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바이오사업팀 부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5월 식품 전략기획1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CJ 3세 경영승계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2대 주주지만, 이번 사건으로 경영권 승계도 불투명해졌다.

오너가(家)가 법원 문턱을 드나드는 사이, 계열사 CJENM은 경찰의 수사망에 올랐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프듀X)과 '아이돌학교'가 생방송 투표 조작 의혹에 휩싸여서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4일 서울 상암동 CJENM 사무실에 수사관들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앞서 시청자들은 '프듀X' 마지막 생방송 경연에서 유료문자 투표 결과, 유력한 데뷔 주자로 점쳐진 연습생들이 탈락하고 의외의 인물들이 데뷔조에 포함되면서 투표수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은 이 같은 순위 변동에 투표수 조작이 있었다고 보고, 담당 PD 등 제작진을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아울러 투표수 조작을 두고 제작진과 연습생 소속사 사이 금전 거래가 오갔는지도 수사 중이다. 경찰의 수사 결과와는 별개로 투표수 조작 의혹은 CJENM이 제작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전반으로 번져가는 모양새다. 이 탓에 CJENM의 방송사 엠넷이 내년 초 선보이기로 결정한 10대 대상 보컬리스트 경연 프로그램 역시 흥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하재근 문화 평론가는 시사저널에 기고한 글을 통해 “(CJ ENM 계열 프로그램) 모두가 조작이었다고 하면 배신감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공정 사다리는 국민을 우롱한 판타지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사회적 공분이 이는 것”이라며 “‘국민’을 내세우면서도 사실은 국민을 속여왔다는 의혹도 매우 짙어졌다. 수사 결과에 따라선 제작진이 처벌받는 사태까지 생길 수 있다. 오디션이 다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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