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밥그릇 싸움에 오빠·동생은 없었다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9.11.06 10:00
  • 호수 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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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 3세 구명진·지은 자매 오빠에 ‘집단 반기’
재벌가 세포분열 과정에서 분쟁 잇달아

LG가(家) 방계 회사인 아워홈 3세들의 경영권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겉보기에는 사업을 둘러싼 갈등으로 비치지만, 이면에선 회사 경영권을 둘러싼 암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아워홈이 지난 8월 특수관계 회사인 캘리스코에 식자재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것이 분쟁의 발단이었다. 아워홈은 지난 2000년 LG유통에서 분리된 식자재 공급 및 급식 업체다.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 회장이 회사를 설립했다.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은 1조7564억원, 영업이익은 658억원을 기록했다. 구 회장 슬하 1남3녀가 현재 100% 가까운 회사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지만, 장남인 구본성 부회장이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아워홈그룹의 3세인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과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사진)가 법정 다툼을 벌이면서 배경이 주목된다. ⓒ 시사저널 고성준·연합뉴스
아워홈그룹의 3세인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과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사진)가 법정 다툼을 벌이면서 배경이 주목된다. ⓒ 시사저널 고성준·연합뉴스

막내딸 구지은 대표의 반란 성공할까

캘리스코는 2009년 아워홈의 외식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탄생한 회사다. 돈가스 전문점인 ‘사보텐’과 멕시칸 패스트푸드 ‘타코벨’을 운영하고 있다. 아워홈과 마찬가지로 오너 3세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막내인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가 실질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아워홈과 캘리스코는 형제 기업인 셈이다. 그럼에도 구 부회장이 동생 회사에 대한 식자재 공급을 중단하면서 배경이 주목된다.

구지은 대표는 지난 10월 오빠를 상대로 식자재 공급 중단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구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매출 2조원을 바라보는 회사가 매출 1000억원도 되지 않는 캘리스코에 부당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공급사를 안정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조차 주지 않은 만큼 소송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둘째 동생인 명진씨가 최근 남매간 분쟁에 가세했다. 아워홈의 실적 부진과 불투명한 경영활동을 이유로 주총 소집을 요구하는 등 갈등 양상이 그룹 전체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법원은 2020년 4월30일까지 식자재 공급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10월10일 판결했다. 마찬가지로 명진씨가 신청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도 조건부로 허가했다. 사실상 법원이 두 여동생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아워홈 측은 캘리스코 측과 충분히 협의했다는 입장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일방적인 계약 종료가 아니다. 3월부터 재계약 문제를 협의해 왔는데 법원 판결이 나와 아쉽다”며 “현재 법무팀 등 관련 부서에서 주주총회 일정을 논의 중”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 때문에 재계의 눈은 향후 진행될 아워홈의 주총에 쏠리고 있다. 주총 결과에 따라 아워홈 경영권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워홈의 최대주주는 현재 38.56%의 지분을 보유한 구본성 부회장이다. 세 딸인 미현·명진·지은씨가 각각 19.28%, 19.6%, 20.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구본성 부회장의 지분율이 가장 높지만,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두 딸의 지분을 합칠 경우 38.98%로 구 부회장을 소폭이지만 앞서고 있다.

공은 결국 첫째 딸인 미현씨에게 넘어가게 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2016년 구지은 대표가 아워홈 경영에서 밀려난 뒤 주주총회를 소집했을 때는 나머지 두 딸이 오빠의 손을 들어줬다”며 “미현씨는 평소 오빠와 잘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두 딸이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인화의 LG家’에 부는 ‘영역 다툼’

사실 LG그룹은 재벌가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분가 사례로 꼽힌다. 1996년 희성그룹을 시작으로 1999년 LIG그룹, 2003년 LS그룹, 2005년 GS그룹과 아워홈 등이 분가했지만, 거의 뒷말이 나오지 않았다. 재계 4위인 LG와 재계 8위인 GS그룹이 대표적이다. LG그룹은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전자와 통신, 디스플레이 부문을 맡고, GS그룹은 홈쇼핑과 건설, 정유 등 현금 유동성이 큰 사업을 넘겨받았다. 두 그룹은 분가 이후에도 사업영역 침범을 암묵적으로 자제해 왔다. LG그룹은 계열사의 건설 발주 물량을 GS건설에 맡겼다. 한때 GS건설의 LG그룹 의존율이 20%에 육박할 정도였다.

GS그룹은 오너 일가를 포함한 그룹의 자산 운용을 LG투자증권에 위탁했다. LG투자증권이 이후 우리금융과 NH금융지주에 각각 인수돼 우리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바꿨을 때도 이 같은 공조 체제는 일정 부분 유지됐다. 경쟁사를 설립해 두 가문이 대립하기보다는 상생을 택했던 것이다.

이로 인한 알려지지 않은 일화도 있다. GS그룹은 2007년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하이마트(현 롯데하이마트)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LG투자증권의 후신인 우리투자증권은 당시 하이마트 인수를 위해 GS그룹과 경합하던 유진그룹에 수천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섰다.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허창수 회장은 대로했다. 허 회장은 “우리투자증권에 위탁한 물량을 모두 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그룹이 분가한 지 14년 정도 흐르면서 이 같은 공조 체제는 많이 희석된 상태다. 건설업이 대표적이다. LG그룹은 2007년 MRO(소모성 자재 공급) 업체인 LG서브원(현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을 통해 건설업을 시작했다. 이후 계열사 사옥 리모델링과 플랜트 건설 등 일감을 몰아줬다. LG그룹은 적극 부인했지만, 재계에서는 LG그룹의 건설업 진출설이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시장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LG그룹은 올해 3월 서브원의 MRO 사업부문을 떼어낸 후 홍콩계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이후 존속회사인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을 통해 본격적으로 건설업에 나섰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4위. 시공능력평가 4위인 GS건설에 한참 모자란 측면이 있다. 하지만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이 최근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만큼, GS건설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맞서 GS그룹 역시 LG그룹의 고유 영역인 종합상사(GS글로벌)와 2차전지(GS이엠), 수처리(구미맑은물), 리조트(엘리시안 강촌) 사업에 잇달아 나서며 경쟁 구도를 본격화했다. 2011년에는 수처리 전문업체인 하이엔텍(현 테크로스환경서비스)의 인수를 놓고 LG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시스템통합(SI) 분야에서도 두 그룹은 경쟁자 관계다. 한때 형제 회사인 LG CNS와 GS네오텍(옛 LG기공)을 통해서다. 2005년 GS그룹이 LG에서 분리된 이후부터 두 회사는 굵직한 입찰이 있을 때마다 경쟁을 벌이는 관계로 전락했다. SI업체 특성상 두 회사 모두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LG CNS의 경우 (주)LG가 최대주주지만,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전 LG그룹 부회장 등도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GS네오텍의 경우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동생인 허정수 GS네오텍 회장과 장남인 허철홍 GS칼텍스 상무 등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두 그룹 오너 일가의 대리전 성격도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재벌들이 그동안의 묵계를 깨고 상대의 사업영역까지 노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친족 분리나 2·3세 승계 과정에서 암묵적으로 유지되던 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시장은 한정돼 있는데 기업들은 무차별 확장을 계속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다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최근 언론에 자주 거론되고 있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나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결국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시사저널이 최근 공정위가 발표한 59개 대기업집단의 자산총액과 매출, 계열사 수를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 10년간 59개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수는 1222개에서 2104개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물론 방계기업은 제외한 수치다. 자산은 1106조2130억원에서 2039조7530억원으로 83.4%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명목 GDP(1839조4970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상위 그룹으로 올라갈수록 이 같은 현상은 가속화되는 추세였다.

 

국내 대기업 자산 10년 만에 2배 증가

이번에 남매간 분쟁이 불거진 아워홈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구지은 대표는 2014년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인 순대나 청국장 등을 제조·판매한 것이 문제가 됐다. 아워홈은 특히 소상공인들의 반발에 사업 철수 의사를 밝혀놓고 뒤로는 대형마트에 자체 상품으로 순대 등을 납품한 사실이 밝혀져 더욱 큰 비판을 받았다.

아워홈을 둘러싼 논란은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빚었던 레드앤그린푸드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배추김치 등 식자재를 아워홈의 단체급식장이나 외식 브랜드에 제공하는 업체다. 내부거래가 높았던 만큼, 회사는 단기간에 성장을 거듭했다. 설립 이듬해인 2006년 32억원이던 회사 매출은 2012년 831억원으로 6년 만에 2497%나 증가했다. 아워홈은 이 회사에 600억원 가까운 차입금의 지급보증을 서며 자생을 도왔다.

문제는 이런 알짜 회사의 지분 65%를 오너 3세들이 나눠 갖고 있다는 점이다. 논란이 되자 이들은 아워홈에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빠져나왔다. 이 과정에서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둔 만큼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계열 웨딩 브랜드인 아모리스가 오너 일가 소유의 플라워숍에서 꽃을 공급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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