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파 대해부①] 그들이 무당파가 된 이유…“기성정치인 자질 부족해”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11.15 07:30
  • 호수 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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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창간 30주년 기획] ‘무당파층’만 대상으로 한 전국 단위 첫 설문조사 실시
"당분간 지지정당 없을 것...정치권 개헌 나서야”

여야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는 무당파층의 움직임이다. 여권은 조국 사태 이후 ‘지지 정당 없음’으로 돌아선 무당파층을 어떻게 다시 흡수하느냐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여당을 지지했던 표가 오롯이 야당을 향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야권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최근 낸 ‘정당 지지도 보고서’를 보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후인 10월21일 13.5%에 달했던 무당파층의 비율은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무당파층 추이는 자유한국당 지지도와 반비례하는 패턴을 그렸다. 다른 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의 10월 넷째 주 조사에서는 무당파층의 비율이 무려 2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가 리얼미터보다 높게 나온 것은, 한국갤럽의 경우 ‘지지 정당 없음’과 ‘모르겠다’ ‘응답 거절’ 등을 모두 무당파층으로 봤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정치권이 무당파층을 바라보는 시각도 두 기관의 조사와 다르지 않다. 지지 정당이 없다고 응답한 ‘적극적 무당파층’만 보면, 기존 정당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준이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소극적 무당파층’까지 함께 볼 경우, 향후 정국에 미칠 파급효과가 적지 않다. 적극적 무당파층과 달리 소극적 무당파층은 언제든지 정당 지지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정치 관심 많은 ‘소극적 무당층’이 정국 변수

학계 역시 그동안 무당파층을 ‘정치에 관심이 없는 계층’으로 봤다. 그러나 투표율 하락과 무당파층 비율 증가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쪽에서는 무당파층의 정의에 ‘정치’뿐만 아니라 ‘정당’에 대한 불신 개념까지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UC어바인대 러셀 달튼 교수의 '무당파 재유형화'는 학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이론이다. 달튼은 ‘인지적 무당층’과 ‘전통적 무당층’으로 구분했다. 그가 말하는 인지적 무당층은 어느 정당에 소속돼 있지 않지만 높은 수준의 정치적 관심을 보이는 집단이다. 달튼은 특히 젊은 층, 교육 수준이 높은 계층, 탈물질주의자들 사이에서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다고 봤다. 물론 이를 그대로 우리의 정치 환경에 대입시킬 수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중요한 것은 역사적으로 제3정당이 돌풍을 일으킨 선거 때마다 그 동인이 인지적 무당층의 표심이었다는 점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정치 지형을 분석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여러 언론 기고에서 “무당파층의 증가는 이데올로기적 편협성이 가져오는 정당 체제의 낙후성, 기존 질서 수용을 강요하고 현상유지에 급급한 현재의 정치 질서에 대한 반성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4대 총선(1992년)의 통일국민당, 20대 총선(2016년)의 국민의당 돌풍은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으로 오갈 데 없던 무당파층 표가 한데 쏠리면서 생겨난 결과다. 비례대표가 확대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가장 높은 정당득표율을 거두면서 다수의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한 것은 의미가 있다.

비례대표제가 확대될 계획인 가운데 이념에 치우쳤다는 이유로 민주당과 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 무당파층의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시사저널이 무당파층만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당파층만 대상으로 전국 단위의 여론조사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당파층이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으며, 어떻게 현 정국을 바라보는지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번 조사는 단순히 내년 총선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았다. 이들이 생각하는 기성 정당의 이미지는 무엇이며, 국가 대개혁을 위해 무엇이 시급하게 요구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 무당파층 증가 요인

“정치인들의 자질이 너무 부족하다”

무당파층의 정치 성향은 어떨까.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41.1%가 자신의 정치 성향이 ‘중도’라고 답했다. ‘중도진보’와 ‘중도보수’는 18.5%와 18.4%로 엇비슷하게 나왔다. 20대는 ‘중도진보’(20.3%)가 ‘중도’(41.1%) 다음으로 많았다. 자신을 진보라고 답한 응답은 40대(16.0%)에서 가장 높게 나온 반면 50대 이상은 ‘보수’라는 응답이 14.1%로 진보(5.6%)보다 8%포인트가량 많았다. 고소득자의 경우에는 ‘중도’ 성향이 가장 높게 나왔지만, ‘중도보수’라는 의견이 ‘중도진보’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나왔다.

이들은 왜 무당파층이 된 것일까. 응답자 3명 중 1명은 ‘기성 정치인의 자질 부족’(38.3%)을 꼽았다. 또 ‘새 인물 부족’(13.4%)과 ‘정치혐오’(10.9%), ‘정치 자체 무관심’(10.4%)을 지적하는 의견도 많았다. 기성 정치인의 자질 부족은 서울(41.0%)과 강원·제주(46.4%)에서 많이 나왔고, 호남권(광주·전남·전북)은 더 적극적인 의사로 해석되는 ‘새 인물 부재’(18.0%)가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았다.

무당파층은 당분간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명 중 1명이 ‘당분간 지지 정당을 정하지 않겠다’(55.8%)고 대답했다. ‘조만간 지지 정당을 정할 것’이라는 의견(22.6%), ‘잘 모르겠다’(21.6%)는 답은 비슷하게 나왔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60.5%)에서 ‘지지 정당을 정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가장 높게 나왔다. 정치 성향으로는 중도진보(61.0%)에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 무당파층이 지지 정당 선택할 요인

“새 비전 공약 만들고 세대교체 나서야”

무당파층을 분석한 논문을 보면, 통상적으로 대선보다는 총선에서 무당파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다고 본다. 투표 자체를 포기하는 성향도 그래서 총선 때가 더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무당파층의 표 쏠림이 심했던 14대와 20대 총선 결과를 살펴보면, 통일국민당과 국민의당 모두 기존 여야 유력 정당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가치를 들고 나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통일국민당의 경우 당시 민자당(한국당의 전신)과 민주당 사이에서 무역적자와 물가폭등을 문제 삼으며 경제안정을 화두로 삼았다. 금융실명제, 토지공개념, 정경유착 청산, 반값 아파트라는 구체적인 정책은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국민의당도 민주당과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의 이념 갈등 틈을 비집고 들어가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프레임을 내걸고 유권자에게 다가가 성공을 거뒀다. 최근 중도진영에서 다양한 세력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앞서 예로 든 두 정당 모두 총선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 창당했음에도 기성 정당에 전혀 뒤지지 않는 득표력을 보였기에 창당이라는 시간적 문제는 크게 제약이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정치권이 무당파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중복응답)은 무엇이 있을까. ‘정당의 새 비전과 공약’이라고 답한 의견이 40.6%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세대교체’(39.1%), ‘정당 인물 교체’(33.5%)가 그 뒤를 이었다.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40대(43.6%)와 중도진보(47.7%), 호남권(42.6%)에서 높게 나왔다. 이는 기성 정당 중 민주당의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계층이다. 그런 면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엔 세대교체를 어떻게 성공시키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 무당파층이 바라보는 현 정국

“文 정부 경제 엉망…경제부터 살려라”

대한민국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꼽아 달라는 질문(중복응답)에는 절반에 가까운 무당파층이 ‘경제성장’(46.0%)이라고 대답했다. 특히 ‘중도보수’ 무당층에서 경제성장이 중요하다고 답한 의견은 절반이 넘는 58.2%를 기록했다. 월 소득 800만원 이상 계층도 ‘경제성장’이 중요하다(52.8%)는 의견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청년일자리’는 24.4%, ‘복지 강화’는 23.8%였다. 청년일자리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는 의견은 20대(40.7%)에서 높게 나타났다. 일자리 문제에 대한 20대들의 고민을 말해 주는 방증이다. 진보 성향(30.8%)과 소득수준 월 200만원 이하 계층(28.1%)에서는 ‘복지 강화’라는 대답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중도진보층은 ‘검찰 등 사법 개혁’(32.3%)이라고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현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못하는 정책은 무엇일까. 이 역시 ‘경제정책’(30.0%)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13.6%는 ‘권력기관 등 적폐청산’을, 12.6%는 ‘대북정책’을 꼽았다. 경제정책을 선택한 의견은 50대 이상(42.3%)에서 가장 많았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대체로 월 소득이 많은 응답자일수록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을 잘못 펴고 있다고 봤다. ‘고용·노동 정책’은 월 소득 200만원 이하 계층(14.5%)에서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TK 지역에선 대북정책(24.6%)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았다. ‘권력기관 등 적폐청산’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중도진보(23.1%)와 진보(14.2%)에서 비교적 높게 나왔다.

 

■ 무당파층이 생각하는 정치 지도자와 사회개혁

노무현‧김대중‧박정희, 존경하는 정치인 1~3위

문재인 정부에 대해선 ‘잘못하는 편이다’(35.3%)가 ‘잘하는 편이다’(26.4%)를 앞섰다. ‘매우 잘하고 있다’는 적극적 지지는 4.7%인 반면,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19.8%로 나오는 등 대체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잘못하는 편이다+매우 잘못한다)는 50대 이상(67.3%)과 TK 지역(64.6%)에서 높게 나왔다.

이번 무당파층 조사에선 특별히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정치 지도자상을 조사했다. 지지하는 전직 정치인을 꼽아 달라(중복응답)는 질문에 노무현(45.8%)·김대중(29.4%)·박정희(24.3%)가 1~3위를 차지했다.

노 전 대통령은 40대(50.2%)와 30대(48.2%)에서 높게 나왔다. 지역별로는 고향인 PK 지역(52.1%), 정치 성향은 중도진보(59.0%)와 진보(63.3%)에서 많은 지지를 얻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호남권 지지도(39.3%)가 높았으며 정치 성향상으로는 전 영역에서 고른 지지를 얻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50대 이상(43.1%)과 TK 지역(33.8%), 보수(42.3%)와 중도보수(40.7%)에서 상대적으로 지지도가 높았다.

검찰 등 사법 개혁에 대해서는 절반이 넘는 51.0%가 ‘찬성한다’(적극 찬성+ 대체로 찬성)고 답해 12.6%를 기록한 반대의견을 앞섰다. 40대(59.6%)와 TK 지역(38.5%)의 찬성 의견도 많았다. 대북지원 등 남북 화해와 관련해서는 반대(적극 반대+대체로 반대)가 35.9%로 27.9%인 찬성(적극 찬성+대체로 찬성) 의견보다 많았다. 50대 이상에서 반대 의견은 44.8%로 가장 많았다. 20대의 반대 의견(37.7%)은 30대(29.4%), 40대(33.1%)보다 많아 젊은 층일수록 남북 화해협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수 성향이 강한 TK 지역 역시 반대의견(46.2%)이 높았다.

재벌정책과 관련해서는 찬성(적극 찬성+ 대체로 찬성) 의견이 33.7%로, 반대 의견(21.0%)보다 앞섰다. 지역별로는 호남권에서 찬성 의견(47.5%)이 가장 많았다.

대대적인 국가 개조를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응답자 3명 중 1명 이상이 국회 개혁(33.6%)이라고 대답했다. 그 뒤를 사법 개혁(13.7%), 정당 개혁(11.3%), 대통령제 권력구조 개혁(10.1%)이 이었다. 국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은 50대(41.9%)와 중도진보 성향의 무당파층(40.5%)에서 높게 나왔다. 소득수준이 월 200만원 이하인 계층은 노동 개혁(13.0%)이라고 답해 평균치(8.0%)보다 높게 나왔다.

무당파층 설문조사 이렇게 했다

시사저널이 여론조사 전문기업 서베이몹에 의뢰해 전국 무당파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는 조사의 특성상 모바일로 진행됐다. 지역별, 연령별, 성별로는 전국의 무당파층 전체를 미리 가늠할 수 없기에 기존 조사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국적으로 10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으며 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해 모바일웹으로 결과를 얻었다. 조사는 10월16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됐다. 정당 지지 여부를 물은 다음, 이 중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에게만 질문했다. 만 19세 이상에게 물어봤으며, 세대 비율은 22~26% 수준으로 맞췄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0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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