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파 대해부③] “바보야, 문제는 정치인의 자질이야”
  • 김택환 경기대 특임교수 (전 중앙일보 기자) (twkim1127@gmail.com)
  • 승인 2019.11.15 07:30
  • 호수 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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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파층, ‘세대교체’에 대한 요구 강해…“586세대 집중으로 젊은 층 요구 반영 안 돼”

대한민국 정치 지형이 바뀌고 있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은 무당파층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40%를 넘어섰다는 여론조사도 나오고 있다. 선진국인 독일·영국·프랑스·일본 등에서도 무당파층의 위력이 강해지고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지적 수준이 높아지면서 정치가 이에 부응하지 못해 탈조직화 및 탈정당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무당파층의 성격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에 대한 단순 무관심이 아니라 오히려 정치에 관심이 높을 뿐 아니라 심판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번 시사저널의 무당파층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시사저널이 국내 언론으론 처음으로 무당파층에 대한 심층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당파층이 급증하게 된 원인은 무엇보다도 ‘현 정치인의 자질 문제’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이어 ‘새 인물 부재’ ‘정치 혐오’ 비중도 높았다. 특히 40세 이상의 나이 든 세대일수록 정치인의 자질에 대한 인식이 나쁘게 나타났다. 국내 정치인들의 욕설 및 막말, 고소 및 고발, 무책임한 행동 등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국회 법사위 소속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 1월부터 9월까지 접수된 국회의원 범죄사건은 1578건이었다. 지난해 전체 1344건을 이미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치 현실에서 무당파가 급증하게 된 원인으로 ‘현 정치에 대한 실망’을 우선적으로 꼽고 있다. 《일본정치론》을 번역한 김두승 한국국방연구원 박사는 “최근 여당과 야당이 보여준 수준이 ‘도긴개긴’으로 유권자들의 실망을 쌓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정치커뮤니케이션이 전공인 홍성철 경기대 교수(미디어영상학과)는 “세대 갈등으로 586(50대, 80년대 학번, 1960년대생)으로 대표되는 기성세대가 장기 집권을 하면서 젊은 층의 요구가 정치에 반영되지 않는 것”을 큰 요인으로 꼽았다.

(왼쪽) 4월29일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왼쪽) 4월29일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공수처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정당 혁명과 인물 교체로 승부수 띄워야

그럼 무당파층을 특정 정당 지지층으로 유인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정당의 새 비전과 공약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이어 세대교체, 새 리더, 선진적 정당 운영에 대한 의견 등도 많았다. 40대에선 세대교체 요구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종합하면, 무당파층은 정당 혁명과 함께 대거 인물 교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당면한 가장 우선적으로 개혁해야 할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경제성장46%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이어 청년일자리 창출, 복지 강화, 정치 개혁이 20%대의 응답률로 나타났다. 현 정부가 가장 잘못하는 정책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도 경제정책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경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인지 지도 분석으로 살펴본 무당파층의 생각

현재 한국의 기존 정당들이 당분간 이들 무당파층으로부터 지지를 받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결과 55.8%가 ‘당분간 지지 정당을 결정하지 않겠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무당파층 유권자 인지 지도’는 향후 정치 지형을 전망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어느 정당 혹은 차기 지도자가 새 리더의 비전과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새로운 능력 있는 인물들과 함께하는가에 따라 한국 정치 지형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무당파층은 ‘새 정치’ ‘새 리더’에 대한 기대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분석이다. 인지 지도 분석 전문가인 안민호 숙명여대 교수는 “인지 지도 분석은 일반 여론조사와 비교할 때 신뢰도와 조사의 타당도가 높다”면서 “신뢰도에서 수십 개의 조사 대상과의 관계구조에 기반해 계산하기 때문에 일부 요인으로 지지도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자료의 특징이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그는 “횡과 종의 매트릭스 그림에 자료가 자리매김하기 때문에 정치 리더와 이슈 간 합종연횡의 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타당도가 높은 정보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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