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직원에 갑질’ 권용원 금투협회장 “사퇴 안 해”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10.31 08: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운전기사와 임직원에게 폭언한 녹취가 공개돼 물의를 빚은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10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퇴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운전기사와 임직원에게 폭언한 녹취가 공개돼 물의를 빚은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10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퇴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갑질 논란에 휩싸인 권용원 금융투자협회(금투협) 회장이 사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거취는 각계각층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힌 지 9일 만이다. 

권 회장은 10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투협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숙고 끝에 남은 임기까지 협회장으로서 직무를 계속 수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투협 이사회는 이날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어 권 회장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 권 회장은 "오늘 열린 이사회에서도 저의 거취에 관해 가감 없는 토론이 있었다고 전달받았다"며 "다시는 이번 사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권 회장은 "(이사회에서) 개인적 사유만으로 거취를 결정하기에는 선출직 회장에게 부여된 임무와 권한의 무게가 너무 무겁고, 경영 공백이 발생하면 파생될 수 있는 문제점도 많으며 진행 중인 사안은 우선 마무리하는 게 책임감 있는 선택이라는 의견을 주셨다"고 전했다. 지난해 2월 취임한 권 회장의 임기는 2021년 2월3일까지다. 

권 회장은 "지금 이 시간부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산업 발전이라는 소임을 다 할 수 있게 모든 열과 성을 다하겠다"면서 "다시 한번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더 낮은 자세로 책임감 있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권 회장이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폭언하고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듯 발언하고 홍보 담당 직원에게 기자를 위협하라고 조언한 사실을 담은 녹취가 10월18일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해당 녹취에서 권 회장은 운전기사에게 "오늘 새벽 3시까지 술 먹으니까 각오하고 오라"고 말하고, 이에 운전기사가 아이 생일이라며 머뭇거리자 "미리 얘기해야지 바보같이, 그러니까 당신이 인정을 못 받잖아"라고 말했다. 그가 직원 앞에서 "너 뭐 잘못했니 얘한테? 너 얘한테 여자를 XXX"이라며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것으로 보이는 발언을 하거나 "네가 기자 애들 쥐어 패버려"라며 기자를 위협하라고 조언하는 내용도 녹취에 담겼다. 

파문이 커지자 권 회장은 사과문을 내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면서 "거취 문제에 관해 관계되는 각계각층의 많은 분의 의견과 뜻을 구해 그에 따르겠다"고 한 바 있다. 

결국 사퇴하지 않기로 결정한 권 회장은 자신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는지 묻는 말에는 "관련 법에 저촉된다면 당연히 처벌을 감수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또 "협회 내에서 갑질로 지적될 수 있는 행위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하겠다"며 "운전기사를 포함한 임직원 근로시간의 체계적 관리 등 전반적인 근로 여건 향상에 노력하고 있으며 저부터 솔선해 늦은 시간 회식 등도 줄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투협은 총 427개 회원사를 보유한 금융투자업계 최대 단체다. 금투협 회장은 업계에서 능력 있고 신망이 두터운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주로 역임해 왔다. 권 회장은 지난해 1월 금투협회장 선거에서 3파전 끝에 당초 예상을 깨고 1차 투표에서 압승(득표율 68.1%)을 거뒀다. 

1961년생인 권 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석사 학위(경영학)를 받았다. 기술고시(21회)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20년간 일한 특이한 이력의 금융투자인이다. 이후 다우기술 부사장, 다우엘실리콘 사장,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을 거쳐 2009년 4월부터 금투협 회장 당선 직전까지 키움증권 사장을 맡았다. 

권 회장은 업계 안팎에서 꼼꼼하고 실용적인 성격으로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2월 금투협 회장으로 취임한 뒤 지속적인 폭언 문제 등을 두고 내부 갈등이 불거졌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