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총리’ 이낙연의 대권 시나리오…이준석 “총선서 경쟁력 검증해야”
  • 한동희 PD·조문희 기자 (firstpd@sisajournal.com)
  • 승인 2019.10.3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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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끝짱]‘최장수 총리’ 이낙연…존재감 키우는 이유는

[시사끝짱]

■ 진행: 소종섭 시사저널 편집국장
■ 대담: 이준석 바른미래당 前 최고위원
■ 제작: 시사저널 한동희 PD, 조문희 기자, 양선영 디자이너
■ 녹화 : 10월29일(화)

 

‘최장수 총리’ 이낙연, 존재감 키우는 이유는

ⓒ 시사끝짱

소종섭: 이낙연 국무총리가 취임 882일을 넘기면서 1987년 이후 최장수 총리가 됐습니다. 동시에 현재 대권 주자 지지도도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이낙연 총리의 향후 정치 행보가 어떻게 될 것인가. 당으로 돌아올 것인가 아니면 총선 지나서까지 계속 국무총리를 할 것인가,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각종 이슈를 쉽고 빠르게 분석하고 해설하는 시사저널TV의 《시사끝짱》 이준석 바른미래당 전 최고위원 모시고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라는 것은 아주 중요한 기록입니다. 이전에는 김황식 총리가 갖고 있던 기록인데, 이 총리가 이 기록을 깼습니다. 그 비결이 뭐라고 보세요? 

이준석: 이낙연 총리의 성정이 문재인 대통령과 궁합이 잘 맞았다고 봅니다.

소종섭: 대통령과 궁합이 잘 맞았다. 

이준석: 예.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도 성정이 맞았기 때문에 계속 동반자로서 갈 수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는 성정이 안 맞아서 싸울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결국 사람마다 (잘 맞는) 조합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요.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낙연 총리의 총선 역할론에 대해서 이낙연 총리가 고심하셔야 될 것이, 본인이 할 수 있는 게 있는가? 

소종섭: 본인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있는가? 

이준석: 그러니까 정치인으로서 어떤 직을 맡을 때는 성과를 낼 수 있는가가 중요하거든요. 근데 이낙연 총리가 예를 들어 당의 비상대책위원장 같은 중책을 맡아서 선거를 지휘한다면, 그런 정도의 위기가 왔다는 건 문재인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거거든요? 그러면 문재인 대통령과 궁합이 잘 맞아서 거의 동일체로 여겨졌던 이낙연 총리가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인가?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 2012년 총선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니까 당시 여당 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대척점에 있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들어왔고, 결국 친이 인사들을 공천 학살하면서 본인이 새로운 인물의 이미지를 갖게 된 건데. 지금 이낙연 총리가 공천 과정에 영향을 끼쳐서 친문 중에 국민들이 보기 싫어하는 사람들 쳐낼 수 있겠느냐? 그런 역할 못하실 거라 봅니다. 대중적으로 봤을 때 아주 존경 받고 또 칭찬 받는 분이라 하더라도 정권 옹호적인 스탠스를 잡았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케이스가 유시민씨거든요. 방송으로 한창 주가 올리다가 이번에 조국 수호 전선에 끼어드는 바람에 지금까지 (쌓아온) 논리적 일관성 이런 거 다 상실하고 검찰 수사도 받아야 되는 그런 상황까지 왔잖아요. 저는 이낙연 총리도 마찬가지인 것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 대립각을 조금이라도 세울 수 있는가? 대립각을 세웠을 때 본인의 권위가 계속 유지될 수 있겠는가? 예전에 김무성 대표도 당 대표 시절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면 지지율이 올라가서 대선 지지율 20%까지 나오더라고요. 근데 박근혜 대통령과 틀어지면 대선 지지율이 내려가요, 역설적으로. 

소종섭: 뿌리가 없으니까 그렇죠. 

이준석: 그건 결국 김무성 대표가 대통령 지지율을 받아와서 20%를 형성했던 것이지, 김무성을 대선 주자로 미는 적극적 지지층이 아니었다는 거예요. 지금 이낙연 총리의 지지율도, 우리가 몇 번이나 얘기 했지만, 다른 사람이 죽어나갈 때 제일 많이 올라가요. 예를 들어 이재명, 김경수 이런 분들이 정치적 곤란을 겪고 있을 때 많이 올라가는 모양새를 보이거든요. 그러니까 그 지점에서 가장 안정적 주자 정도의 위치인 것이지 무조건 이낙연이어야 되는 팬클럽이 붙어 있는 건 아니거든요. 전 그래서 지금 시점에서 이낙연 총리가 선거에서 중책을 맡아가지고 물갈이 같은 혁신적인 방법을 쓰지 않으면 선거에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보고. 대신 그렇게 하면 친문이라는 세력에 집중 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있죠. 그렇게 해서 망하나 이렇게 해서 망하나 좋은 선택지들은 아니다. 

소종섭: 이제 그건 대체제로서 등장하는 과정이고, 그게 아니라 예를 들면 보완제적 이미지로. 이낙연 총리는 또 호남 출신이라는 상징성이 있으니까 수도권의 호남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차원에서 선거의 전면에서 뛰다가 그것이 일정한 성과를 거둔다면, 꼭 각을 세우지 않고서도 본인의 역할을 내세울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이준석: 이낙연 총리님이 나서는 분이 아니잖아요. 대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어려운 성정이시다. 그러기 때문에 그건 생각보다 제한적인 효과밖에 없을 거다. 그러니까 황교안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간택을 받아서 몇 년 동안 총리 하고 나니까 자연스럽게 친박 표가 넘어왔죠. 근데 반대로 친박 표를 항상 의식할 수밖에 없다 보니까 황교안 대표의 행보에 박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보잖아요. 그런 것처럼 이낙연 총리도 그렇게 똑같이 결부되어 버리면 본인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됩니다. 때문에 이낙연 총리로서는 이번에 어떻게든 지역구 의원으로 서울 종로에 출마해서 당선이 돼서 나중에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가 되는, 자력 진출하는 방법이 아마 대선 주자로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아닐까.

소종섭: 본인은 이번에 출마하고 싶어 하는 걸로 보입니까?

이준석: 당 대표로 가는 길이 대권으로 가는 가장 좋은 길이라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소종섭: 그러려면 국회로 들어와야 되니까 내심 내년 총선 출마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이준석: 그래서 이낙연 총리가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는 종로에 황교안 대표 같은 분이 출마하는 거. 그래서 자기가 맞붙을 수 있는 상대가 나오는 것. 

소종섭: 그래서 꺾는 거. 

이준석: 그러면 사실 대선 전초전으로 볼 거 아니겠습니까? 이런 측면에서 흥미로운 선거 그 자체를 원하지 선거 내에서의 애매한 역할을 원하진 않을 것이다. 

소종섭: 아 본인이 선거의 주인공이 돼서 극적인 승리를 일궈내는 그럼으로써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대권가도를 달릴 수 있는 길을 원하지, 선대위원장 이런 거랑은 조금 다를 거다? 

이준석: 예전에 생각해 보시면, 손학규 대표가 2011년에 민주당 대표 되기 전에 뭐가 있었습니까? 분당 재보궐 선거에서 그 당시 강재섭 한나라당 전 대표를 꺾으면서 ‘봐, 나 살아 있어’ 하면서 자신의 위용을 과시하면서 바로 야당의 대표가 됐던 거 아닙니까? 그런 것처럼 본인도 그 정도 급이 되는 인물과 붙어서 관심 받는 선거를 한번 치르고 싶겠죠. 왜냐하면 지금까지 이낙연 총리께서는 선거를 전라남도에서만 치르셔서, 그러니까 수도권 선거를 한 번도 안 치러보신 것도 참 특이한 이력이거든요. 그러니까 전남지사, 그리고 전남, 영광, 함평 이런 곳에서 선거를 치르셨기 때문에 이 총리는 꼭 이게 필요하실 거라고 봅니다. 

 

차기 대선주자 1위 이낙연 대권 시나리오

ⓒ 시사끝짱

소종섭: 만약에 수도권에서, 특히 종로 같은 데서 이낙연 총리가 출마해서 상대방을 꺾고 당선이 된다면 상당한 힘이 실리겠죠. 이낙연 총리가 오늘(10월29일) SNS에 이렇게 글을 올렸어요. ‘국민께 더 낮게, 더 가깝게 다가가며 더 멀리 미래를 준비하는 내각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어법. 세거나 저속한 말이 아니라 나름의 격조 있는 말을 사용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표현해 내는 이 능력이 상당히 호평을 받는 원인인 것 같아요. 

이준석: 이낙연 총리 본인도 언론인 출신이고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언론인 출신이기 때문에 언론에 본인의 메시지를 내는 것에 대해서는 성공을 한 거죠. 또 공교롭게도 최근 대일 관계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아서 활동한 경험도 있기 때문에. 그런데 이건 말 그대로 입시를 위한 스펙 쌓기 정도밖에 안 됩니다. 결국 ‘왜 이낙연인가’를 한 번 만들어야 하고, 그걸 이낙연이 나가서

소종섭: 드라마를 하나 만들어야죠. 

이준석: 누굴 꺾었다 정도의 스토리가 하나 있어야 되거든요. 과거에 이명박, 노무현이 붙어서 이명박이 이긴, 이런 작은 총선 정도의 결과라도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소종섭: 여권에서 이런 얘기도 나오는 것 같아요. 이낙연 총리가 나와서 드라마를 만들고 대권가도를 타는 것이 친문 세력으로서는 그렇게 원하는 시나리오가 아니기 때문에 이낙연 총리가 이번 총선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이준석: 그래서 ‘백의종군’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나의 후보로서 주요 전선을 맡는 지휘관 정도의 역할을 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누군가에 대해 생사여탈을 해야 하는 위치라든지 아니면 어떤 전략을 수립해서 다수에게 영향을 끼치는 자리라든지 이런 것들은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실 것 같다.

소종섭: 이 최고위원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최종적으로 민주당의 대권후보가 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 된다고 보세요? 

이준석: 만약 이번 총선에서 어떤 스토리를 쓸 수 있다고 한다면 유력해 질 것이라고 보고요. 오히려 이번 총선에서 무슨 관리직 비슷한 느낌을 주는 위치로 가게 된다면 정치인 이낙연 이미지보다는 행정가로서 이미지가 굳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소종섭: 유력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뭔가요? 

이준석: 지금까지 정권 창출 전략을 보면 부산 출신, PK 출신 인사를 밀어 올려야 된다는 전략이 노무현, 문재인까지는 통했을지 모르지만, 친노 친문 정권에서 그 다음에 만들어 내려고 했던 것이 김경수, 조국이거든요. 사실 둘 다 처참한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그 모델에 대한 반감이 들 때가 됐다. 또 남아있는 PK 출신 주자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또 하나 검증된 것이 호남 출신의 DJ가 다른 세력과 일정 부분 연대해서 집권을 이룬 게 DJP 연대론이었잖아요. 그러니까 호남 출신 주자가 충분히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될 거다. 오히려 PK 출신 집권 전략이라는 게 국민들한테 너무 빤히 보이기 때문에 옛날만큼 감흥을 못 느끼는 거죠. 

소종섭: 과거보다 지역구도가 약화됐기 때문에 호남 출신 주자가 나와도 영남 표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준석: 대신 누군가와 연대해야 됩니다. 단순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DJ 표만으로 안 됐던 것처럼, 호남 표만으로 어렵다면 연대 대상을 찾을 수 있는데 그것이 누굴까는 두고 봐야 하는 것일 테고요. 

소종섭: 내년 총선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드라마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대권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지 않겠냐는 게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전망입니다. 한번 잘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 본문에 포함된 여론조사는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에 의뢰해 10월27일~29일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를 설문한 결과입니다. 이 조사는 전국 성인남녀 103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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