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의 종말은 아직 멀었다
  • 오은경 동덕여대 교수·유라시아투르크연구소장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19.11.01 13:00
  • 호수 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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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괴 알바그다디 죽음이 또 다른 테러의 동기부여 될 수도
[오은경 동덕여대 교수 기고]

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사망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10월27일 미군의 특수작전 끝에 알바그다디가 사망했다고 발표하면서 탄핵 국면에 직면한 자신의 위기를 은근슬쩍 넘어서려 하고 있다. 시리아 국경지역에서 피신생활을 하던 알바그다디는 미리 입수한 은신처 정보를 가지고 추격해 온 군견과 특수부대 요원들에게 쫓기던 중 조끼에 달린 자실폭탄을 터뜨려 사망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알바그다디가 분명한지에 대한 신원 파악은 쿠르드족 비밀요원이 사전에 입수한 그의 속옷을 통해 확보한 DNA로 확인되었다. 알바그다디의 죽음으로 IS 기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과연 그것이 IS의 종말로 이르게 될지에 대한 견해는 비관적이다.

알바그다디는 이라크 사마라에서 태어났고 본명은 아와드 이브라힘 알리 알바드리 알사마라이다. ‘아부 바크르’는 무함마드 사망 후 정통 칼리프 시대의 초대 칼리프(신의 대리인)였다. 여기에 ‘알바그다디’라는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를 이끌었던 총사령관의 이름을 따서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라는 가명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슬람 신학대학교 출신이며 이슬람 율법으로 이라크 국립 사담대(현 나레인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그는 원래 말이 없고 조용한 성격이었는데, 2004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에 잡혀 이라크 남부 부카 캠프에 투옥되면서 그의 인생은 탈바꿈하게 된다. 교도소 수감생활을 하는 시간 동안 혁명적 전사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사망으로 IS 조직의 테러는 오히려 더 강화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의 사망으로 IS 조직의 테러는 오히려 더 강화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변형된 테러조직도 나타날 가능성

알카에다에서 갈라져 나와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를 만든 아부 무사르 알자르카위는 그의 스승 격이다. 시리아 내전을 틈타 그들의 조직은 급성장했고, 결국에는 IS(Islamic State·이슬람국가)를 만들어 ‘국가’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2006년 미군의 공습으로 알자르카위가 사망하자 알바그다디가 수장을 맡았다. IS는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는 과격한 테러조직으로 성장하게 된다. 뿌리가 알카에다에 있다고 해도, 알카에다와 IS는 노선이 매우 달랐다. 9·11 테러를 자행했던 알카에다는 서구와 비이슬람권을 겨냥한 테러조직이었지만, IS는 같은 무슬림 내에서도 ‘좋은 이슬람’과 ‘나쁜 이슬람’을 구별했다. 이슬람 율법대로 살고 있지 않은 나라는 모두 테러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알바그다디가 이슬람 율법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고학력자였기 때문에 이슬람원리주의를 추종하는 테러조직에서 그는 신뢰받는 지도자가 될 수 있었고, 더불어 지도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가장 큰 위협은 IS가 단순한 테러조직에 머물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들은 공격지를 점령해 영토를 확보하고 명실공히 ‘국가’임을 공포했다. 국가 조직 체계를 갖추고 있었고, 통치 시스템도 있었다. 국제 언론과 소통하고 여론을 움직이는 채널도 확보하고 있었다. 군대도 조직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IS를 이끌었던 알바그다디가 자신을 ‘칼리프’로 천명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과거 오스만제국이 1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하고 터키공화국이 수립되면서 칼리프 제도는 폐지되었다. 엄밀한 의미로 칼리프가 폐지됨에 따라 지구상에서 ‘이슬람국가’는 사라졌다고 봐야 할 수도 있다. 칼리프는 이슬람국가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백에 알바그다디는 칼리프를 자칭하며, 이슬람국가임을 전 세계에 공포한 것이다.

그는 신정일치 국가 수립을 목표로 했다. 무함마드 사후 이슬람 율법으로 지배하던 이슬람 공동체 ‘움마’를 모델로 하는 ‘정통 칼리프 시대’를 이슬람의 황금시대로 보고, 그 시대를 재현하기를 희망했다. 이슬람을 서구자본주의 시대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다문화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지 못한 이민 3·4세대인 소위 ‘외로운 늑대’들을 유인했다. 평등하고 공정한 이슬람 율법으로 통치하는 신정일치 사회에 대한 청사진은 서구 이민자 사회에서 소외되고 낙오된 그들에게는 한 줄기 희망이었고 빛이었다. 그러나 이런 이상향은 현실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 IS는 여러 차례 잔혹한 테러 사건을 주도했으며, 이교도들을 노예로 만들어 박해했고, 여성들을 성노예로 만들고, 무고한 민간인들을 참수하는 등 무차별한 인권유린의 참상을 빚어냈다.

IS는 2014년 오바마 정부 주도로 국제연합군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면서, 미군과 쿠르드 군대의 소탕작전으로 점차 자금줄이 끊기고, 근거지를 잃게 되자 세력이 약화되어 국제사회에서 크게 언론에 노출되는 횟수가 줄었다. 2019년 초에는 마지막 근거지까지 완전히 점령당한 상태였다. 그러나 IS가 완전히 세력을 잃거나 소멸한 것은 아니었다. 점조직으로 움직이면서 중동과 아프리카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잔당 세력들이 연계하면서 활약하고 있다. 따라서 IS의 최고사령관인 알바그다디의 사망은 분명 IS에 타격이 될 수 있지만, IS의 소멸이나 종말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이들 조직이 ‘지하디스트’가 되기를 추구하는 조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들이 적으로 설정하고 있는 서구의 공격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알바그다디는 영웅화되고 미화되어 생존해 있는 잔당 세력들에게 또 다른 테러의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은 알바그다디에 이어 IS 고위급 인물들을 제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2인자로 추정되는 아부 알하산 알무하지르도 별도 작전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IS는 알쿠라이시를 공식적인 후계자로 발표했다. '쿠라이시'는 가명인 것으로 보이는데, 쿠라이시라는 이름을 쓴 이유도 무함마드의 가문이라는 정통성을 내세워 IS 조직에 대한 장악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전혀 서구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던 알쿠라이시는 누구이며, 과연 그가 알바그다디 만큼의 조직 장악력과 지도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 있다.

사망한 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 연합뉴스
사망한 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 연합뉴스

‘쿠르드 사태가 IS 조직을 더 키울 것’ 전망 

중요한 것은 단순히 2인자의 부각 여부만이 아니다. IS 자체가 점조직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널리 퍼져 있고, 보코하람과 같은 아프리카 테러조직과도 깊은 유대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IS가 지난 10년간 시리아 내전을 기회로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현재 시리아와 이라크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또 다른 어떤 기형적 테러조직을 잉태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미국이 시리아에서 철수함과 동시에 터키가 시리아 쿠르드민병대(YPG)를 공격했고,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로 진군해 쿠르드인으로 구성된 시리아민주군(SDF)과 충돌을 벌이면서 쿠르드인이 관리하던 카미쉴리와 알하사카 수용소에 포로로 잡혀 있던 IS 수감자들이 대거 탈출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미국의 배신으로 뒤통수를 맞은 시리아민주군은 IS의 패배를 ‘무효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데, 그들의 이러한 경고는 결코 공허한 협박이라고 넘길 수만은 없다. 트럼프가 탄핵 정국을 무마하기 위해 IS 수뇌의 사망이라는 카드를 ‘IS 소탕’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에 여론이 그리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만일 앞으로 중동지역에서 또 다른 변형된 테러조직이 출몰한다면, 거기에는 미국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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