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박근혜 메시지 통해 통합 물꼬 터질 수 있다”
  • 안성모 기자 (asm@sisajournal.com)
  • 승인 2019.11.04 13:00
  • 호수 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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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사저널TV 출연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청와대 왜 나쁜 결정 내리는지 분석해야”

보수진영의 잠룡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가 “통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전 위원장은 10월30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분열 구도가 더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을 하는데 그 반대라고 본다”며 “오히려 통합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당의 현 상황에 대해서는 “60%가 넘는 비호감도의 벽을 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굉장히 아쉽고 답답하다”며 “비호감도의 벽을 부숴야 좋은 분들이 많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권을 향해서는 비난의 날을 곧추세웠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가진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에 대해 “재정 건전성이 좋으니까 돈 더 쓰겠다는 게 대통령이 할 이야기냐”며 “굉장히 놀랐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의사결정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청와대가 계속 잘못된 결정을 하고 있는데 의사결정 구조가 고장 났다”며 “왜 나쁜 결정이 계속되는지,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청와대가 찾아내지 못하면 대통령이 불행해지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국가가 불행해진다”고 지적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 시사저널 이종현

황교안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당내 사정이 안팎으로 쉽지가 않다. 당을 이끌어가기가 정말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까 다소 불안하고 혹시 또 무슨 실수를 할까, 또 어떤 일이 터져나올까 걱정을 하고 있다. 특히 60%가 넘는 비호감도의 벽을 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굉장히 아쉽고 답답한 상황이다.”

어떻게 하면 비호감의 벽을 부술 수 있다고 보나.

“깃발이 선명해야 한다. 저 당이 도대체 어디를 향하는지 그 가치나 원칙 같은 것이 분명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는 인적 쇄신이 굉장히 중요한데, 인적 쇄신의 기본적인 원칙과 방향이 분명하고 실행 의지가 확고할 때 비호감의 벽이 깨지면서 좋은 인사들이 영입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쉽지 않은 이야기다.”

보수 세력 진영에서는 내년 총선을 민주당과 통합된 보수의 양강 구도로 치르고 싶을 텐데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나.

“지금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쉽진 않을 거다. 여기에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통과된다면 통합은 더 어려워진다고 봐야 한다. 보수 쪽에서도 비례대표 의석을 목표로 한 정당이 몇 개 더 생겨날 가능성까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계속 메시지를 보내는 이른바 ‘박근혜 변수’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많은 분들이 분열 구도가 더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시는데 그 반대라고 본다. 오히려 통합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 간접적인 메시지라도 통합을 시사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통합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통합이 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간접적인 메시지라도 있어야지 통합이 활성화될 거다.”

정치인으로서 박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나.

“인물평을 하기는 좀 그렇다. 지금 와서 이렇다 저렇다 한다기보다 이렇게 된 상황 자체가 인간적으로 너무 안타깝다. 충분히 그러지 않을 수 있었고 또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건데 지금 이런 일이 벌어져 너무 안타깝고 가슴 아프다. 조금 더 자비를 베풀어줘도 되는데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일국의 대통령을 지내신 분인데.”

박 전 대통령을 풀어줄 때가 됐다는 건가.

“그렇다. 여러 가지 잘못도 있을 수 있겠지만 대통령의 잘못이라는 게 대통령 한 사람의 잘못만 있겠나. 여러 변수가 다 작용한다. 지금도 그러지 않나. 문재인 대통령이 하는 거 보면 이게 사람의 잘못인지 제도의 잘못인지 아니면 참모들의 잘못인지 막 뒤섞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나. 최고지도자를 지낸 사람에 대해 우리가 좀 큰 틀에서 조치를 해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인가.

“한국의 모든 대통령이 불행해지지 않았나. 이쯤 되면 그 불행해지는 구조에 대해 고민을 좀 해야 된다. 왜 이렇게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다 불행하게 될까. 결과가 반복될 때는 왜 그럴까에 대한 구조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 출마가 거론된다.

“아직까지 지역을 막론하고 출마한다, 안 한다 이야기한 적이 없다. 아무래도 대구에 자주 내려가고, 또 대구분들을 자주 만나고 하니까. 지금 보수정치와 진보정치의 균형이 전혀 안 맞다. 어느 순간 진보정치와 좌파정치가 굉장히 강세고, 보수정치와 우파정치가 약세를 띠고 있다. 균형을 안 맞추면 그만큼 정치 파행이 계속될 거라 보는데 그런 점에서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 지역의 정치를 복원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최순실 사태 이후 영남 정치지도자들이 다 무너져버렸다. 보수정치와 진보정치의 균형을 이루는 첫발이 바로 영남권에서 잠재적 지도자군을 형성하는 거라고 본다.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아, 수성갑인가 보다’ 이러는 건데 부정은 못 하는 게 그럴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정권과 문재인 정권은 다르다는 이야기를 했다. 노무현 정권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기도 했는데 어떤 측면에서 다르다는 건가.

“지지 기반, 지지 세력 자체가 다르다. 호남 쪽의 지지를 받은 건 양쪽이 같지만, 지역 기반이 아닌 정치·경제 공간에서의 기반을 보면 문재인 정권은 노동세력, 이념세력, 그리고 예전의 운동세력이 기반이 돼 있다. 노무현 정권은 정치·경제 공간에서 노동세력과 이념세력, 운동세력하고 잘 안 맞았다. 그래서 그때는 노동세력에 반하는 정책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 안에 우파가 존재할 수 있었다. 우파 지식인들이 안에 포진하고 이들이 집권 후반기에 오히려 주도권을 행사하는 일이 있을 수 있었다. 그런데 현 정부 안에서는 우파가 존재할 수 없다. 노동세력과 이념세력, 운동세력이 우파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정책이 좌파 정책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거다.”

최근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듣고 나서 절망을 느낀다고 했는데 어떤 맥락에서인가.

“우리 재정이 건전 재정이라고 했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전한 건 맞다. 그 재정 건전성이 우리 국가의 경쟁력이다.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고 그나마 얘기하는 게 재정 건전성인데 재정이 건전하니까 돈을 막 쓰겠다는 거다. 재정 건전성을 어떻게 유지하면서 재정을 쓰겠다고 하면 좋다. 이렇게 하면 돈이 어떻게 들어올 것이라든가 하는 게 있어야지, 재정 건전성이 좋으니까 재정을 더 써도 된다? 인구가 줄고 있어 미래 세대는 점점 부담해야 할 돈이 많아지는데 그때 가서 재정 건전성이 나빠지면 우리 젊은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건가. 재정 건전성이 좋으니까 돈 더 쓰겠다는 게 대통령이 할 말인가. 굉장히 놀랐고 화가 났다.”

청와대의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나.

“의사결정을 할 때 나쁜 결정을 하는 사람은 계속 나쁜 결정을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는데, 실패에서 배우고 자신을 변화시켜야 성공을 하는 거다. 그 과정이 없으면 실패하는 사람은 계속 실패하는 결정만 한다. 지금 청와대를 보면 계속 잘못된 결정을 하고 있다. 의사결정 구조가 고장 난 거다. 이게 왜 걱정이냐면 경제정책이나 노동정책의 경우 고장 난 걸 고치면 된다. 문제는 외교안보 사안이다. 다른 국가와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문제는 한 번 결정하면 우리 마음대로 고칠 수가 없다. 외교안보 부문에서 조국 장관 임명과 같은 결정을 할까 두려운 거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는 건가.

“정보의 왜곡인지, 사람의 문제인지, 아니면 시스템의 문제인지 청와대가 지금 바로 분석해야 한다. 왜 이런 나쁜 결정이 계속되는지,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찾아내야 한다. 못 찾으면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 전체가 불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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