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제대로 살리는 방법 ‘TNR’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04 15:00
  • 호수 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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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동물사전] 포획(T), 중성화(N), 방사(R) 효과 과학적으로 증명돼

이웃 간 다툼의 원인이 된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길고양이를 눈엣가시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쥐약을 놓아 죽이려 하거나 지방자치단체에 잡아가라고 신고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길고양이를 임의로 포획하거나 다치게 하는 행위, 죽이는 행위는 명백한 동물 학대로 처벌 대상이다. 더군다나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다. 지금 당장 우리 동네의 길고양이들을 다 잡아간다 해도 그 주변에 있는 고양이들이 비어 있는 공간을 다시 채우게 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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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한 길고양이, 부어 있는 상태”

여러 가지 이유로 당장 동네에 있는 길고양이를 없애는 것은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 길고양이 숫자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TNR’이다. TNR이란 길고양이를 안전하게 포획(Trap)해 중성화(Neuter)한 뒤 원래 살던 장소에 방사(Return)하는 방법이다. 그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어 많은 국가에서 채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지자체를 통해 시행되고 있다. 중성화를 한 고양이가 영역을 지키고 살아가기 때문에 추가적인 번식이 없고, 발정으로 인한 여러 가지 소음이나 영역다툼도 줄어들게 된다.

가끔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 중에 고양이들에게 사료와 물을 주고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데는 적극적이지만 TNR에는 무관심한 경우가 있다. 이런 식으로 길고양이를 돌보는 것이 당장은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리 내 임신으로 새끼 고양이들이 태어나게 되고 그렇게 점점 늘어나는 개체 수로 인해 살아가는 환경은 더더욱 열악해진다. 길고양이를 제대로 돌보기 위해서는 TNR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요구된다.

길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동네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을 잘 돌보는 것이다. 잘 돌보는 방법의 첫 번째는 먹을 것이 부족해 쓰레기봉투나 음식물쓰레기를 뒤지는 녀석들을 위해 사료를 챙겨주는 것이다. 간혹 참치캔이나 우유를 챙겨주는 경우가 있는데, 참치캔에는 기름기가 많고 사람이 먹는 우유는 소화가 어려워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니 지속적으로 주는 것은 좋지 않다. 그리고 밥을 챙겨준 자리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도 이웃을 위한 기본적인 배려다.

두 번째는 깨끗한 물을 챙겨주는 것이다. 간혹 길고양이들의 통통한 모습을 보고 이것저것 잘 먹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길고양이들이 염분이 많은 음식을 먹는 데 비해 물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몸이 부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염분이 과잉되는 경우 장기적으로 신장이나 심장에 문제를 일으킨다. 가장 중요한 마지막은 동네 길고양이들이 일정한 개체 수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TNR 사업에 동참하는 것이다.

집에서 사는 고양이의 평균수명은 10~15년 정도다. 반면 길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의 평균수명은 3~4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만큼 제대로 된 영양섭취가 어렵고, 더위나 추위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제 수명을 다 채우지 못하고 죽는 것이다. 이렇듯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전쟁을 치러야 하는 길고양이에게 따듯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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