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골든타임 놓쳐”…文정권 향해 작심발언 쏟아낸 심상정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10.3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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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청와대 '전방위 비판'
"한국당 기득권 유지를 위해 개혁 거부하는 '밥그릇 본색'"
"文정부 집권초기 강력한 개혁 밀어붙였어야…성찰해야"

“원래 편들어 주던 사람한테 맞으면 더 아프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31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가운데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는 “(정의당이) 한국당 비판하는 거야 놀랍지도 않은데, 아마 민주당이나 청와대도 좀 뜨끔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실제 이날 심 대표는 한국당 뿐 아니라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향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개혁과제들의 성과와 속도 모두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앞에 선 민주당 의원들 중 일부가 눈을 감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정치개혁을 위해 여권의 우군으로 활동하던 정의당이, ‘조국 사태’ 이후 대중의 비판에 직면하면서 민주당과 거리 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3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3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심 대표의 대표연설 첫 화두는 반성이었다. 심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이른바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아 정의당이 비판받았던 것을 언급하며 "특권정치 교체를 위해 불가피하게 제도개혁을 선택한 것임을 왜 몰라 주냐고 항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 짧은 생각이었다"며 "질책은 아무리 절실한 제도 개혁이라도 일관되게 지켜온 원칙과 가치에 앞설 수 없음을 일깨우는 죽비 소리였다"고 했다. 심 대표는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보고 나갈 길을 철저히 점검하겠다"며 "불평등 타파·특권정치 교체로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심 대표는 국회가 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의원 세비의 최저임금 5배 이내 제한 △현행 보좌진 수 9→5명 감축 및 보좌인력풀 제도 도입 △'셀프' 세비 인상·외유성 출장·제 식구 감싸기 금지 3법 통과 △이해충돌 방지 조항 도입을 통한 공직자윤리법 강화 △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등 5대 국회개혁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여야 5당이 참여하는 정치협상회의에서 공식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심 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을 반대하는 한국당을 향해서는 "지도부가 총출동해 연일 정의당을 공격한다. 참으로 딱하다"며 "기득권 유지를 위해 개혁을 거부해온 '밥그릇 본색'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불공정한 선거제도에 기대지 말고 작년 12월15일 나경원 원내대표도 합의한 대국민약속에 따라 연동형비례대표제 개혁에 동참하라”고 주장했다.

심 대표의 날선 비판은 보수진영을 넘어 진보진영, 나아가 문재인 정부를 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촛불의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개혁은 밀고 후퇴는 막는 역할을 자임해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쳐 탄핵세력이 부활하고 민생이 후퇴되고 있는 현실에 시민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집권초기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고 국정농단세력이 숨죽이고 있을 때 강력한 개혁연대로 밀어붙였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여당은 더불어민주당 책임정부임을 앞세우며 탄핵연대를 개혁의 우군으로 만드는 일을 소홀히 했다”며 “뒤늦게 검찰개혁, 선거제도개혁 패스트트랙으로 개혁연대를 복원했지만 시기가 늦은 만큼 그 과정은 험난했다. 집권초기라면 수구세력들이 이토록 막무가내로 반대할 수 있었겠는지 정부여당은 자문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이어 정부여당을 향해 “새로운 사회를 열망하는 촛불민심을 모두 대통령과 여당을 향한 환호와 지지로 착각하지 않았는지, 집권포만감에 젖어 개혁의 황금시기를 놓친 것은 아닌지 뼈 아픈 성찰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정부의 정시 확대 방안과 관련해선 "사교육 과열, 입시 불평등 확대, 부모 찬스 강화로 나타날 위험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노동정책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사회'가 길을 잃었다"며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무기계약직 전환, 자회사 남발, 경쟁채용 확대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고 했다. 또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주 52시간제 시행에 들어갔지만, 계도기간을 설정해 처벌을 유예했다. 그도 모자라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심 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은 결과적으로 을(乙)과 을(乙)의 싸움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감한 시장 구조개혁은 하지 않고 사회정책인 최저임금을 그 중심에 놓음으로서, 재벌·대기업 시장 기득권세력에게는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중소기업·자영업자와 저임금 노동자들 간의 싸움으로 떠넘겨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혁신성장'은 재벌, 대기업의 투자와 일자리에 매달리고, 그 대가로 세제혜택과 규제완화에 나서는 철지난 낙수경제로 회귀해 버렸다"고 비판했다.

정부와 국회에 대한 작심발언을 이어간 심 대표는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청년, 여성, 성 소수자, 이주민,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농민, 문화예술인 등 당사자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과감히 열어야 한다. 이 순간 저는 20∼30대 청년 50명 이상이 이곳 본회의장에 앉아 있는 다음 세대를 위한 21대 국회를 상상해 본다”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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