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파 대해부⑤] ‘Again 2016’ 꿈꾸는 중도 정당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9.11.15 07:30
  • 호수 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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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싸움에 ‘꿈’만 꾸고 있는 중도 정당들…민주·한국, 무당파층·중도층 흡수 전략에 고심

지난 9월, 흥미로운 여론조사가 등장했다. SBS가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9월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 조사 결과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30.5%, ‘모르겠다’는 답이 8%로 나왔다. 두 결과를 합치면 사실상 무당파층이 38.5%에 달하는 수치다. 한길리서치가 10월3일부터 6일까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무당파층이 더 많이 나왔다. 이 조사에서 ‘잘 모름/무응답’은 4.3% ‘지지 정당이 없다’는 답은 무려 42.2%였다. 두 답변을 합치면 46.5%에 이르는 무당파층이 조사된 셈이다.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한 것이다.(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이러한 결과가 나오며 한때 정치권이 술렁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칸타코리아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9월16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드디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고, 노골적으로 (여당)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며 “의원들의 사활을 건 정기국회 투쟁을 통해 무당파층을 한국당이 흡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리얼미터(YTN 의뢰)나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는 무당파층의 두드러진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사태가 벌어진 8월부터 10월까지 리얼미터 주중집계와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무당파층은 꾸준히 비슷한 비율을 유지했다. 리얼미터는 8월 1주 14.2%에서 9월 1주 15.5%까지 증가했지만, 10월 4주에는 12.7%로 다시 감소하며 12~15%대를 유지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23~27%대의 무당파층이 집계됐다.

이 같은 조사 결과의 차이는 질문 방법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통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을 물을 때 재질문을 통해 조금 더 자세한 정당 지지 성향을 묻는 데 반해, 재질문을 하지 않을 경우 첫 대답이 무당층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한길리서치나 칸타코리아의 경우는 지지 정당을 묻는 질문에서 재차 질문을 하지 않았다. 이 경우 대부분 ‘모른다’거나 ‘지지 정당이 없다’는 답을 우선적으로 하게 된다. 그 결과 무당층이 전체 1등으로 나타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4월15일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20대 총선 당선인들이 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해단식 및 당선인 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6년 4월15일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20대 총선 당선인들이 서울 마포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해단식 및 당선인 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당 돌풍에서 드러난 ‘무당파층의 힘’

그렇다면 실제 무당파층의 영향력은 얼마나 될까. 최근 선거에서 무당파층 내지는 중도층의 표심이 가장 잘 드러난 선거는 2016년 20대 총선이었다. 당시 안철수라는 새로운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국민의당은 서울 2석을 포함해 지역구 25석을 확보하며 안전하게 교섭단체를 꾸리는 데 성공했다. 더 놀라운 결과는 정당 득표율이었다. 비례대표를 결정하는 정당 득표에서 국민의당은 26.7%의 득표율로 2위를 기록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33.6%로 1위였고,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5.5%로 국민의당에 오히려 뒤졌다. 국민의당은 이 성적으로 비례대표 13석을 확보하며 총 38석으로 어느 당도 무시할 수 없는 ‘캐스팅보터’의 자리를 차지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과반에 30여 석 못 미치는 120석 전후에 머무르면서 국민의당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이런 결과가 가능했던 것은 안철수 전 대표의 이미지가 기존 정치와는 다른 신선함을 안겼기 때문이었다. 이은영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기존 정치에 혐오감을 느끼는 유권자의 경우에는 정치권과 거리가 멀면서 성공한 인물에게 매력을 느끼기 마련이다. 중도 유권자들이 특히 그런 성향이 많다. 그로 인해 당시 선거에서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키는 게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여기에 걸맞은 인물이 나타났을 경우 중도층이나 무당파층은 힘을 발휘한다. 다만 여기에 신선한 정책과 인물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에는 뒷심을 갖기 힘들다. 국민의당이 보수개혁 정당을 표방한 바른정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으로 탄생할 때만 해도 ‘제3세력’의 힘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기존 정치와의 차별성을 내세우는 데 실패하며 지지율이 오히려 급락했다. 배종찬 소장은 “새로운 세력이 나타나려면 새로운 인물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책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그것에 실패할 경우 실망한 유권자는 지지를 금방 거두게 된다”고 말했다.

“인재가 곧 확장성 담보한다”

내년 21대 총선을 앞둔 여야 각 당의 전략에는 아직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우선 첫 번째 과제는 인재 영입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인재 영입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총선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은 10월28일 윤호중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총선기획단을 설치했다. 이르면 11월초 이해찬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인재영입위원회를 출범할 예정이다. 인재영입위원회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백원우 부원장이 실무를 맡아 청년 대표자 등 다양한 인사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원장은 지난 5월 민주연구원장 취임 직후부터 사실상 민주연구원을 인재 영입의 ‘베이스캠프’로 꾸려왔다. 이해찬 대표는 10월3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주 중 총선기획단 위원 선임을 마무리하고 실무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면서 “곧 인재영입위원회도 출범시킬 계획인데 민주당의 가치를 공유하는 참신한 인물을 영입해 준비된 정책과 인물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민주당보다 먼저 인재 영입 발표에 나서며 선수를 쳤다. 한국당은 10월31일 제1차 영입 인재 환영식에서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를 포함한 8명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인재 영입 과정에서 당내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당초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영입 1호’로 내세우려 했지만 ‘공관병 갑질 논란’ 등으로 인해 당내에서도 적절치 못한 영입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결국 박 전 대장은 이번 영입 발표에서 제외됐다.

민주당과 한국당보다 중도·무당파층 공략에 더 적극적이어야 할 중도 성향 정당들의 경우에는 집안싸움이 극화되면서 정작 총선 전략은 제대로 진행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당권파인 손학규 대표 측과 유승민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 측이 극단적으로 갈라서면서 언제쯤 정계개편이 본격화할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손 대표 측은 “이제는 하루라도 빨리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새 판을 짜야 하지 않겠나”라며 “현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경청하고 있다. 당내 정리가 끝나면 본격적인 인재 영입 및 총선 준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새 인물을 영입한 후 대안신당(가칭)이나 민주평화당 의원들은 개별 입당 형태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또 다른 중도 정당인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 역시 ‘제3지대 구축’을 내세우고 있지만 뚜렷한 움직임은 아직 포착되지 않는다. 민주평화당에서 떨어져 나온 대안신당은 오는 11월17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창당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는 “새로운 인물이 제3지대를 이끌고 중도개혁 노선을 지향하면 내년 21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은영 전 소장은 “최근의 정당 지지율 추이를 보면 여야 대치 상황으로 인한 지지층 결집 현상 등으로 인해 양당체제가 강화되는 양상”이라며 “내년 총선에 ‘제3정당’의 선전보다는 양당체제로의 회귀 가능성이 현재까지는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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