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모친상 조의문 보낸 다음 날 초대형방사포 시험사격한 北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11.0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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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매체들 “성과적, 전투성능 확증”
보도수위는 조절…노동신문 2면 게재, 김정은 좋아하는 사진 없어
정성장 박사 “얼마나 대화하기 힘든 상대인지 보여줘”
북한이 10월31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북한 관영매체들이 11월1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공개한 시험사격 모습. ⓒ 연합뉴스
북한이 10월31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북한 관영매체들이 11월1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공개한 시험사격 모습. ⓒ 연합뉴스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의 연속시험사격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보도 수위를 다소 조절했으나, 문재인 대통령 모친상을 맞아 조의문을 보낸 바로 다음 날 도발을 감행한 것은 여전히 암울한 남북 관계 현실을 방증한다.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11월1일 북한 국방과학원이 전날 오후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성과적'(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은 지난 9월10일과 8월24일에 이어 세 번째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10월31일 오후 평안남도 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국방과학원에서는 초대형 방사포의 연속사격체계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데 목적을 두고 시험사격을 조직하였다"며 "연속사격체계의 안전성 검열을 통해 유일무이한 우리 식 초대형 방사포 무기체계의 전투적 성능과 실전능력 완벽성이 확증되었다"고 전했다. 

또 "이번 시험사격을 통하여 연속사격체계의 완벽성까지 검증됨으로써 초대형방사포무기체계의 기습적인 타격으로 적의 집단목표나 지정된 목표구역을 초강력으로 초토화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10일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 2발 중 한 발은 내륙에 낙하해 실패한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북한 매체 보도에는 이번과 달리 성공했다는 언급이 없었다. 현장에 갔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연발 사격시험만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평가해 추가 발사를 시사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세 번째 시험발사 현장에는 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성공적인 시험사격 결과는 현지에서 당중앙위원회에 직접 보고되었다"면서 "최고영도자 동지(김 위원장)께서는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에 대한 국방과학원의 군사기술적 평가를 보고받으시고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시면서 나라의 자위적 군사력 발전과 우리 무력의 강화를 위해 헌신적으로 투쟁해 가고 있는 국방과학자들에게 축하를 보내셨다"고 했다. 

다만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나 군수공업 분야 간부들이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는' 사진은 보도하지 않았다. 방사포 시험사격 사진 한 장만 공개했다. 

이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외부세계의 비난을 고려해 보도 수위를 조절한 듯하다"며 "노동신문에도 관련 기사를 (1면이 아닌) 2면에 게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본부장은 "아무리 자위적 군사력 발전이 시급했다고 해도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모친상 조의문을 보낸 다음 날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승인했다는 것은 외부세계에선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라며 "북한이 얼마나 일방주의적·자기중심적이며 대화하기 힘든 상대인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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