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일하는 법
  •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MBC 논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14 13:00
  • 호수 1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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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책임지는 직권남용보다 직무유기가 낫다?

도대체 ‘타다 사태’는 어떻게 된 것일까. 지금까지 나온 얘기들만 정리하자면 검찰은 국토부에 먼저 ‘타다’의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한 의견조회 공문을 보냈다. 국토부는 독촉에도 불구하고 아무 답을 내놓지 않았고, 결국 검찰은 법무부에 기소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보고했다. 법무부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검찰은 법무부의 요청대로 기다렸다. 검찰이 기다리는 동안 법무부와 국토부는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고, 마침내 검찰은 불구속 기소를 하게 됐다. 검찰이 불구속 기소를 하고 나자, 그제야 총리부터 부총리, 국토부 장관과 중소기업부 장관까지 모두 나서 검찰의 조치를 비판한다.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는 혁신경제에 대한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가 드러났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타다 사태’는 갈등이 심각한 사안을 관리해야 하는 정부가 어떻게 일하는지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 연합뉴스
‘타다 사태’는 갈등이 심각한 사안을 관리해야 하는 정부가 어떻게 일하는지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 연합뉴스

정부, 허술하고 부실한 구석 많아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렇게 과장할 일은 아니다. ‘타다’ 문제로 드러난 것은 정부가 일을 처리하는 방법일 뿐이다. 알고 보면 이런 모습은 보수와 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반복돼 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느 조직이나 다 그렇지만 정부라는 조직도 생각보다 허술한 구석이 많다.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도 일반 시민들이 짐작하는 것보다는 부실할 때가 적지 않다. 특히 사회적 갈등이 심한 이슈의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제한적이고, 선택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는 정보는 부족할 때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도 정치권과 시민사회, 그리고 언론의 압력은 이어지고 정부는 어떻게든 결정을 해야 한다. 그게 원칙이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섰다가 일이 잘못되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문제다. ‘타다’의 경우 택시기사들은 말 그대로 생존권을 걸었다. 정말 갈등이 첨예한 이런 사안의 경우 먼저 움직이는 곳은 자칫 잘못하면 일을 키우는 꼴이 되기 쉽다.

그래서 갈등이 심각한 사안의 경우 정부의 첫 번째 규칙은 먼저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관료사회에서 나오는 말은 일하지 않아서 책임을 지는 직무유기가, 일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직권남용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형법에도 직무유기는 1년 이하의 징역이지만 직권남용은 5년 이하의 징역으로 돼 있다.

무사안일이라고 비난할 일만은 아니다. 생각보다 괜찮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정부가 나서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경우도 많다. 정부의 개입 없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오히려 그게 제일 바람직하다. 아마 ‘타다’의 경우도 법무부나 검찰이나 국토부는 어떻게든 문제가 커지기 전에 자연스럽게 국회의 법률 개정 같은 방법을 통해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정부의 두 번째 규칙은 먼저 움직이지는 않더라도 들여다보고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움직이지도 않을 생각이면서 들여다보아야 하는 것은 물론 이유가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충분히 예의주시하고 있었음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일에 당장 치열하게 달려들지 못하고 일단 뒤로 미루는 근본적인 이유는 많은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우리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문제가 바로 그렇다. 비트코인으로 가상화폐 문제가 우리 사회에 큰 이슈로 등장하기 전, 이미 금융위원회는 여러 차례 보고서를 만들어둔 상태였다. 하지만 보고서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공개될 경우 금융위원회는 어떻게든 대책을 만들어야 했고, 대책을 만들고 나면 책임을 져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가상화폐 문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인지 판단이 쉽지 않다. 금융 당국의 입장에서만 보면 최선의 방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든 책임을 진다는 것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최소한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는 흔한 말이라도 하려면 꾸준히 검토하고 있었다는 근거는 만들어 놓아야 했다. 결국 ‘가상화폐’ 문제는 일이 커지고 난 후, 법무부도 금융위원회도 아닌 국무조정실에서 주관해야 했다.

정부가 일을 처리하는 세 번째 규칙은 부처들 간의 협의 과정에 적용된다. 아쉬운 곳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반 시민은 이해하기 어려운 자존심 문제도 있다. 부처라고 해서 다 같은 동급의 부처가 아니다. 과거 정부청사들이 과천에 모여 있던 당시, 제1청사 건물에 입주해 있던 두 부처는 예산권을 갖고 있으면서 부처의 책임자가 장관급이 아니라 부총리급이었던 경제기획원, 그리고 다름 아닌 법무부였다. 이 두 부처는 부처 간 협의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다른 부처에서 가야 하는 곳이다. 협의하러 오라고 누가 부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타다’에 대한 검찰의 입장을 보고받은 법무부가 협의한 곳은 주무 부처인 국토부가 아니라 청와대 정책실이었다. 국토부와는 아무 입장 전달도, 협의도 없었다. 비정규직 급증으로 나타나 논란을 빚었던 고용 형태 조사기준을 바꾸면서 통계청은 기획재정부에는 보고했지만 정작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와는 협의하지 않았다. 부처 간 장벽은 흔히 외부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다.

오래전, 청와대 경제비서관으로 있다가 사표를 내버린 한 사람이 있었다. 행정고시 수석으로 경제기획원 출신이었다. 흔한 표현대로 하자면 전도가 양양한 경제관료였는데 개인적으로는 관료로서 보람을 찾지 못했던 모양이다. 사석에서 그는 내게 공무원 조직을 일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을 흔드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자신도 공무원이면서 말이다.

 

필요한 개혁은 법을 통해 이뤄져야

규제개혁을 얘기한다. 그러나 ‘규제 전봇대’를 뽑자던 이명박 정부도, ‘손톱 밑 가시’를 빼자던 박근혜 정부도 공직사회가 일을 처리하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했다. 규제개혁은 사실 애초부터 공무원 조직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경제학에는 공공선택이론이라는 게 있다. 공공선택이론의 관점에서 정치는 일종의 경제적 행위이며 비즈니스의 하나다. 기업인들이 이기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관료들과 정치인 역시 개인적 이익을 추구한다. 기업인들이 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한다면 정치인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고, 관료는 승진과 더 많은 권한이 목표다. 결국 필요한 개혁은 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민주국가에서 법은 국회가 만든다. 국회의원들은 유권자 다수의 지지를 받기 위한 정치적 경쟁을 통해 선출된다. 아쉽게도 규제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타다’ 문제로 혁신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며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지만, 시위하는 택시기사들 앞에서 ‘타다’를 비난하고 환호를 받은 건 보수 정당이라는 제1야당의 원내대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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