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독일 통일은 여전히 진행 중
  • 이수민 독일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12 08:00
  • 호수 1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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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 지역 주민 38%만 “통일 성공적” 평가

독일 분단의 상징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올해로 꼭 30년째다. 독일이 법적 단일국가로 통일을 이룩한 공식적인 날은 1990년 10월3일이지만, 사람들에게 독일 통일은 1989년 11월9일에 붕괴된 베를린 장벽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남아 있다. ‘베를린 장벽 붕괴’라는 사건은 단지 독일 한 국가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동유럽 공산권 국가의 쇠퇴 및 냉전 종식의 시작을 상징하는 전 세계사적 사건이다.

우리가 통일의 표본으로 삼고 있는 독일의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한국은 분단의 역사가 독일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통일 이후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경제적 균등을 이루는 것이며, 이에 대해서는 독일의 선례를 참조하는 것이 매우 유의미할 것이란 게 독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와 동시에 현재 독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들 역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문화적인 문제에서 우리는 통일 이후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 문화와 언어의 차이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구조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30년 전인 1989년 11월11일 독일 분단의 상징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은 통일을 맞았다. ⓒ 연합뉴스
30년 전인 1989년 11월11일 독일 분단의 상징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은 통일을 맞았다. ⓒ 연합뉴스

여전히 존재하는 동·서독 지역 간 경제 차이

독일의 분단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2차 세계대전의 결과이자 냉전의 ‘후유증’, 즉 미국과 소련의 패권 다툼에 의해 발생했다. 종전 독일의 서쪽은 미국·영국·프랑스 연합군이, 동쪽은 소련군이 맡으면서 서서히 분단의 길을 걸었다. 공식적으로 1949년부터 독일은 ‘서독’과 ‘동독’으로 나뉜다. 베를린 장벽은 1961년 서구권의 침략을 방지하기 위해 동독에서 건설하고, 1989년 붕괴되기 전까지 분단을 상징했다. 독일 분단의 역사는 1990년까지 40년가량에 ‘불과’했지만 그 여파는 30년간의 노력으로는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독일 사회의 통일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독일 연방정부는 매년 독일 통일의 현황에 대한 연례보고를 발표한다. 2019년 자료에 따르면 동독 지역의 경제지표는 상승세를 보였다. 서독 지역과 대비해 동독 지역의 경제력은 통일 직후인 1990년 43%에 불과했던 것이 현재 75%로 올랐으며, 이는 현재 유럽연합(EU)의 평균에 근접하는 수치다. 가구당 세전 수입 역시 서독 지역 대비 85%로 나타난다. 동독 지역의 물가가 낮은 것을 감안하면 한 가구의 수입 및 지출은 서독과 동독 지역의 차이가 미미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업률 역시 동독 지역은 6.4%를 기록하며 서독 지역과 차이를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독 지역과 서독 지역 간의 경제적 차이는 존재한다. 그 원인으로 독일 연방정부는 인프라의 부족을 들고 있다. 일단 동독 지역에는 서독 지역보다 대도시가 덜 발달됐다. 서독 지역에는 프랑크푸르트·뮌헨·함부르크 등 대도시가 형성돼 사람들의 경제활동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서독 지역은 19세기 말부터 공업화의 중심지를 이뤘던 루르 지방을 중심으로 독일 최대 광역도시권인 라인-루르 지방 등 독일 경제력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던 지역들을 선점하고 있다. 이에 비해 동독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는 대기업은 전무하다. 예컨대 독일 ‘DAX 30’ 지수에 포함되는 기업은 전부 서독 지역에 위치한다.

이러한 지역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독일 정부는 ‘연대협약(Solidarpakt)’을 도입했다. 연대협약이란 연방정부와 각 주 간에 맺은 협약으로, 동독에 속했던 주들에 특별예산을 지급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 연대협약은 두 단계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 단계인 연대협약Ⅰ은 1995년부터 2004년까지 시행돼 총 206억 마르크(유로화 이전 독일 화폐 단위, 한화 약 13조원)가 지급됐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서독 지역과 동독 지역의 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두 번째 단계인 연대협약Ⅱ가 1560억 유로의 예산으로 2001년 체결돼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시행되고 있다. 이 연대협약Ⅱ가 올해로 끝나면 2020년부터는 주에서 매년 추가 지원금 100억 유로를 지급할 것으로 계획되고 있어 지역 간 경제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을 위한 독일 정부의 노력은 비단 경제적인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구동독 시절의 폐해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도 돋보인다. 예를 들어 국가보안부에 남겨진 기록물들을 어떻게 보관하고 다룰 것인가에 대한 문제부터 옛 국가보안부 건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까지. 최근 독일 연방의회에서는 베를린에 위치한 국가보안부 본부 건물을 ‘독재와 반항에 대한 계몽의 장소’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동독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고 보존할 것인지, 그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동독 체제에서 고통받은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역시 이루어지고 있다. 동독 시절에는 약 50만 명의 어린이들이 고아원에 있었고, 그중 약 13만 명은 ‘특수교육’이란 명목하에 특별시설로 옮겨져 학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고아원 아이(하임킨더, Heimkinder)’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물론 심리상담 역시 2018년까지 지속돼 총 2만3000명에게 약 2억6400만 유로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 사업이 끝난 현재, 동독 시절 장애인시설이나 정신병원에서 학대를 받거나 불공평한 대우를 받은 이들을 돕는 재단이 설립돼 장기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동독 지역 시민 57%가 ‘2등 시민’ 평가

하지만 이러한 경제력 상승과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독 지역 사람들의 불만은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독일 연방정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동독 지역 시민들의 57%가 스스로를 ‘2등 시민’으로 느끼고 있으며 통일을 성공적이라 느끼는 사람들은 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세 미만의 젊은 층에서는 20%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앞서 연방정부에서 조사한 수치들을 보면 동독권과 서독권의 경제적 수준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은 동독 지역의 경제지표 수치를 이야기할 때 항상 ‘서독 대비’라는 조건이 붙는다는 점이다. 즉, 동독권의 경제지표는 절대적으로 평가되지 않고 ‘서독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상승했나를 보는 등 기준을 서독권과 비교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독권 사람들이 현재 얼마나 잘살게 됐는지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공식적인 보고에서 동독권의 경제력을 평가할 때 서독 지역을 기준으로 삼으며 몇 퍼센트에 미쳤는가를 발표하는 형식 역시 동독권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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