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걸자마자 꺼져가는 한국당 인적쇄신론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9.11.0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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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봉, 첫 불출마 선언에 중진용퇴 압박…중진들 ‘시큰둥’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지낸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에서 총선 불출마를 공개 선언한 사람은 유 의원이 처음이다. 그는 의원직 사퇴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중진 용퇴론을 우회적으로 촉구했지만, 정작 중진들은 반발하고 있다.

유 의원은 11월6일 "국민들의 한국당에 대한 절망감이 얼마나 심각한지 체감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 자리를 좀 비워야 할 때"라며 총선 불출마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참패 이후 불출마 의사를 표명한 적이 있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이를 공개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민봉 의원이 11월6일 국회 정론관에서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유민봉 의원이 11월6일 국회 정론관에서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유 의원은 "저보다 정치력이 큰 선배들이 나서준다면 국민 지지를 얻는 데 더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중진들의 불출마 동참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이는 가뜩이나 뒤숭숭한 한국당의 분위기에 불을 붙였다. 전날 김태흠 의원이 영남권과 서울 강남 등 강세 지역의 3선 이상 중진과 원외 인사들의 용퇴 혹은 험지 출마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11월7일에는 초선 의원들도 회동을 갖기로 했다.

중진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4선인 김정훈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당내에서 '특정 지역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불출마하거나 험지로 가야 한다'는 말이 나왔는데, 감정 생기게 누가 '나가라 말라' 할 문제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 의원은 "불출마는 개인의 선택이지, 강요하는 것은 '쇼'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총선을 통해 정치 재개를 꿈꾸는 원외 인사들의 반응도 떨떠름하긴 마찬가지다. 홍준표 전 대표는 중진 용퇴론을 제기한 김태흠 의원을 겨냥해 "십상시가 활개치던 박근혜 정권 시절, 공공연히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면서 십상시 정치를 했다"며 "이제 친박에서 말을 갈아탄 그들이 개혁을 포장해서 벌이는 정치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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