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계의 분노 “‘타다’는 혁신…검찰 기소 이해 못 해”
  • 박성의 기자·차여경 시사저널e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11.08 13:00
  • 호수 1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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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종사자 124명 대상 ‘타다 기소 논란’ 설문조사
스타트업 10명 중 4명 ”검찰보다 국토부가 더 문제”

“겨울이 왔는데 여름옷 입고 다니라는 것이다.”

국내 한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는 이른바 검찰의 ‘타다 기소 논란’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그는 “법이 정한 테두리는 4평짜리 원룸 수준인데, 정부는 그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라고 한다”며 “타다는 원룸 문을 박차고 나갔다는 이유로 아웃이 된 건데, 이게 우리나라 기업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타다 논란’을 바라보는 국내 스타트업계의 시선은 차갑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검찰이 승합차 호출 서비스인 ‘타다’를 기소한 것에 대해 스타트업 종사자 10명 중 8명은 ‘부당하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이 타다 사태의 주범으로 검찰이 아닌 행정부를 지목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말로만 혁신을 외치고 정작 혁신의 리스크(risk)는 외면하는 주무부처 탓에, 서비스 개발 및 창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10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타다 아웃! 상생과 혁신을 위한 택시대동제’에 참가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조합원들이 타다 퇴출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10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타다 아웃! 상생과 혁신을 위한 택시대동제’에 참가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조합원들이 타다 퇴출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타다 기소, 혁신에 대한 몰이해 탓”

지난해 10월 등장한 타다는 쉽게 말해 승객과 쏘카의 11인승 카니발, 운전용역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이용자가 앱(APP)으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차량 렌트와 기사 용역 계약을 이중으로 맺는 형태다. 얼핏 단조로워 보이는 비즈니스 구조다. 그러나 파급력은 컸다. 시민들의 교통 편의를 크게 증진시켰기 때문이다. ‘승차 거부’가 빈번한 택시와 달리, 타다는 호출한 승객에게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차량이 자동으로 배차되고 기사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 시민들이 타다를 ‘혁신’이라 부르며 환영한 이유다.

그러나 쏘카가 쏘아올린 혁신은 1년이 채 안 돼 장애물에 부딪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태훈)는 지난 10월28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타다를 운영한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를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타다를 차량 렌트 사업자가 아닌 유상여객 운송업자로 판단했다. 운수사업법 제4조는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경영하려면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하는데, 타다가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타다가 ‘다른 사람에게 사업용 자동차를 사용해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하게 알선해선 안 된다’는 운수사업법 제34조 3항도 위반했다고 봤다. 타다를 면허 없는 ‘꼼수 택시’로 판단한 셈이다.

타다를 검찰이 불법 서비스라 낙인찍으면서, 관련 논란은 정·재계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타다가 시발점이 돼 혁신과 불법의 경계가 화두가 됐다. ‘혁신과 도전’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스타트업의 시각은 어떨까. 시사저널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등의 도움을 얻어 국내 스타트업 및 관련 단체 종사자 124명을 대상으로 11월4~6일 사흘간 타다 기소 논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타다를 ‘공유경제 기반의 혁신 서비스’라고 답한 비율이 76.6%로 조사됐다. 반면 ‘공정경쟁을 위협하는 불법 서비스’라고 답한 부정 응답 비율은 8.1%로 나타났다. 이 외에 ‘혁신은 아니지만 훌륭한 공유경제 서비스’ ‘법의 허점 이용한 합법 서비스’ 등 기타 의견이 12.9%,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 2.4%로 조사됐다.

검찰의 타다 기소 정당성을 묻는 질문에도 유사한 결과가 도출됐다. 스타트업 관계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부정 응답을 내놨다. 설문 결과 ‘혁신기업에 대한 몰이해로 정당하지 않았다’는 응답 비율이 82.3%로 ‘불법 서비스로 정당했다’(11.3%)는 응답을 압도했다. 이 같은 결과는 앞선 질문에서 타다를 ‘공정경쟁을 위협하는 불법 서비스’라 답했던 이들의 일부조차 검찰의 기소에는 반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다가 불법일 수는 있지만, 법의 심판까진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역설은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비난의 화살, 검찰 아닌 국토부 향해

설문에 응한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법의 판단은 검찰의 영역이니 뭐라 말하기 어렵다. 다만 사업을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아이디어의 경계는 법이 아니라 사용자가 정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설사 법의 경계를 넘었더라도 사회적 효용이 입증된 서비스라면, 바로 재판대에 세우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이 문제를 공론장에서 먼저 토론해야 한다. 때에 따라선 혁신이 법 개정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관련 단체 관계자는 “타다가 모든 ‘모빌리티 혁신’을 대표하진 않는다. 기존 택시업체들과의 상생 노력이 부족했고 혁신이라기엔 모호한 지점도 있다”며 “그러나 세상에 없던 편리한 서비스를 내놓은 것은 맞지 않나. ‘혁신’과 ‘도박’은 다른데, 결과적으로 둘 다 불법 낙인이 찍힌다면 누가 과연 타다보다 나은 서비스를 개발하려 도전할까”라고 반문했다. 요약하면 ‘논쟁을 촉발한 혁신’은 처벌보다 토론과 합의의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설문 결과 ‘타다 논란’에서 대다수의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비난의 화살이 모두 검찰을 향하는 것은 아니다. ‘타다 논란과 관련해 가장 큰 잘못을 범한 주체’를 묻는 질의에 3명 중 2명이 검찰이 아니라고 답했다. 가장 많은 지목을 받은 것은 국토부로 40.3%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이 외 검찰이 33.1%, 청와대 10.5%, 쏘카 및 VCNC 7.3%, 택시업계 4.8%, 기타 4%를 나타냈다.

설문에 참여한 이들이 적어낸 ‘지목 근거’를 보면 국토부에 대한 불신을 넘어 배신감을 엿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국토부는 혁신을 원하지만 책임은 회피하려고 하는 것 같다’ ‘애초에 면허를 사고파는 권리로 상정한 제도를 그대로 두고, 기득권 대 비기득권 구도를 조성해 사회적 갈등만 증폭시킨 정부에도 잘못이 있다’ ‘정치 영역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가 사법 영역으로 넘어온 건 무척 한심한 일이다. 도대체 행정부는 뭘 한 건지 모르겠다’ 등의 의견을 냈다.

실제 검찰이 촉발한 이번 사태는 시간이 흐르면서 검찰과 국토부, 법무부 3자 간 ‘네 탓’ 공방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대검찰청이 ‘검찰 기소가 성급했다’는 비판에 대해 “정부 당국에 사건 처리 방침을 사전에 알린 뒤 처분했다”는 입장문을 냈다. 그러자 국토부는 “검찰로부터 타다 기소와 관련한 어떠한 연락도 받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정부 부처가 서로 책임만 떠넘기다가 ‘타다 논란’을 방치한 모양새가 됐다. 이에 이재웅 쏘카 대표는 자신의 SNS에 “(타다 서비스는) 우리나라에서 법에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고, 경찰도 수사 후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국토부도 1년 넘게 불법이니 하지 말라고 한 적 없다”며 정부를 작심 비판했다.

여론이 악화되다 보니 국토부 내부에서도 타다와 관련된 일을 하는 도시교통과, 신교통서비스과 등은 ‘기피 부서’가 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 한 관계자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어떤 결과를 내더라도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타다) 관련 일”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총대를 메고 싶겠나. 태풍이 부는데 (관련 부서로) 갔다가는 괜히 피만 볼 수 있다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무관심한 국회·쏘카의 ‘소통 과정’ 비판도

이 외 설문에서는 정치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금껏 스타트업의 현실을 외면해 온 국회의원들이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이제야 여론을 의식해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택시와 같은 서비스는 수십 년간 가격 빼고 달라진 게 없다. 새로운 서비스가 생겨나면 건강한 경쟁을 통해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정치와 엮는 행동들은 사회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주장했다.

쏘카 및 VCNC의 ‘소통 능력’ 또는 ‘혁신의 방향’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혁신은 필요하나 혁신이 항상 정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모든 법과 규칙을 무시하고 반드시 따라야 하는 절대선도 아니다. 이 사회에서 사업을 하는 이상 사회구성원과의 충분한 협의는 혁신을 발목 잡는 구태가 아닌 필수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은 이미 택시산업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 업종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므로 타다가 그냥 들어오는 것이 위법인 것은 맞는 것 같다”며 “택시업체는 1억원씩 들여 취득한 산업에 벤처가 무료로 진입한다면 당연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타다 논란’에 빗발치는 ‘단체 성명’

한편, ‘타다 논란’이 가열되며 관련 이해단체들도 저마다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17개 벤처 관련 단체가 모인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11월4일 성명서를 내고 “국내 거미줄 규제 환경에서 힘겹게 합법적으로 영업을 이어가는 신기업 서비스를 위법으로 판단한다면 현행 포지티브 규제 환경하에서 신산업 창업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10월28일 “예외조항이라 하더라도 법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영위하려는 혁신기업 의지마저 꺾는 것이 현재 상황”이라며 “정부와 국회, 검찰이 스타트업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11월6일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를 비롯한 디지털 플랫폼이 노동법 위반 기업에 불과하다며 이를 혁신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플랫폼, 혁신,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려한 말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노동법 회피의 수단으로 기술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플랫폼 기업의 행태는) 공정한 시장 경쟁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플랫폼 기업이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적법하게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사업자에 대한 반칙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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