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칼끝, 조국 넘어 ‘청와대’로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11.11 14:00
  • 호수 1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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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유재수 사건 이어 ‘靑-향군 회동’ 수사 착수...與 “공수처 막기 위한 것”

검찰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에 나섰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11월4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금융위원회(금융위)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와 동시에 동부지검 형사6부는 ‘청와대-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 회동’과 관련한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 검찰은 회동에 참석한 김진호 향군 회장 등 향군 수뇌부에 대한 참고인 소환조사를 마쳤다. 이에 따라 김 회장과 회동을 가진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 진성준 정무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강서을 지역위원장), 최종건 청와대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 등 전·현직 청와대 인사에 대한 조사 역시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0월11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부산시 국정감사에서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유 부시장은 이후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10월31일 사퇴했다. ⓒ 연합뉴스
10월11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부산시 국정감사에서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유 부시장은 이후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10월31일 사퇴했다. ⓒ 연합뉴스

“검찰, 청와대에 대한 강제수사 가능성도” 

유 전 부시장 사건의 경우,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이 지난 2월 조국 당시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특감반장(현 변호사) 등을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10월7일 서울중앙지검 국감에서 “조국 민정수석에게 (유 전 부시장 비리 관련) 보고가 들어갔고, 조국 수석이 지시를 해야만 박형철(비서관)과 이인걸(특감반장)이 (감찰 무마를) 따른다”는 또 다른 특감반원의 증언을 공개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청와대에 대한 강제수사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에 근무한 것은 2017년이다. 검찰은 2년이나 지난 시점에 금융위를 압수수색한 것이다. 이는 실효성보다는 검찰의 수사 의지를 보여준 것이 아니겠는가”라면서 “고발의 핵심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유 전 부시장의 비리를 알고도 감찰을 무마했다는 것이다. 수사를 통해 유 전 부시장의 비리가 밝혀질 경우,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압수수색할 수도 있다. 윤석열(검찰총장)의 검찰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의 정점에는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있다. 그러나 조 전 수석 외에도 상당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이 수사 대상이다. 이를 놓고 여당에서는 “검찰이 조국을 넘어 청와대까지 겨누고 있는 듯하다”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없이 검찰만으로도 권력형 비리를 충분히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검찰 개혁을 막기 위한 행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면 검찰에서는 “고발과 수사의뢰에 따른 정당한 수사일 뿐이며,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다”고 일축했다.

김진호 향군 회장은 11월6일 서울 동부지검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았다. 시사저널은 지난 1월3일 ‘[단독] 靑 백원우, ‘비리 수사’ 향군 회장 왜 만났나’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한국당은 이를 바탕으로 1월24일, 조국 당시 민정수석을 비롯해 백원우·진성준·최종건 등 청와대 관계자 5명을 직권남용으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수사의뢰 후 9개월여 동안 진행되지 않던 수사가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후 최근 들어 갑자기 급물살을 타고 있는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조국 전 법무장관 소환을 앞둔 시점에 수사 대상자가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인 셈이다. 민주당에서 검찰의 수사에 대해 그 순수성을 의심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8년 5월15일, 청와대 측 인사 6명과 향군 수뇌부 12명은 경복궁역 인근 한정식집에서 회동을 가졌다. 문제는 회동 자리에서 ‘사건 무마 청탁’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회동 당시 업무방해와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전남도당 선대위 공동위원장을 지내기도 한 노병성 향군 전국대의원연합회 공동대표는 “참석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본 결과, 김 회장이 (회동에서) 현안 설명을 하고 민원서류를 건넸다. 회동 이후 김 회장에 대한 사건이 증거불충분으로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면서 “민정수석실은 검경 등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곳이다. 특히 이 회동은 조국 민정수석에게까지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11월6일 김진호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장이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소환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11월6일 김진호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장이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소환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향군 “부정한 청탁 전혀 없었다”

‘관제 행사’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향군은 2018년 4·27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이 판문점으로 가는 길에 향군 회원 6000명을 동원해 대대적인 환송 행사를 열었다. 이와 관련해 향군은 회담 전인 4월25일 환송 행렬 배치도를 작성했는데, 이것이 문 대통령의 이동경로와 일치했다. 향군이 극비 사안인 대통령의 동선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셈으로, 청와대와 사전 조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회동의 성격도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회동 참석자들은 이날 자리가 ‘치하’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향군이 친정부 성향의 입장을 취한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자리였다는 것이다. 진성준 전 비서관은 “당시 향군이 정권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 주는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회동 당시에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청와대 측에 건넸다는 민원서류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는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병성 공동대표는 “동부지검 형사6부에서 수사협조를 부탁했다. (그래서) 이 사건의 본질은 ‘향군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하는 대신 청와대가 김진호 회장의 문제들을 정리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회동 당시 한 청와대 인사가 김 회장 손을 잡고 ‘대통령님께서 누구의 손을 잡아야 할지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는 참석자의 증언 역시 검찰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반면 향군 측은 “4·27 정상회담 당시 환송 행사는 향군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계획해 추진한 것”이라면서 “또한 청와대 인사들과 가진 회동 자리에서 민원이 담긴 서류를 건넸다는 의혹은 향군을 음해하려는 모함으로, 문서 전달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진성준 전 비서관 역시 “세간에서 회동 시점에 대해 지적할 수는 있겠지만 부적절한 언사나 행위는 없었다”며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실이 설마 그런 일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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