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일갈 “문재인 청와대, 고장 났다”
  • 한동희 PD·조문희 기자 (firstpd@sisajournal.com)
  • 승인 2019.11.0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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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끝짱]‘임기 반환점’ 도는 문 대통령…평가는?

[시사끝짱]

■ 진행: 소종섭 시사저널 편집국장
■ 대담: 김병준 前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 제작: 시사저널 한동희 PD, 조문희 기자, 양선영 디자이너
■ 녹화 : 10월30일(수)

소종섭: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분이죠.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님 모시고 정국 현안 듣는 자리 갖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님, 전에 제가 인터뷰 쭉 보니까 노무현 정권이랑 문재인 정권은 다르다. 김 위원장님이 노무현 정권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내셨는데 그때는 직접 멘토로 움직이신 거고 지금은 문재인 정권을 보고 계시는 입장인데 어떤 측면에서 다르고 같다고 평가하십니까? 

김병준: 우선 지지기반 자체가, 지지세력 자체가 다릅니다. 그러니까 지역기반으로써 호남 쪽의 지지를 받은 건 양쪽이 같습니다. 그런데 정치․경제 공간에서의 기반을 보면 문재인 정부는 노동세력, 이념세력, 예전의 운동세력이 기반으로 돼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은 정치․경제 공간에서 오히려 이분들(노동세력, 이념세력, 운동세력)과 잘 안 맞았습니다. 오히려 누구로부터 지지를 받았냐면 그냥 노사모 등등 일종의 개인들의 집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한미 FTA 같은 노동세력에 반하는 정책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라크파병, 제주해군기지, 서비스산업육성에 대한 문제, 이런 정책들을 할 수 있었던 거고. 그리고 노무현 정부 안에 우파가 존재할 수가 있었어요. 저를 포함한 소위 우파 지식인 혹은 공동체주의자가 안에서 포진하고 집권 후반기에 가서 주도권을 행사하는 일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정부 안에서는 우파가 존재할 수가 없는 겁니다. 왜냐하면 실제 정부를 운영하는 세력이 노동세력과 이념세력과 운동세력이기 때문에 우파를 용납하지를 않죠. 그래서 이 안에 존재할 수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정책이 좌파 정책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 같은 사람이 이 정부 출범할 때 뭐라고 했냐면 산업정책이 있을 수가 없다.

소종섭: 그런 지지 세력을 기반 하기 때문에.

김병준: 왜냐하면 산업구조조정이 됐든 신산업 육성정책이 됐든 산업정책을 하자면 노조를 건드려야 돼요. 노조를 건드리지 않는 산업정책이라는 게 별로 없거든요. 그런데 공동의 정권 혹은 노조가 길목을 막고 있단 말이죠. 그래서 이 정부 안에서 산업정책이 있을 수 없을 거다. 산업정책이 있을 수 없으니까 어디로 가는가 하면 다른 정책을 낼 게 없죠. 그러니까 소득주도성장 같은 걸 끄집어내는 겁니다. 이거 우리 경제학자들이 한 것도 아니고 ILO에서 이야기하는 ‘임금주도성장’ 가지고 와서 ‘임금’자 지우고 ‘소득’이라는 말을 집어넣어가지고 나온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독자적인 경제정책조차도 없는 거예요. 소위 노동세력이라든가 이념세력이 받치고 있으니까 경제인식도 애초에 출발할 때부터 내수기반 강화로 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완전히 다른 정책 방향을 가진 완전히 다른 정권이라고 봐야하죠. 

소종섭: 인간적인 캐릭터로 볼 때는 어떨까요?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그 어떤 최고지도자의 그런 캐릭터가 또 정책이라든지 국정운영 방향에 미친 영향도 있을 텐데요.

김병준: 굳이 최고 지도자들을 비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이번에 조국 사태를 보면 국민들이 느꼈을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 같은 경우는 가족들이 무슨 돈을 받았다, 이런 얘기가 나오니까 그때도 검찰의 억지 수사라고 해서 한쪽 진영에서 비판을 하니까 아니다, 잘못은 우리에게 있다. 내 다리가 후들거린다. 가족이 관계됐다는 말을 듣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그다음에 민주주의2.0이라는 사이트를 하면서 나를 버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번에 조국 사태 같은 경우를 보면 그런 기운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거 정말 위험하구나. 잘못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게 무서운 거거든요. 그래서 그런 점에서 캐릭터라든가 이런 것도 완전히 다르다고 봐야 되는 거죠.

소종섭: 지난번에 김 위원장님 말씀하실 때 대통령 시정연설 들으시고 나서 전체주의적 국가주의적 처방을 보면서 절망을 느낀다, 이런 말씀도 하셨는데 그 맥락은 어떤 건가요.

김병준: 그러니까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을 강조했어요. 혁신의 주체가 누군가. 혁신의 주체는 나 자신, 개별 기업, 개인이 혁신을 하는 거지, 국가가 혁신을 주도하는 사례를 우리는 넘어서고 있습니다. 국가라고 하지만, 국가의 그 내용이 뭡니까? 결국 입법부 하고 행정부 관료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의 입법부와 행정부 관료들이 이 변화무쌍한 사회의 혁신을 주도한다고 보면 굉장히 당황스럽거든요. 그런데 그 안에 보면 이 개인과 개별기업이나 우리 시장이 혁신하도록 도와주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출범 정부가 혁신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보조금을 정부가 지원하겠다, 이건 한참 잘못된 국가주의적 처방이 또다시 나오는 거예요. 제가 그날 가장 분개한 것 중의 하나가 우리 재정이 건전 재정이라는 겁니다. 다른 국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건전 재정 맞습니다. 그 재정 건전성이 우리 국가의 경쟁력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그나마 얘기하는 게 재정 건전성인데 재정이 건전하니까 돈을 쓰겠다는 거예요. 재정 건전성을 어떻게 유지할지 돈이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들어올 것이라든가 가 있어야지. 재정 건전성이 좋으니까 재정을 더 써도 된다? 앞으로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앞으로 이 추세대로 9년간 더 가면 우리 재정 건전성이 얼마나 더 안 좋아지겠습니까? 아마 GDP의 60, 70%가 되고, 15년 가면, 10년 이상 가면 당장 우리도 100%가 되겠죠. 그때는 어떻게 하려고. 인구가 줄고 있지 않습니까? 인구가 줄고 있으니까 미래 세대는 점점 부담해야 될 돈이 더 많아지는데 그때 가서 재정 건전성이 나빠지면 젊은이들은 어떻게 살아가라고. 수입에 대한 언급 없이, 재정 건전성이 좋으니까 돈을 더 쓰겠다는 얘기를 어렵게 살아가는 청년들을 향해서 대통령이 하냐는 말이에요. 굉장히 놀랐고 화가 났어요. 안 그래도 조국 광화문집회 때문에 화가 났었는데. 광화문집회 때 내가 검찰청사 앞에 집회하고 이렇게 할 때 솔로몬 왕의 재판을 생각했습니다. 참된 어머니는 자식을 쪼개겠다고 하니까 내 자식 아니라고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자기가 진단 말이에요. 설령 대통령이 자기가 바르다고 생각하더라도 나라가 이 정도로 쪼개질 거 같으면 대통령이 져야죠. 아예 쪼개라는 얘기 아닙니까? 그런 어머니가 무슨 어머니고, 그런 대통령이 무슨 대통령입니까? 그다음에 재정이 건전하니까 돈을 더 써도 된대요. 이 나라 고생하는 청년들 보고 감히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습니까?

소종섭: 말씀하신 부분과 연결되는 부분일 텐데, 청와대의 어떤 의사결정 매커니즘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씀 하셨는데. 상황을 보는 대통령의 판단, 메시지를 볼 때 청와대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나, 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기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신 거 같은데.

 

“청와대 의사결정 시스템 고장난 것”

김병준: 저는 정책을 살피고 연구하고 또 실행에 옮겼던 사람 아닙니까? 의사결정 할 때 나쁜 결정하는 사람은 계속 나쁜 결정을 합니다. 우리가 실패를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잖아요. 실패하면서 배우고 변화해서 성공하는 거거든. 그 과정이 없으면 실패하는 사람은 계속 실패하는 결정만 해요. 지금 청와대를 보면 계속 지금 잘못된 결정을 하고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평화경제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깜짝 놀랐죠. 어떻게 대통령이 저런 이야기를 할 수가 있어. 내수 경제의 기반이 갑자기 좋아져서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아니 북한의 내수기반이 강화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 텐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그다음에 지소미아 결정을 하는데도 지소미아가 마음에 안 든다 하더라도 폐기할 이유는 없거든요. 왜냐하면 마음에 안 들면 괜히 미국한테 욕먹고 재촉 당하지 말고, 또 일본하고 관계를 그렇게 일부러 나쁘게 할 이유 있습니까? 그냥 지소미아 합의해놓고 소극적으로 협력해 주면 되는 겁니다. 정보 안 주면 되는 겁니다. 그게 기본인데 기어이 그거를 파기를 시켜요. 그러고 미국 가서 혼나고. 그러니까 그런 결정, 조국을 임명하는 결정, 일자리 데이터를 형편없이 읽어내는  이런 것들을 보면 청와대가 고장 났다.

소종섭: 의사결정 시스템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

김병준: 의사결정 구조가 고장 났다. 왜 제가 걱정하냐, 그나마 경제정책이나 노동정책이 있어서 고장 난 거는 고치면 됩니다. 문제는 외교, 안보 사안. 다음에 다른 국가가 걸린 사안. 이런 부부니은 혼자 한 번 결정하면 마음대로 고칠 수가 없는 거예요. 조국 장관을 임명하는 것과 같은 결정을 외교안보에서 할 수 있다 이거예요. 이 부분이 지금 제가 두려워하는 겁니다. 그렇게 됐을 때는 국가의 미래가 죽는단 말이에요. 그런데 조국 장관을 임명하고 버티는 정도의 의사결정 능력이면 안보에서는 무슨 결정을 못할까, 걱정이 되는 겁니다. 차라리 경제나 노동 부분은 또 바꾸면 되니까. 그러나 국가 간 협약, 이런 거는 안 되는 거거든요. 예를 들어서 전쟁 같은 것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한 번 시작해버리면 끝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조국 장관을 임명하는 실력이 외교안보에도 작동하지 않을까, 그리고 충분히 작동할 수 있다. 의사결정을 한 번 잘못한  사람은 계속 의사결정을 잘못하고. 그래서 청와대에 충언을 드리는 겁니다. 

소종섭: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시는 겁니까? 

김병준: 그것이 인적인 문제인지 시스템의 문제인지를 청와대가 분석해야 됩니다. 제가 정책실장을 한다거나 하면 벌써 어디가 잘못됐는지 분석에 들어갔겠죠.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나쁜 결정이 계속되는지에 대해서 연구했을 겁니다. 아니면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실수인지. 정부는 끝날 때까지 지소미아 결정과 조국 장관 임명 결정 같은 결정이 계속될 거라는 겁니다. 그냥 비판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큰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결정을 한다거나 하는 게 두려운 거죠. 청와대가 제대로 분석해서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를 찾아내야 합니다. 못 찾으면 국가가 불행해집니다.

소종섭: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한번 여쭤보갰습니다. 이번 조국 사태 와중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적극적으로 얘기도 많이 하시고, 최근에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된 내사 얘기도 했다가 또 반박 하고 검찰 수사도 받아야 되는 상황입니다. 김 위원장님께서는 이 부분 어떻게 보셨는지. 

김병준: 제가 최근에 글도 하나 쓰고 했습니다만 이런 제목을 달았습니다. 지식인은 둥지를 틀지 않는다. 앙드레 지드의 이야기입니다. 앙드레 지드 러시아 작가가 아파서 세상을 오래 못 살 것 같다고 했어요. 공산주의자인 앙드레 지드가 러시아에 친구 때문에 갔다가 공산주의의 실상을 보고 와서 ‘내가 본 공산주의는 내가 꿈에 그리던 그 공산주의가 아니더라’ 하면서 소련체제를 비판하죠. 그때 좌파 지식인들과 공산주의 친구들이 다 일어나서 앙드레 지드에게 압박을 가하니까 앙드레 지드가 한 말이 지식인은 둥지를 틀지 않는다고 얘기했단 말이죠. 그 말이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어떤 캠프에 들어가서 소위 자기 스스로가 지식인이라고 얘기 하면 지성이 작동해야 돼요. 현상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난 다음에 말해야 하는데 이분들은 그게 아니에요. 예를 들어 사모펀드 문제, 표창장 문제도 어떻게 진행이 됐는지 사실관계를 다 제가 안을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가 없어요. 그러나 그 딸(조국 자녀)이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의학논문의 제1저자가 됐다는 것.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그러면 그 부분에 대해 최소한 잘못이다, 인정하고 난 다음에 얘기 해야지, 왜 여기에 대해서 자꾸 엉뚱한 소리를 하느냐는 거예요. 그래서 이분들은 지식인들이 아니다. 지식인들이 아닌 지성을 다 포기한 분들이 사회를 위험하게 하는 겁니다. 결국 사회 전체가 전체주의로 가는 거예요. 전체주의로 갈수록 지식인이 무너지고, 지식이 무너진 다음에 지식인들이 오히려 앞장을 서서 어떤 상대에 대한 분노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군중을 동원해서 상대를 공격해서 테러를 가하고. 요즘 말하는 소위 디지털 테러. 댓글을 달고 가족들 신상을 공개하는 테러를 가하면서 제어를 하고. 그다음에 제도를 바꾸거든요. 그다음 선출된 권력들이 제도를 바꿉니다. 선거 제도, 사법 제도 바꾸는 거거든요. 이게 뭐냐면 전체주의의 완성 단계로 들어가는 데 나오는 것들이란 말이에요.  다 무너진 지식인들이 전체주의로 가는 데 천병 역할을 하고 있다. 늘 입으로는 자유, 민주를 이야기했지만 (그들이 이제는) 자유를 지우고 있는 겁니다. 그 위에 국가를 앞에 놓고 권력을 영구히 하기 위한 제도화 작업에 앞장 서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공수처나 선거제도 개혁의 문제도 그 자체로만 보지 말고 전체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봐라. 이미 지식인들의 지성이 무너지면서 그 지식인이 권력의 도구가 되어서 제도개혁에 들어가고 있고. 이 전체적인 구도를 보고 국민들에게 이야기해야 된다.

소종섭: 종합적인 측면에서 판단하고 이야기를 해야 된다. 그 부분에 대해서 걱정하고 계시는.

김병준: 걱정되고 때론 참담하고 이 나라가 어디로 가는 거냐. 단순히 경제가 무너지고 안보가 위태롭고 이것을 지나서 오히려 이 위기국면을 이용해가지고 점점 전체주의로 치닫는 모습을 저희가 보고 있다는 겁니다. 

소종섭: 네.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을 모시고 문재인 정부의 현재 관련된 말씀 들었습니다. 위원장님, 수고하셨습니다. 

※ 본문에 포함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의 자체조사로 11월5일~7일 설문한 결과입니다. 이 조사는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입니다. 또한, '임기 후반기 문재인 정부 최우선 국정과제' 여론조사는 YT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11월1일 설문한 결과입니다. 이 조사는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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