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이냐 애경이냐…아시아나 인수전 ‘2파전’ 압축
  • 김재태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08 15: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입찰 경쟁자 KCGI는 연합전선 구축 실패…현대산업개발 쪽이 매입가 더 높게 써낸 것으로 알려져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애경그룹과 HDC현대산업개발의 '2파전'으로 좁혀진 모양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전략적투자자(SI)로 대기업과 손잡는 데 실패하면서다.

KCGI는 재무적투자자(FI)에겐 아시아나를 매각하지 않겠다는 금호산업과 채권단의 입장에 따라 사실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단 애경과 현대산업개발이 적어낸 가격이 가장 중대한 심사 기준이 된다. 매각 주체가 아시아나와 계열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까지 통매각한다는 방침이어서 관련 업계에서는 인수가격을 2조원 안팎으로 추정한다. 더 높은 가격을 써낸 쪽이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애경은 성공적인 항공사 운영 경험을 가진 반면 현대산업개발은 두둑한 현금을 보유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결국 금호산업과 채권단이 어떤 점에 무게를 두고 평가할지가 인수전의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가 한국의 양대 항공사라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격 외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많아 일각에서는 향후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시장에서는 현대산업개발 측이 애경보다 매입가격을 1조원가량 더 높게 써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게 추가 이미 현대산업 쪽으로 기운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현대산업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면 기존 면세점·호텔 사업과 시너지가 예상되고, 범(汎)현대가(家) 차원에서는 항공업 진출의 통로를 다시 뚫는다는 의미도 있다.

만약 애경이 현대산업을 제치고 아시아나를 차지하면 대한항공을 제치고 단번에 국내 1위 항공사로 도약하게 된다.

11월8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산업과 애경은 모두 전날 마감한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 참여해 각자가 책정한 적정 가격을 제시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산업 컨소시엄이 매입가격으로 2조5천억원가량을 써냈고, 애경 컨소시엄이 1조5천억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현대산업 쪽으로 기우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아시아나 인수를 추진하는 현대산업은 정몽규 회장이 직접 나서서 이번 인수 과정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과 미래에셋은 미래에셋대우가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114'를 현대산업에 매각하는 등의 인연을 바탕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산업은 아시아나 인수에 성공하면 현재 그룹이 보유한 면세점과 호텔 사업 등 부분에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산업은 올해 강원 오크밸리를 인수하는 등 그룹 내 사업 다각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새로운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는 기조가 이어지면 침체된 분위기의 아시아나에도 새로운 활력이 생겨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현대산업 관계자는 "그동안 미래 먹거리 창출, 그룹의 외형 확장을 위해 꾸준히 투자·인수 대상을 발굴해 왔다"며 "아시아나의 운송 기능이 그룹이 추구하는 유통산업과 융복합 개발사업을 통한 수익 창출 등과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의 아시아나 인수는 범현대가 차원에서는 항공업 진출로 자동차, 조선·해운과 함께 '육·해·공'을 모두 사업 영역에 두게 된다는 의미도 갖게 된다.

고(故) 정주영 회장 시절 현대그룹은 1989년 현대정공에서 민수용 헬기 사업을 추진하다가 1994년 현대기술개발을 설립하며 항공기 제작 사업을 본격 추진했고, 1996년 현대우주항공으로 새로 출범하면서 항공업 진출의 초석을 놓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1999년 현대우주항공과 삼성우주항공, 대우중공업이 빅딜에 의해 한국항공우주(KAI)로 재편되면서 현대는 사실상 항공업에서 손을 뗐다.

인수전 초기만 하더라도 증권가에서는 현대산업의 아시아나 인수 추진을 의외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정몽규 현대산업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는 수준의 '통 큰 베팅'을 하면서 강력한 인수 의지를 확인했다.

제주항공 명의로 입찰에 참여한 애경은 이번 인수전에 가장 적극적으로 임한 후보로 꼽힌다. 인수전 참여 자체를 공개하지 않던 다른 업체와 달리 애경은 수차례 보도자료를 통해 아시아나 인수 의지를 알렸다.

애경은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을 국내 3위 항공사로 올려놓은 실적을 앞세워 "입찰 후보 중 항공운송산업 경험이 있는 유일한 전략적투자자(SI)"라며 아시아나 인수의 적임자임을 강조해 왔다.

애경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면 대략 국제선 45%, 국내선 48%를 점유하게 돼 대한항공을 제치고 국내 최대 항공그룹으로 순식간에 지위가 격상된다.

애경은 세계 주요 항공사 간 인수·합병 사례를 연구해 침체된 국내 항공산업의 부흥과 시장 재편을 주도하겠다면서 "아시아나항공 노선과 기단 운용 효율성을 높이고 핵심 역량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금호산업은 본입찰 서류 검토를 신속히 진행해 이르면 1주일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최종 선정해서 발표하고 연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해 매각 작업을 모두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