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은 왜 수시로 불안정해질까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21 14:00
  • 호수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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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주택 통한 ‘대박’ 기대심리 제거할 방향으로 ‘대전환’ 절실

국토교통부는 11월6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지정 및 조정대상지역 일부 해제를 발표했다. 서울 27개 동을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으로, 부산광역시 및 고양시·남양주시 일부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함으로써 거의 1년여를 끌어온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게 됐다.

분양가상한제는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에 정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시장가격을 낮추는 조치로서 제도의 타당성과 효과에 대한 논란이 지속돼 왔다. 신규분양에 대해서는 상한제를 통해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기존 주택의 가격 상승에 대해서는 효과가 부족하며, 상한제 대상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으로의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또 분양가상한제 지역에서 분양되는 아파트에 당첨된 사람들에게는 과도한 차익을 안겨준다는 문제점도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할 만큼 시장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었다.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 진주·미성·크로바 아파트 ⓒ 시사저널 고성준·시사저널 박정훈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 진주·미성·크로바 아파트 ⓒ 시사저널 고성준·시사저널 박정훈

주택시장 안정화, ‘양도세·보유세’에 달렸다

분양가상한제까지 실시된 현 시점에서 향후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한편으로는 분양가상한제로 대표되는 임시적 조치를 넘어 근본적으로 주택시장을 안정적인 구조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가 됐다.

주택시장과 관련해 가장 변화돼야 할 제도는 주택 관련 세제의 개혁이며, 여기에는 양도세와 보유세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 현재의 양도세는 기본적으로 1가구 1주택에게는 혜택을 주는 반면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중과하는 형태다. 이런 구조의 배경에는 다주택 보유는 악(惡), 1주택 보유는 선(善)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렇지만 본질적으로는 주택매매를 통한 이익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다주택자와 1주택자의 차이는 없다.

그동안 여러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제일 많은 변화를 겪어 복잡해진 제도는 양도세다. 양도차액에 대한 세율을 높인다면 주택 보유에 따른 기대이익이 감소하기 때문에 시장은 안정화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주택을 매각했을 때 발생하는 양도차액에 대해 당연히 과세를 해야 하지만 현재는 주택 보유 규모, 가격, 위치 등에 따라 복잡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잦은 변경으로 인해 양도세제는 누더기가 돼 가고 있으며, 세무사들도 양도세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복잡한 양도세 구조와 잦은 변경은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갖게 하며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바뀔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도세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1주택이나 다주택 보유에 관계없이 일정 수준까지는 비과세 또는 저율과세를 유지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양도차액에 대해서는 거의 전액 환수에 가까운 고율로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평생 또는 일정기간에 걸쳐 주택매매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의 상한을 설정한다면 주택을 통한 수익창출은 매우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 시장 참여자 규모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령 평생 주택매매를 통해 거둘 수 있는 양도차액을 3억원으로 한다면 이 수준을 넘어 이익을 실현한 사람들로서는 굳이 주택을 계속 보유할 필요가 없다.

주택가격 안정화를 얘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가 ‘보유세 강화’다. 재산세와 종부세로 이뤄져 있는 보유세율을 지속적으로 높이면 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이 커져 주택을 매도할 것이며, 주택 구매 수요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주요 논지로서 주택가격의 1~4%에 이르는 재산세를 매년 부담하는 미국 등의 사례가 소개되기도 한다.

보유세 강화는 필요하지만 그 자체가 주택을 소유한 사람에 대한 징벌적 수단으로 간주돼서는 곤란하다. 미국 등 높은 재산세율을 부담하는 국가들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재산세로 납부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소득세 납부에 대해 공제 혜택을 부여한다. 고정 수입을 기대하기 힘든 고령자의 경우 고지된 재산세를 주택매매 또는 상속·증여 시에 몰아서 낼 수 있도록 하는 과세이연제도 등도 대부분 갖추고 있다. 또 많은 재산세를 납부하더라도 세금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학교 및 각종 행정 서비스에 투입돼 세금 납부에 따른 편익을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 서울 27개 동을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으로 발표했다. ⓒ 연합뉴스
정부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 서울 27개 동을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으로 발표했다. ⓒ 연합뉴스

전세제도 축소 위한 정책 변화 있어야

정부가 밝힌 공시가격 현실화는 필요하지만 그 자체가 주택가격 안정화를 위한 수단으로서 고려되는 것은 곤란하다.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기본 수단은 양도세가 돼야 하며, 재산세를 포함한 보유세의 경우 과세이연, 공제 혜택 부여 등을 통해 장기 보유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세제와 더불어 전세제도 축소를 위한 정책변화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한국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전세제도는 주택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월 지출되는 주거비용이 없다는 이유로 전세는 임차인들에게 선호되며, 주택 구입에 필요한 목돈을 모을 수 있는 효과적 수단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2010년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본 잠재적 수요자들은 구매 대신 전세에 집중됐고, 이에 따라 전세가격은 상승했다. 전세가격 상승이 이슈가 되자 정부는 대한주택보증 등 공공기관이 보증을 제공하는 형태로 전세자금대출을 확대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에 따라 반전세 또는 월세 전환을 고려했을 세입자들은 전세자금대출로 주택가격 대비 전세가격비율 상승을 수용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소액의 자본으로도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일명 ‘갭투자’ 활성화를 불러왔고, 지금의 부동산시장 급등의 원인이 됐다. 정부가 주거안정을 위해 공급한 전세자금이 결과적으로는 공격적인 주택 구입 행태를 지원하는 결과가 된 셈이다.

결국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소득 기준을 강화함으로써 전세시장을 축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월세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주택 소유자는 주택가격 상승이 없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투기적 심리에서 벗어나게 되며, 시장 전체적으로는 주택 구입에 따른 필요 자금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시장진입을 차단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정부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전세자금대출 보증한도 축소 등의 조치를 내놓고 있는데 이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시장구조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필요가 있다.

주택시장이 수시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주택을 통한 큰 이익창출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심리를 제거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근본적인 제도 전환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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