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열기보다 더 뜨거운 ‘대구 신청사 유치전’
  • 대구경북취재본부 심충현 기자 (ckorea21@hanmail.net)
  • 승인 2019.11.17 14:00
  • 호수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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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북구·달서구·달성군 유치 신청
12월 결정 앞두고 막판 경쟁 가열

지금 대구광역시는 격전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겁다. 총선 얘기가 아니다. 신청사 건립을 앞두고, 대구광역시 내 4개 구·군의 유치전으로 인해 마치 8월의 대구 더위를 방불케 하는 뜨거운 상황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의 자중 요청에도 불구하고, 도로에는 각 기초단체에서 내건 유치전 현수막이 홍수를 이루고 있고, 지역 신문·방송에서도 연일 유치전 홍보가 계속되고 있다. 오는 12월의 결정을 앞두고 대구광역시의 선정 기준과 입장, 그리고 현재 진행 상황을 정리해 보고,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는 4개 구·군의 유치 의견을 들어보고자 한다. 

대구광역시 신청사의 선정 기준은 면적 1만㎡ 이상으로 후보지가 가지고 있는 대구 신청사로서의 장소적 가치와 랜드마크로서의 잠재력을 우선 평가한다. 또한 신청사가 입지함으로써 지역의 쇠퇴 극복과 발전의 파급효과, 신청사의 접근 용이성 정도, 인구와 지리적 중심성 정도, 신청사의 물리적 환경 수준, 신청사와 인근 및 주변 환경 수준, 신청사 개발 비용의 적절성 등도 아울러 평가한다.

ⓒ 대구광역시청
현 대구시청사 본관. 1993년부터 현 위치에 있다. 장소 협소로 별관을 옛 도청 터에 두고 있다. ⓒ 대구광역시청

2022년 착공해 2025년 완공 계획

대구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는 지난 10월16일부터 11월6일까지 3주에 걸쳐 신청사 후보지를 공개 모집한 결과 중구, 북구, 달서구, 달성군 등 4개 구·군에서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구·군별 신청 부지를 살펴보면 △중구 동인동1가 2-1번지 외 24필지(현 대구시청 본관) 2만1805㎡ △북구 산격동 1445-3번지 외 38필지(구 경북도청 부지) 12만3461㎡ △달서구 두류동 706-3번지 외 6필지(구 두류정수장 부지) 15만8807㎡ △달성군 화원읍 설화리 563번지 외 100필지(현 LH 대구경북본부 분양홍보관 부지) 20만4248㎡ 등이다.

제출된 후보지 신청 자료는 내용의 사실 여부 등에 대해 전문기관의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친 후 오는 12월, 건립 예정지 선정 평가를 수행하게 될 시민참여단에 넘겨져 평가 자료로 활용된다. 시민·시민단체·전문가 252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의 평가 결과, 최고 점수를 받은 후보지가 12월에 선정된다.

시청사 예정지 선정 평가 시기가 임박해 오면서 과열유치행위에 대한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11월8일 열린 제10차 공론화위원회에서는 과열유치행위로 제보된 52건에 대해 심의한 결과 1건(중구 1건)을 감점 적용 대상으로 결정했다. 제보 건 대부분이 현수막, 깃발, 홍보물 래핑 등과 같은 기구·시설물을 이용한 행위로 시정 요청 후 24시간 이내 자진 철거할 경우 감점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중구의 경우 시정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태일 공론화위원장(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은 “최적의 신청사 건립 예정지 선정을 위해 우리 위원 모두는 위원회가 출범한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공정하고 활발한 토론을 거쳐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열정을 다해 왔으며, 앞으로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시민의 집을 짓는 일에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신청사 입지 선정 이후 2020년 기본계획 수립, 2021년 실시설계 등을 거쳐 2022년 착공해 2025년 완공할 계획이다. 1993년 도심인 중구 동인동에 건립된 대구시청사는 시설이 낡고 업무·민원 공간이 부족해 행정능률이 떨어지고 본관·별관 분산 운영으로 시민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대구광역시청
대구 북구청이 시청 신청사 부지로 신청한 도청 터 전경 ⓒ 대구 북구청

▒ 북구 “준비되고 검증된 대구 미래의 터” 

“10년 연속 인구 감소, 청년인구 유출비율 전국 최고, 취업자 증가율 6대 광역시 중 최하라는 불명예를 기록하고 있는 대구의 현재를 극복할 수 있는 적기는 바로 지금이다. 신청사는 새로운 백 년을 준비할 컨트롤타워로서 시민 소통과 역량을 담아 도시의 규모와 위상에 걸맞아야 한다. 보수적이고 배타적이라는 편견을 타파하고 250만 시민의 기원과 소망이 담긴 아름답고 활력 있는, 바로 준비된 땅, 대구 시청별관(경북도청 터)이다.” 

대구광역시청 유치신청서를 낸 대구 북구청(배광식 구청장)이 신청사 입지로 시청별관(도청 터)을 내세우면서 강조한 말이다. 

시청별관이 미래를 여는 혁신도시, 개방과 포용의 열린 도시, 창의문화예술도시로의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고대로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선사문물의 발상지이고, 대구 직물 및 안경제조 산업의 중심로서의 상징적 공간도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구와 경북이 하나였던 역사성과 대경상생의 전략적 입지라는 점을 내세운다. 즉 지방자치 시대를 꽃피울 대구와 경북의 상생 에너지를 가장 상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에 대해서도 북구청 측은 “엑스코 제2전시장을 중심으로 대구의 MICE 산업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고, 신천과 금호강의 도시로서 풍부한 수자원을 통해 수변도시 대구로 거듭날 것”이라는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삼성창조캠퍼스를 토대로 4차산업 중심의 먹거리를 창출할 미래가 기대되며,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하우스를 통해 대구를 문화와 공연 산업의 메카로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청사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접근성이다. 이 점에서 북구청은 “신천대로와 신천동로, 북대구IC 및 엑스코선 확장 계획으로 시민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고, 대구 시민 누구나 시청을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는 지리적 접근성은 물론 심리적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다른 경쟁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넓은 부지를 활용해 새로운 시민의 장을 형성할 수 있는 ONE-STOP행정문화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동대구역(2.8km), 서대구역(5.3km), 대구국제공항(3.4km)과 인접해 있고, 신공항 예정지(40km)를 통해 국내는 물론 국제적 교류에도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완만한 지형, 인근의 녹지·수변환경 측면에서 도청 터의 적합성이 평가받고 있고, 경제성 항목 역시 4개 후보지 중 유일하게 국비 지원을 통해 주변 개발이 가능함을 강조하고 있다. 부지 특성상 주변의 민간시설과 주택지가 분리되어 있으며, 동선이 단순해 건립 과정에서 민원 발생 소지가 전무하며, 민원 갈등으로 인한 건설기간 지연이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배광식 북구청장은 “그동안 최선을 다해 준비해 온 만큼 시민참여단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을 겸허한 자세로 기다릴 것이며, 신청사 건립을 계기로 대구가 새롭게 변하고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대구광역시청
대구 중구청이 내놓은 대구 신청사 조감도 ⓒ 대구중구청

▒ 중구 “100만 유동인구와 도시 기능의 실질적 중심지” 

대구 중구청이 신청사 부지로 신청한 현 위치의 대구시청은 1910년 대구부가 중구 동인동에 설치된 이래 100년 이상 이어져 온 대구시의 역사이자 중심이다. 대구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달성토성, 경상감영 등 대구의 역사와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역사의 현장들과 연결되어 있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2·28기념중앙공원 등 대구의 정체성이 담긴 역사 공원도 지근거리에 있다. 또한 약 110년 동안 대구시를 관할한 공공기능 중심지가 이어져 도시 형성의 중요 ‘터’이자 ‘자리’로 기능해 온바, 사회기록 측면에서 현 위치에 있는 시청 자체의 장소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구청 측은 “대중교통이 밀집되어 있어 편리하고 접근성이 용이해 대구 시민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고, 행정·금융·유통·문화·예술의 중심지로서 과거·현재·미래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의 요충지이고, 모든 도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 동인동 현 위치 일원에 지하 개발과 연계된 랜드마크 건물로 신청사를 건립한다면 유동인구 100만의 동성로와도 연결되어 침체된 도심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란 주장이다.

무엇보다 중구청은 동인동에 새로운 랜드마크로 신청사를 건립한다면 경상감영, 근대골목 등 기존의 역사문화자원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뿐 아니라 지역 최고의 관광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의 중심을 관통하는 국채보상로에 접해 있고, 대구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시청 앞마당으로 사용하게 될 뿐만 아니라 지하주차장 또한 시청 주차장으로 공유할 수 있어 대구 시민들의 활용도도 높이면서 진정한 시민을 위한 시청 건립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노보텔에서 종각으로 이어지는 지하 상권을 개발하고, 지하와 이어지는 필로티 구조로 시청을 건립한다면 대구의 숙원 사업인 시민광장으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곳이 새로운 만남의 장소로서 대구의 또 하나의 랜드마크로 부상할 것이란 얘기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현재의 대구시청 부지가 좁다거나 시청 주변 사유지 확보의 어려움 등을 걱정하는 일반 시민들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민관 복합개발 등 맞춤 전략들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우리 구는 타 지자체와는 달리 신청사 건립이 유치가 아닌 존치로, 원도심을 포함한 대구시 전체의 명운이 달린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현 위치로 확정되는 그날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대구광역시청
대구 달서구청이 유치 신청한 두류정수장 부지 부근 전경 ⓒ 대구 달서구청

▒ 달서구 “최고의 교통 접근성과 지역균형발전 요충지”  

대구 달서구청이 대구시 신청사 부지로 유치 신청한 부지는 10년째 방치(2009년 8월 가동 중단)되고 있는 두류정수장 후적지다. 따라서 이곳의 활용을 통한 시민 불편 해소 및 행정적·재정적 효율성 확보가 시급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4만여 평의 대구시 소유의 땅이 10년째 비어 있는 낭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옛 두류정수장 부지는 면적이 넓고 모양이 반듯하며 50여만 평의 두류공원과 도보 연결이 가능하고 부지 4면이 도로와 접하고 있어 개방성과 확장성이 뛰어나다는 점도 장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달서구는 1995년 대구시에 편입되며 지리적·위치적으로 대구의 중심이 되고 있다. 대구 전역 어느 지역에서나 공평한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는 탓이다. 중구·수성구와는 지하철 2호선으로, 남구·달성군과는 지하철 1호선으로 연결돼 있다. 

인구 규모 면에서 보면, 두류정수장 부지 주변 5개 구·군 인구가 대구시 전체의 50.3%를 차지(5월말 기준)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달서구청 측은 “시청과 시청 주변 인프라를 조금이라도 더 많은 대구 시민이, 좀 더 편리하게 향유토록 하려면 대구 시민이 많이 거주하는 위치에 시청사 건립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성 측면 역시 부지가 시 소유로 되어 있어 부지 매입비가 필요 없으며, 시청사 건립을 위한 기금(약 1308억원 소요 예상) 절약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또한, 민자유치를 통한 건축비 부담 해소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부지가 넓어 시청사 외 컨벤션, 문화시설, 비즈니스호텔, 쇼핑몰 등 민자유치를 통한 관·상 복합타운 건립이 가능하며, 아울러 개방성이 탁월해 사람 중심의 친환경 청사 건립 및 시민광장(open space)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역균형발전의 궁극적인 이상은 모두가 고르게 발전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지역 간 균형발전을 통해 대구 전체의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달서구청 측은 “기존의 대구가 동대구역과 범어네거리 축을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으나, 2021년 서대구KTX역사 개통을 기점으로 서대구역사와 죽전네거리의 신성장 축을 추가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균형발전과 이를 통한 대구 전역의 강력한 발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대구의 새 시대를 여는 신청사가 왜 두류정수장 부지여야 하는지에 대해 대구 시민 및 시민참여단에 제대로 알려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향후 시민참여단의 현장방문 및 프레젠테이션에서도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달성군, 신청사 부지 가장 넓어 

4개 후보지 기초단체 가운데 달성군은 본지의 인터뷰 및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다른 지자체 후보지처럼 자세한 내용을 담는 데 어려움이 뒤따랐다. 현재 달성군의 대구시 신청사 후보지는 화원읍 설화리 563 일대(화원 LH홍보관) 지역으로 도시철도역에서 도보로 단 1분 거리에 있다. 전체 후보지 가운데 가장 가까운 셈이다. 또한 좋은 자연환경을 갖춘 부지는 20만4248㎡로 면적도 가장 넓으며, 지장물이 적어 철거 비용이 거의 없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달성군-달성군의회-LH’ 업무협약으로 후보지 토지매입 절차도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렇듯 달성군은 모든 평가 항목에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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