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출산율이 오름세인 몇 가지 이유
  • 이수민 독일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17 13:00
  • 호수 157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0세 이상 고령 출산자 증가
독박육아·경력단절 막는 법적·경제적 지원 탄탄

최근 한국은 출산율 0명대로 접어들면서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어느 때보다 깊어졌다. 출산율 저하는 고령화와 더불어 미국·일본, 유럽 여러 국가 등도 직면해 있는 고민이다. 독일 또한 이 문제로 지난 수년간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 9월 독일 연방 통계청의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독일의 출산율은 1.57명(2018년 기준)으로 예년과 같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그다지 높아 보이진 않지만, 이 절대적 수치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지난 10년간 출산율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 중반, 1.3명까지 떨어진 독일 출산율은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탔다. 이에 대한 분석으로 난민들이 독일로 많이 이주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많다. 하지만 독일이 난민들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건 불과 4년 전부터다. 수치가 그 전부터 올라갔다는 점에서 출산율 증가가 난민 정책에만 힘입은 결과라고 받아들이긴 어렵다. 그렇다면 독일이 사용한 다른 방법은 무엇일까.

독일 고령 산모 수, 30년 새 4배 증가

일단 독일 연방 통계청의 발표에선 고령 출산자 증가를 특이점으로 꼽고 있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40세 이상 산모가 약 4만 명 이상의 아이들을 출산했다. 이는 여성 1000명당 88명에 해당하는 수치로 비율상 높진 않지만, 1990년대에 1000명당 23명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30년 새 고령 산모의 수가 4배로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고령 출산의 여러 위험과 부담이 있는데도 출산하려는 의지와 실행력이 나타나는 이유는 아주 ‘현실적인’ 경제적 지원을 들 수 있다.

독일에서 산모는 임신·출산과 관련한 의료 서비스를 전부 무료로 받는다. 공보험에 가입된 산모는 병원 진료비뿐만 아니라 산모에게 필요한 마사지나 물리치료 등 산부인과 외적 치료까지 지원받는다. 이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사보험 가입자들에겐 여기에 추가적인 검사들까지 지원된다. 그러나 2018년 기준 독일의 공보험 가입자가 87.7%에 이르고 사보험 가입자는 불과 10.5%였다는 통계로 미뤄봤을 때, 대부분이 공보험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의학적 차원에서 벗어나, 출산과 관련해 여성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벽으로 느껴지는 ‘경력단절’ 문제는 단단한 법적 보호를 통해 해결한다. 예컨대 2007년에는 15세 미만 자녀가 있는 여성 중 직업을 가진 비율이 56%였지만, 현재는 65%로 늘었다. 독일은 국제노동기구(ILO)의 183호 모성 보호 협약에 준하는 모성보호법을 시행 중이다. 독일의 모성보호법은 1952년 최초로 시행됐으며 그 후에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꾸준히 개정되고 있다. 최근에는 직장인이 아닌 대학생 등에게까지 범위를 확장해, 더 많은 산모가 보호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모성보호법에 따르면 임신기간 중, 즉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회사에 통보한 시점부터 출산 4개월 후까지 고용주가 해당 여성을 해고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된다. 또한 출산휴가는 출산예정일 6주 전부터 시작된다. 이 기간에 임산부가 업무를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고용주에게 명백하게 전달하지 않는다면 이 휴가는 법적인 ‘강제성’을 띤다. 출산 후 8주 동안은 산모가 출근에 대한 의지가 있어도 의무적으로 휴직기간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한다. 출산휴가와는 별도로 아이가 3세가 될 때까지 법적 보호자는 성별과 무관하게 최고 3년까지 육아휴직을 받을 수 있다. 육아휴직은 원하는 시점에서 7주 전에 신청해야 하며 신청하는 순간부터 육아휴직이 끝날 때까지 해고를 당할 수 없다.

이러한 법적 보호 외에 추가적인 경제적 지원도 충분하다. 독일은 출산과 육아와 관련해 총 세 가지 지원금을 지급한다. 첫째는 출산수당으로, 이는 출산휴가 기간인 14주간 받을 수 있으며 월급 실수령액의 100%를 지급한다. 물론 이는 고용주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공보험에서 일부(일당 13유로) 지원한다. 또 하나, 기본부모수당이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자녀 출생 이후 14개월까지 받을 수 있지만 원하는 경우 수당의 반액을 28개월 동안 분할해 받을 수도 있다. 부모수당의 액수는 월급의 실수령액에 따라 결정된다. 평균적으로 급여의 67%까지 받을 수 있으며 직장인이 아닌 경우에도 최소금액인 월 300유로(약 40만원)가 지급된다. 다자녀의 경우 부모수당 액수의 10%를 추가로 받는다.

마지막으로 자녀수당은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즉 만 18세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다. 2019년 7월1일부터 자녀 2명일 경우 1인당 204유로(약 25만원)를 받으며 자녀 수가 많을수록 조금씩 늘어난다. 자녀가 만 18세 이상이지만 대학생이거나 직업교육을 받는 경우에는 만 25세까지 수당을 받을 수도 있다. 양육자의 경제적 수입이 불충분한 경우 추가적인 지원도 제공된다.

독일 여성도 불만은 많다, 하지만…

독일이라고 불만이 없을까. 이처럼 상대적으로 탄탄해 보이는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독일 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성들이 점점 고학력자가 되고 직장생활을 지속하려는 추세가 강해지는 만큼, 임신·출산·육아는 이들에게 단지 경제적 부담을 넘어 심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법적으로 직장에서 자기 자리를 보호받는 것만으로 경력이 단절되지 않는다고 볼 순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독일 역시 남성이 육아휴직을 받는 비율이 여성에 비해 여전히 월등히 낮다.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이 독일에서도 아직 팽배한 것이다. 지원 면에서도 직장인이 아닌 여성들, 예를 들어 학업 도중 임신한 여성들의 경우 출산 및 부모수당 지급에서 제외되거나 최소액만 받기 때문에 출산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 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양육자가 직면한 현실을 사회적 제도망으로 완전히 보상하기란 그 어떤 나라에서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근본부터 바꾸는 데, 30년도 결코 충분한 기간이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 현실에 적합하게 끊임없이 모성보호법 등을 개정하고 있으며, 개인의 상황에 맞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제도의 탄력성을 더해 나가고 있다. 이는 곧 다양한 출산 관련 수당 등 독일의 저출산 대책이 오늘날 유럽 주변 국가는 물론 많은 곳에서 참고서 역할을 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