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는 FA 류현진 계약에 관심이 있긴 한 걸까?
  •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15 17:00
  • 호수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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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시장 나선 류현진에 정작 LA 다저스는 ‘조용’
‘슈퍼 에이전트’ 보라스와 기 싸움 중

2019 메이저리그 시즌이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스토브 시즌이 시작됐다. 이번 스토브 시즌이 예년에 비해 관심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둔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FA 시장에 나가기 때문이다. 과연 박찬호·추신수에 이어 메이저리그 FA 시장에서 대박 계약을 터뜨리는 3번째 선수가 될지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다.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선수의 몸값은 자신의 가치를 대변한다. 그런 관심을 받는 선수답게 현지에서 류현진의 행보와 관련된 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그의 몸값, 계약기간, 관심 있는 팀들이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가 7년간 몸담았던 LA 다저스와의 구체적인 협상이나 공감도 등에 대한 현지 기사는 미미한 선에 그치고 있다. 물론 부상으로 짧지 않은 기간을 쉬어야 했지만 경기에 임했을 때 류현진은 분명히 다저스 마운드의 주축 선수로 부족함이 없는 활약상을 보여줬다. 과연 다저스는 류현진과의 재계약에 관심이 있는지, 그리고 관심이 있다면 왜 이렇듯 현재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았다.

ⓒ AFP 연합
ⓒ AFP 연합

류현진보다 젊은 투수 영입에 더 관심 가질 수도

11월11일 현재 류현진에게 관심이 있거나 그가 옮기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언급된 팀들을 살펴보자. 다저스는 물론이고 같은 지구 내에서만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하마평에 올랐다. 최근에는 올 시즌을 앞두고 큰돈을 풀며 전력을 강화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필라델피아 필리스 역시 관심이 있다는 소문에 동참했다. 과거 강정호의 소속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비롯해 밀워키 브루어스와 같은 미드 혹은 스몰 마켓 팀이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리그를 바꿔 아메리칸리그 팀들도 역시 언급되고 있다. 추신수가 뛰고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는 시즌 말미부터 류현진 경기에 스카우트가 꾸준히 모습을 보였다. 과거 박병호가 몸담았던 미네소타 트윈스를 비롯해 다저스와 같은 지역에 있는 LA 에인절스도 꾸준히 얘기가 나오는 팀이다. 이렇게 언급된 팀들만 이미 9개 팀에 달한다. 이들 중 가장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를 받던 팀은 역시 현 소속팀 다저스다. 누구보다 류현진의 가치를 잘 알고 도움을 받았던 팀이라 뭔가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줄 알았지만 현재까지는 지나칠 정도로 조용하다.

우선 류현진의 현지 에이전트가 ‘슈퍼 에이전트’라 불리는 스캇 보라스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선수들에겐 최고, 하지만 구단엔 최악이라고 할 정도로 대형 계약을 이끌어내는 데 귀재다. 다저스 입장에서 먼저 안달하는 모습을 보일 까닭이 없다. 그러면서 짐짓 여유를 보이고 있다. 일단 로테이션에 새롭게 떠오른 에이스 워커 뷸러와 기존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건재하고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에 내년도 로테이션에 합류할 미래 쌍두마차 훌리오 유리아스, 로스 스트리플링 등이 버티고 있다. 게다가 올해 데뷔해 좋은 구위로 밝은 미래를 약속한 더스틴 메이와 토니 곤솔린이라는 어린 선발 요원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여기에 맞물린 부분이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에게 빗발치는 비난 여론이다. 7년 연속 지구 우승이란 금자탑을 쌓았지만 구단의 궁극적인 목표인 월드시리즈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2019년 다저스의 팀연봉은 2억100만 달러로 메이저리그 전체 4위였다. 불과 2년 전 2억6000만 달러로 2위와 5000만 달러 격차로 단연 1위였지만 대형 계약을 피하고 트레이드 등을 통해 팀연봉을 줄였다. 이 점이 문제가 된다.

매 시즌 우승을 목표로 한다면 지형을 바꿀 수 있는 대형 선수를 데려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형 계약이 필요한데 다저스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단 한 번도 1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한 적이 없다. 심지어 지난겨울 FA 최대어 브라이스 하퍼에게도 3년간 9900만 달러 계약 조건을 제시해 바로 거절당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퍼는 결국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13년간 3억3000만 달러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는 대표적인 스몰 마켓팀인 템파베이 레이스 단장 시절 허리띠를 졸라맨 버릇이 남아서 그렇다는 지적도 있다. 거기에 차고 넘치는 유망주들을 지나치게 내놓지 않아 필요한 선수 영입에 대한 성공률이 낮은 편이다. 결국 이런 비난을 의식한 그가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바꿀 요량으로 이번 FA 선발투수 시장에서 류현진보다 나이도 어리고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게릿 콜이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혹은 잭 휠러 등의 영입을 위한 대형 계약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다저스에 남고 싶어 하는 류현진 심리 이용 측면도

그렇다고 스캇 보라스가 류현진 계약을 서두를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어느 팀이 파격적인 조건을 먼저 제시하지 않는 한 기다리는 것이 류현진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공교롭게 위의 영건 3인방 중 콜과 스트라스버그는 보라스 소속이다. 이들은 모두 6년 이상 2억 달러를 상회하는 조건을 원하는 선수들이다. 현지 예상으로 짧으면 2년, 길면 5년 정도가 예상되는 류현진과는 아예 움직이는 시장이 다른 것이다. 속된 말로 총알이 준비된 팀들을 상대로 이 젊은 투수들의 영입 경쟁을 붙인 다음, 이들을 놓쳐 다급해진 팀들을 상대로 다시 경쟁을 재점화하며 류현진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식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즉 보라스 역시 류현진을 급하게 계약 상황으로 밀어넣을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또 다른 이유는 다저스가 은근히 류현진의 ‘친정팀 디스카운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도 거론된다. 류현진에게 다저스는 메이저리그의 친정팀이다. 미국 진출부터 현재까지 7년을 몸담았다. 게다가 비공식적으로 재미교포 100만 명이 LA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실생활에 거의 불편함을 느끼기 어렵다는 점과 아내 배지현씨가 임신을 하면서 역시 생소한 생활환경을 원치 않을 수 있다. 이런 점을 다저스도 잘 알고 있고, 구단에서 생각하는 적절한 선에서 계약하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겐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이 너무 익숙하다. 하지만 다저스 팬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에겐 ‘다저스의 류현진’이 아니라 ‘류현진의 다저스’란 이미지가 더 강하다. 이제 총성 없는 전쟁은 시작됐다. 다저스건 다른 팀이건 본인의 가치를 성적으로 증명한 류현진에게 가장 필요한 계약은 본인의 가치를 최고로 인정하고 마음 편하게 오랜 기간을 뛸 수 있게 만들어줄 팀과의 인연일 것이다. 그 인연의 시작은 신중하고 미래를 바라볼 팀이 되어야 한다는 주문이 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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