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자질 논란’에 휩싸인 광주그린카진흥원장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11.14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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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찬 원장,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잇단 황당 발언 ‘빈축’
“시에서 (명단을)줬으니 난 모르고, 알 필요도 없었다”…‘영혼있나?’

“산하 기관장은 진짜 영혼이 없는 건가”

‘광주시가 (이사 후보 명단을)줬으니 난 모르고, 알 필요도 없었다’는 광주시 산하 한 출자기관장의 형태를 지켜본 시민들이 혀를 차며 하는 소리다. 광주그린카진흥원 배정찬 원장이 시의회 행정사무 감사장에서의 한 발언을 두고 나온 뒷말이다. 행정사무감사 이후 그의 ‘자질’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광주그린카진흥원은 광주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기획과 기업지원을 담당하는 광주시 출자기관으로 최근 출범한 광주형일자리 자동차공장 합작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 1대 주주다. 

문제는 배 원장이 광주시 주력산업 산하 기관장으로서 전문적인 식견과 주체적 역량을 가졌느냐는 것이다. 발단은 지난 7일 열린 광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한 발언이다. 이날 배 원장은 박광태(전 광주시장) 글로벌모터스 이사를 추천할 때 2대, 3대 주주인 현대차, 광주은행 몫의 이사 후보 2명과 감사 후보 2명을 함께 추천한 것을 두고 “5명을 추천했으니 복수로 한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광주글로벌모터스 1대 주주인 광주그린카진흥원이 청사에 합작법인 출범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광주글로벌모터스 1대 주주인 광주그린카진흥원이 청사에 합작법인 출범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하지만 이는 엉터리 주장임이 곧장 드러났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주주 간 협약에 따라 1대 주주인 광주그린카진흥원(광주시)을 비롯해 2대 주주인 현대차, 3대 주주인 광주은행이 각각 1명씩의 이사를 추천하고, 다시 광주시와 현대차가 각각 1명씩 감사를 추천하도록 돼 있다. 그린카진흥원은 이중 광주시 몫 이사 1명과 현대차가 추천한 이사 1명, 광주시가 추천하는 감사 1명 등 총 3명을 법인 이사회로 추천하게 되는데, 이전에 검증을 거치기 위해 지난 6월 자체 임추위를 구성했다. 나머지 광주은행 추천 이사와 현대차가 추천하는 감사 1명 등 2명은 주주간 협약에 따라 그린카진흥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법인 이사회에 추천하도록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임추위 규정이 적시한 ‘복수 추천’ 절차가 무시됐다는 것이 시의원들의 주장이다. 저간의 사정은 이렇다. 배 원장은 8월 20일 당시 광주시 전략산업국으로부터 박 대표이사를 포함한 5명의 후보명단을 받아 임추위에 구두로 전달했다. 당시 후보 명단에서 박 대표이사를 제외한 4명은 박 대표이사의 ‘경쟁자’가 아닌 현대차, 광주은행 몫의 이사, 감사 후보들이었다. 이사 3명과 감사 2명 등 총 5명을 뽑는데 딱 5명만 단수 추천한 것이다. 특히 후보 명단에 포함된 2명은 그린카진흥원이 추천 권한도 갖지 않는 광주은행 몫 이사 후보 1명과 현대차 몫 감사 후보 1명이었다. 이 역시 주주 간 협약 상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도 배 원장은 ‘복수 추천’ 규정의 해석을 놓고 “이사 후보 1명당 2명 이상을 추천하라는 배수(倍數) 개념이 아니라 3명을 뽑을 때 4명 이상이면 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지역관가 주변에선 기초적인 사실부터 무지한 것이라는 곱지 않은 소리가 나온다. 배 원장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는 데도 실패했다. 그의 ‘이해’가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추천 이사 후보를 4명 이상 제시해야 하는데 3명만 추천했다고 했기 때문에 억지 주장인 셈이다. 

이를 두고 배 원장과 그린카진흥원이 광주시의 ‘지시사항’ 실행에만 급급한 나머지 주주 간 협약에 맞게 복수로 임원 후보를 추천했는지, 권한 밖의 임원을 추천했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지배적인 해석이다. 그린카진흥원 측은 명단을 충분히 검토할만한 물리적 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배 원장도 임추위 개최 5~10분 전에 광주시와 현대차로부터 명단을 전달 받아 ‘그대로’ 임추위에 넘겼다고 실토했다. 

배 원장은 광주그린카진흥원에 권한이 없는 후보까지 명단에 포함된 것에 대해서는 다소 황당한 해명을 내놔 논란을 키웠다. 그는 “(2차 임추위가 열린) 8월 20일이 법인 출범식 당일이라 너무 정신이 없었다”며 “광주그린카진흥원이 1대 주주로 돼 있지만 실질적인 추천 권한은 광주시, 현대차에 있어서 전달 받은 명단을 그대로 임추위에 넘기기만 한 것이다. 누가 누구 몫이고 하는 건 관심도 없고 저한테 중요하지 않았다”고 소신(?)답변을 해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자치단체 산하 기관장으로서 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 견지 의지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반재신 시의원은 이 같은 배 원장의 답변에 기가 찼던지 “‘시에서 줬으니 나는 모른다’ ‘알 필요가 없었다’고 하는 이렇게 표현하면 안 된다”고 면박을 줬다. 1대 주주가 임원 추천에 있어 마땅히 해야 될 역할과 의무를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그린카진흥원은 광주시가 483억원을 출연을 완료해 발기인 대표사로 광주글로벌모터스의 1대 주주(21%)에 오를 위치에 있었다. 따라서 최대 주주로서 최소한 광주시와 협의하는 형식을 갖춰 광주시 몫의 이사 후보를 내세웠어야만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장연주 의원은 “광주글로벌모터스 임원추천자 선출 과정은 각본대로 진행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들게 한다”며 “임추위 심사 대상이 아닌 사람도 후보로 올라간 것을 어떻게 정상적인 과정으로 볼 수 있겠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배 원장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추론을 낳는다. 그가 기본적인 업무 상식조차 갖추지 못한 ‘무늬만 기관장’이거나 아니면 상전인 광주시 ‘입맛’에 맞추려고 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광주시 산하기관장이 앞장서 시민 이익을 훼손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굳이 따지자면 정황상 후자에 더 무게가 실린다. 배 원장은 11일 오후 자신의 집무실에서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도 “광주시가 철저한 보안을 위해 임추위 5분전에야 이사 후보 명단을 건네 준 것 같다”며 “그때나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시가 아주 잘 한 것 같다”고 광주시를 두둔했다. 또한 근거로 보기에는 다소 궁색해 보이는 양 기관이 맺은 합작법인 업무협약서의 일부 내용을 제시하며 광주시의 이사 후보 추천이 정당화하다고 연신 강변했다. 

광주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기획과 기업지원을 담당하는 광주그린카진흥원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광주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기획과 기업지원을 담당하는 광주그린카진흥원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하지만 이날 행정사무감사장 발언 이후 지역 관가에서는 때아닌 ‘영혼없는 방패막진흥원장’이라는 비아냥이 퍼지고 있다. 배 원장이 광주시의 부당한 지시를 뒷받침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권한 없이 ‘부적절한’ 행위를 한 광주시의 현실인식도 문제지만, 시킨다고 무조건 따르는 산하 기관장이 더욱 문제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지역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출연출자기관은 엄연히 그 누구로부터의 간섭에서 자유로운 독립기관이다”며 “그런데도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이는 상급기관의 부당 개입에 대해 스스로 ‘문제가 없다’고 옹호하고 나선다면 과연 그런 인물이 광주의 주력산업인 자동차산업 지원기관의 수장을 맡는 것이 적합한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사사건건 상부지시만 들먹이며 문서나 수발한다면 고을 원(하급기관)은 둬서 무엇하겠느냐, 더구나 지시가 다 옳은 것도 아니지 않느냐. 함부로 이를 거론치 말라.” 일찍이 강원 양양부사를 지낸 연암 박지원의 쓴소리다. ‘상부지시’를 금과옥조로 여기는 공직자의 폐단을 지적한 것이다. 꼭 광주글로벌모터스 최대 주주로서 고유 권한을 행사하기는커녕 광주시의 ‘묻지마 경호실장‘ 역을 자처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초하고 있는 배 원장의 행태를 두고 한 말 같다. 곱씹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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