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해부] 중수부-특검-특수부로 결속된 ‘윤석열 사단’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11.18 07:30
  • 호수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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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검찰 개혁에 “로드맵 없이 즉흥적” 비판
“특수부 검사들의 집단 항명 일어날 수도”

수술대에 오른 검찰을 향한 문재인 정부의 메스가 날카롭다. ‘윤석열호(號)’ 검찰은 출범 100여 일 만에 개혁 대상으로 전락했다. 검찰 입장에서 보면 최대 위기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정부의 개혁 방향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반발의 강도가 점점 세지는 분위기가 취재현장에서 감지됐다. 지금의 검찰은 ‘윤석열 사단’이 장악하고 있다. 그들의 뿌리는 2000년대 중수부-2010년대 특수부로 이어지며 더욱 단단한 응집력을 갖게 됐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팀으로 결속력은 한층 더 배가됐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8월7일 국회를 방문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8월7일 국회를 방문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문재인 정부가 검찰 개혁을 위한 칼을 다시 뽑아 들었다. 법무부는 전국 검찰청에서 직접수사 부서 37곳을 올해 안에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전신 특수수사부) 2곳, 대구·광주지검 반부패수사부 등 총 4개 부서에서만 직접수사가 가능하다. 검찰의 한 축을 담당했던 공공수사부(전신 공안부)는 물론이고 강력부, 외사부 등도 사라지게 된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라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요체에 성큼 다가서게 되는 것이다. 

검찰 내부의 반발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이 로드맵도 없이 ‘조국 사태’ 이후 다분히 감정적이고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반발이 그것이다. 한 대검 관계자의 항변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건, (검찰 개혁이라고 하는) 이 모든 과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지난 4월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따르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국회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 중인데, 갑자기 대통령령으로 직접수사를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다. 적폐수사라는 이름으로 특수수사의 비대화를 방조한 건 오히려 문재인 정부다. 심지어 지난 7월 인사에서는 특수통 검사들을 대거 중용했다. 만약 직접수사 폐지에 대한 확실한 로드맵이 있었다면 검찰 수뇌부에 특수통 검사들을 왜 임명했겠나.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모든 것이 즉흥적으로 결정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한) 야당의 반대로 패스트트랙 통과가 어려워지자 결국 대통령의 힘(대통령령)에 기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검찰의 저항은 수면 위로 드러날까. 그렇게 되면 검란(檢亂) 사태가 되는 셈이다. 지금의 검찰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발맞춰 직접수사를 이미 축소할 만큼 축소했다”는 입장이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 시절 이미 43곳의 전국 특수부를 7곳만 남기고 다 폐지했고, 윤석열 총장 역시 서울·대구·광주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나머지 4곳의 특수부를 없앴다는 것이다.

특히 윤 총장은 특수수사의 모체라 할 수 있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에 반대하며 검찰총장에게 항명까지 불사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윤 총장은 2012년 말 발생한 ‘검란 사태’ 당시 채동욱 대검 차장(39대 검찰총장), 최재경 중수부장 등 특수통 검사들과 함께 중수부 폐지를 추진한 한상대 검찰총장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이때의 검란 파동은 특수통 검사들의 결속력과 목소리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보다 앞서 노무현 정부 시절 송광수 검찰총장은 “중수부를 없애려거든 먼저 내 목을 쳐라”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한 사례도 있다.

현재 검찰을 이끌고 있는 수뇌부들도 특수통 일색이다. 윤 총장 취임 후 단행된 지난 7월말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1·2·3차장은 전부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과학수사부장(이두봉), 공안부장(박찬호), 반부패·강력부장(한동훈)으로 임명됐다. 또한 중앙지검 1~4차장 자리는 특수부 등 중앙지검 주요 부장들이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대검 관계자는 “한마디로 말해서 (문재인 정부는) 검찰의 직 접수사를 없애겠다는 것”이라면서 “윤 총장은 물론이고 검찰 간부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나. 대규모 항명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제2의 검란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윤석열 사단 ‘중수부-2016년 국정농단 특검팀’ 주축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뿌리는 2000년대 중반 대검 중수부 세력들이 중추다. 이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거치면서 진화했다. 윤석열호 검찰을 말할 때 첫손에 꼽히는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2003년과 2006년 중수부에서 근무했고, 국정농단 특검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지냈다. 한 부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관한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특별수사를 총괄하는 양석조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은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활약했고 중앙지검 3차장을 지냈다. 특별수사를 지휘·지원하는 엄희준 대검 반부패·강력부 수사지휘과장은 대검 검찰연구관, 중앙지검 부부장검사 등을 지냈다.   

신자용 중앙지검 1차장은 국정농단 특검, 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지내며 윤 총장과 인연이 깊다. 신봉수 2차장은 중앙지검 특수1부장, 송경호 3차장은 특수2부장으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총장을 보필했다. 이복현 특수4부장은 윤 총장이 팀장을 맡은 국정원 댓글 수사팀과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활동했다.

 

▒ 검찰 내 윤석열 견제 세력은 있나

현재 청와대에서 유일한 검찰 출신인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검찰과의 소통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박 비서관 역시 윤석열 총장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박 비서관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팀에서 부팀장을 맡으며 당시 팀장인 윤 총장과 호흡을 맞췄다. 그러나 윤 총장 취임 후 첫 검찰 인사를 두고 윤 총장과 박 비서관이 대립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인사만 윤 총장의 뜻이고, 나머지 검찰청 인사는 박 비서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인사에서 승진에 실패하며 옷을 법은 한 전직 검찰 간부는 “윤 총장이 승진 등 인사와 관련한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으나 박 비서관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경우가 상당수 있다”면서 “나의 경우에도 박 비서관이 끝끝내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윤석열 체제를 견제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인사에 적극 관여했다는 얘기다. 이성윤 검찰국장,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 윤대진 수원지검장 등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행정관을 지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도 중용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조남관 동부지검장은 큰 주목을 받았다.

동부지검은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 문재인 정부와 관련된 수사를 담당했다. 이 때문인지 한찬식 동부지검장과 권순철 차장검사, 주진우 형사6부장까지 모두 승진에 실패하거나 한직으로 발령 났고, 결국 세 명 모두 옷을 벗었다. 

동부지검 형사6부는 현재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 청와대-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동과 관련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동부지검에서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관련된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와 인연이 있는 조남관 검사장을 동부지검에 앉힌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반면 동부지검 2인자 격인 홍승욱 차장검사는 윤 총장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2012년 윤 총장이 여주지청장일 때 홍 차장이 부장검사로 근무했다. 윤 총장의 의중이 다분히 반영된 인사로 보인다. 청와대와 관련한 사건의 경우, 윤 총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간부급 검사는 “윤대진 지검장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휴가를 내고 상가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친노 인사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윤 지검장은 윤 총장과도 막역한 사이다. 윤 총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윤 지검장을 ‘형제와 다름없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윤 총장이 검찰을 거의 장악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윤 총장은 검찰 밖으로도 상당한 우군을 형성하고 있다. 흔히 알려진 채동욱 전 총장 외에 김수남 전 총장과도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총장과 윤 총장은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다.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과 함께 오래전부터 친분을 가져왔다”면서 “김 전 총장이 최근 변호사 개업을 했는데, 이때 윤 총장이 검찰 출신 변호사를 연결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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