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軍 장성들, 별 달자마자 ‘외유성’ 해외연수
  • 안성모 기자 (asm@sisajournal.com)
  • 승인 2019.11.19 14:00
  • 호수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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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인사 후 국방대 장군진급자반 국외현장학습…“섬 관광에 아웃렛 쇼핑까지”

올해 하반기 장군 진급 인사가 10월8일 단행된 가운데, 군 장성들이 별을 달자마자 ‘외유성’ 해외연수를 다녀온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국방대가 매년 말 장성 인사 후 장군 진급자를 대상으로 해외연수를 실시하고 있는데, 표면적으로는 ‘안보 외교’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쇼핑 관광’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국방대는 국가안보에 관한 연구와 교육을 위해 설립된 국방부 산하의 교육·연구기관이다.

1월8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지상작전사령부 창설 부대기 및 준장 진급자 삼정검 수여식에서 참석 장성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1월8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지상작전사령부 창설 부대기 및 준장 진급자 삼정검 수여식에서 참석 장성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3일 중 2일에 걸쳐 섬 투어

시사저널이 입수한 ‘고위정책결정자과정(장군진급자반) 국외현장학습’ 관련 문서에 따르면, 올해 해외연수는 12월9~13일 3박5일간 진행될 예정으로 총예산은 항공료와 여비를 포함해 2억3400여만원이다. 인원은 90여 명 정도다.

연수 국가는 당초 미국 하와이,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로 예정됐다가 미국 하와이, 러시아, 태국으로 바뀌었다. 국방대 관계자는 “(현지에서) 방문 일정이 연말에 몰려 소화하기 힘들다고 해서 국방부와 협의해 차선책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장군 진급자들은 3개조로 나뉘어 미국 하와이, 러시아, 태국 3개국 중 1곳으로 연수를 다녀올 계획이다.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는 그동안 진행된 해당 연수 일정 가운데 ‘안보 외교’와는 사실상 무관한 일정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지난해 말 미국 하와이 연수 일정표에 따르면 3일간의 일정 중 ‘섬 투어’가 2번이나 포함돼 있다. 하와이 도착 첫째 날은 오전, 셋째 날은 오후 내내 섬 관광을 하는 것이다. 둘째 날 오후에도 ‘아웃렛 방문’으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돼 있다. 섬 투어와 아웃렛 쇼핑은 신혼부부들이 주로 찾는 여행 코스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 눈에 띄는 일정 중 하나가 펀치볼 국립묘지 공식 행사 후 갖는 ‘미군 PX(매점) 방문’이다. 호놀룰루 도심에 위치한 펀치볼 국립묘지는 국립태평양기념묘지의 별칭으로 6·25전쟁 전사자들의 유해가 묻혀 있어 한국과 인연이 깊다. 한·미 합동으로 6·25전쟁 추모식도 열린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의미 있는 행사에 이은 ‘미군 PX 방문’ 일정은 다소 생뚱맞다.

하와이 연수 내용을 잘 아는 한 인사는 “한국 무관에게 부탁해 출입증을 받아 미군들이 이용하는 군내 PX에서 쇼핑을 하는 것”이라며 “한국 장군들이 주로 시계 등을 구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연수’가 아니라 ‘쇼핑 관광’을 다녀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충남 논산에 위치한 국방대 본관 ⓒ 연합뉴스
충남 논산에 위치한 국방대 본관 ⓒ 연합뉴스

예산 적절히 사용됐는지 의문

예산이 적절히 사용되고 있는지를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한 예로 하와이 연수의 경우 관광지인 와이키키 해변 근처에 있는 유명 호텔에서 숙박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르면 준장·소장·중장 등 대장을 제외한 군 장성이 국외 여행을 할 경우 숙박비 상한액은 108~282달러다. 방문하는 국가와 도시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상한액 282달러는 도쿄, 뉴욕, 런던, 파리, 제네바 등 세계 주요 도시에 해당한다. 장성들이 하와이 연수 때 묵은 호텔은 이보다 경비가 훨씬 더 나올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런 프로그램이 왜 만들어진 걸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군 인사는 “별을 달기까지 고생 많이 했으니 해외에 나가 쉬었다 오라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밝힌 후 “안보 외교 분야를 꼭 알아야 하는 보직의 장성들이 선택적으로 연수를 다녀오는 게 맞지 않나 싶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지금과 달리 좀 더 내실 있게 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대 측은 ‘섬 투어’ 등 일정과 관련해 “공식 기관 방문을 다 하고 일과 시간이 끝난 이후 방문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섬 투어가 아니고 기지를 방문한 적은 있다”고 덧붙였다. 숙박비 등 여비에 대해서도 “규정에 따라 하고 있다”며 “안 그러면 승인이 안 난다”고 밝혔다. 

 

‘여행업체 업무협약식에서 크루즈 승선권 전달’ 적절했나

국방대는 지난 8월초 국내 한 여행업체와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여행업체는 국방대 임직원 및 학생을 위해 차별화된 여행 서비스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날 협약식에서는 이 여행업체가 운항하는 크루즈 전세선 승선권도 함께 전달됐다. 국방대 우수 교직원을 위한 승선권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방대가 특정 업체와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3000만원 상당의 크루즈 승선권을 받은 게 적절했는지를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국방대는 매년 3회에 걸쳐 국외현장학습(해외연수)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를 대행할 여행업체를 선정해 왔다. 국방대 교직원 개인이 이용하는 크루즈 승선권을 학교와 이해관계에 있는 업체로부터 전달받은 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국방대 측은 “기부금품의 경우 각 기관에서 접수받을 때 심의를 하게 돼 있다. 이번에도 (심의를) 다 진행한 걸로 알고 있어 문제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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