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사퇴, 황교안 흔들 보수통합 왜 위태로울까
  • 한동희 PD·조문희 기자 (firstpd@sisajournal.com)
  • 승인 2019.11.1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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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끝짱]한국당-바른정당, 보수 통합 가능성은

[시사끝짱]

■ 진행: 소종섭 시사저널 편집국장
■ 대담: 이준석 前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 제작: 시사저널 한동희 PD, 조문희 기자, 양선영 디자이너
■ 녹화 : 11월12일(화)

ⓒ 시사끝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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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vs바른미래당 보수 통합 가능성은

소종섭: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간의 통합이 금방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잡히는 것 같더니 지금은 또 동상이몽 아니냐, 쉽지만은 않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변혁 소속이고 중심적으로 활동해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이런 부분을 잘 알 것 같은데. 요즘 분위기 어떻다고 봐야합니까? 

이준석: 저는 유승민 의원의 주가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봅니다.

소종섭: 어떤 이유에서 그렇죠? 

이준석: 황교안 대표의 대선 경쟁력이 내려가고 있는 상황과 닿아있지 않나. 황교안 대표가 박찬주 대장 영입 이후에 선거 지휘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그 불안감이 오히려 자유한국당 내에서 먼저 퍼지면서 당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단 얘기를 들었거든요. 

소종섭: 의견이 갈렸다는 얘기는?

이준석: 보수 통합을 하는 데 있어서 유승민 의원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게 해야 한다. 그러니까 개혁보수가 당을 재창당하는 것이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과 아니다, 그렇게 내어주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것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얘기가 오고 가는 걸로 알려졌는데. 그런데 통합을 한다고 했을 때 유승민 의원이나 저를 포함해서 그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지분 싸움하겠다는 생각이 그렇게 있을까요? 그렇기엔 변혁에 소속된 의원들의 수도 적고 출마 후보군의 수도 적기 때문에 지분 싸움은 크게 의미가 없다. 

그래서 굳이 따지면 당선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아닐까, 전 이렇게 생각해요. 그러니까 자유한국당이 여론조사에서 비호감도가 64%(한국갤럽)까지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 비호감도를 갖고 선거에 임한다면 아무리 문재인 정부가 실책을 거듭하고 있다 해도 당선 가능한 임계치까지 가겠느냐가 현실적인 우려거든요. 제가 항상 농담처럼 얘기하는 것이, 서울에서 무난하게 37%로 떨어질 상황이라면 왜 통합을 하느냐. 시너지를 내서 한 45% 이상 득표한다면 몰라도. 이것을 인식하는 의원들은 유승민 때문이 아니라 뭐라도 센 변화를 가져와야 된다고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얘기하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이 생존본능이 기가 막힌 분이 윤상현 의원이거든요. 보세요, 가장 강한 친박 선향을 드러내던 분이 요즘은 가장 통합론자잖아요. 

소종섭: 네 예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보고 누나라고 불렀다고 그랬었는데. 

이준석: 윤상현 의원의 촉이 이번에도 발동했다, 이렇게 봅니다. 

 

“쇄신과 개혁 없는 보수 통합, 아무 의미 없어”

소종섭: 지난번에 변혁에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고 얘기했잖아요. 그러니까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은 없지만 새로운 당을 만들어서 한국당과 변혁이 각각 거기로 가는 형식의 통합은 괜찮다는 의미인가요?

이준석: 그렇죠. 왜냐하면 현재의 자유한국당이 계승하고 있는 수많은 가치들을 보면 좌표를 정확히 어디에 찍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언뜻 보면 인적으로는 친박당인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핵심 정책들을 계승하느냐? 그렇지도 않아요. 더 오른쪽으로 갔어요. 사회이슈에 대한 그들의 판단이 박근혜 대통령과 닿아 있느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두환 전 대통령 진짜 싫어했던 게 박근혜 대통령이거든요. 

소종섭: 진짜 싫어했죠. 집권하자마자 추징금 때리고 특별수사청까지 만들고. 

이준석: 그런데 정작 이번에 전두환 전 대통령 관련해서 일련의 사건이 벌어지니까 자유한국당만 아무 말이 없어요. 그러니까 정말 그들이 진정한 친박이라면 그들도 전두환 전 대통령을 싫어해야 할 텐데 그러지도 않아요. 이런 희한한 지점들을 보면서 저 당은 공통의 목표를 가진 회사가 아니라 그냥 급한 대로 모인 협동조합 같은 느낌이랄까? 이런 느낌을 주면 안 되거든요. 그렇기에 재창당이 필요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소종섭: 국민들이 보기에도, 쇄신과 혁신 없이 통합을 했을 때 과연 얼마나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

이준석: 그러니까 이게 공허해지고 구호 같이 돼버리면 연습문제를 풀어야 돼요. 지난번 보궐선거 때 제가 바른미래당으로 나가서 저희 지역구에서 27.2~27.3% 받았거든요. 강연재 자유한국당 후보는 14% 받았어요. 언뜻 보면 범보수 후보가 42% 가까이 받은 걸로 보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단일후보로 나갔으면 42% 못 받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산술적으로 합이 되는 게 아닌 거예요. 제가 새누리당 후보였을 때 받은 득표와 바른미래당 후보로 나갔을 때 득표가 다른 게 뭐였냐면, 저를 절대 안 찍겠다던 호남 표가 들어오는 게 가시적으로 보였어요. 새누리당이라서 못 찍었다 하는 분들 있었어요. 솔직히 노원병이란 선거구에서 보수 후보들이 41%를 받았다는 건 굉장한 거거든요. 그건 제 개인적인 노력도 있었겠지만 구도가 만들었다고 봐요. 결국에는 빨간당이 아니었다는 게 추가확장성을 가져온다는 얘기거든요. 자유한국당이 나쁘다, 좋다 이런 의미가 아니라 그냥 태생적인 이유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자유한국당의 행보에 실망해서 그럴 수도 있고, 비투표가 꽤 세요. 그리고 비투표가 바른미래당 쪽에는 덜 하다는 걸 제가 체감했기 때문에 살기 위해서 그 틀을 깰 때가 됐어요, 자유한국당이. 

사실 황교안 대표 체제가 들어오면서부터 자유한국당이 그런 시도를 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좀 했어요. 제가 예전에 황교안 대표가 외견상으로는 오른쪽에서 의심을 받을 일이 적은 분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왼쪽으로 갈 수도 있다. 그럼 오히려 바른미래당이나 유승민 의원이 대표하는 중도보수 세력이 움츠러들 수 있다, 그걸 우려했는데 거꾸로 오른쪽으로 간 거예요. 제가 항상 얘기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오른쪽에 워낙 자신 있었었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좌클릭해도 아무도 당신 빨갱이지? 이런 얘기 안 해요. 그게 그 사람의 최대 장점인데, 황교안 대표도 마찬가지예요. 정치적으로 경험이 많다든지 아니면 전문영역이 있다 이런 것보다도 황교안 대표는 보수진영에서 대권주자 1위를 계속 하면서 상당한 신뢰를 얻고 있는 인물이었다는 게 최고의 스펙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거를 거꾸로 활용해서 급격하게 그 기대치가 사그라진 게 아닌가. 

ⓒ 시사끝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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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의 연이은 실책…보수통합 시나리오 가능한가

소종섭: 지난번에 유승민 의원이 이른바 3대원칙이라고 해서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가자 그리고 헌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 이렇게 얘기했는데. 결국 황교안 대표 체제 하에 자유한국당의 쇄신이 전제돼야 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황교안 대표가 인재영입에서 실책하고 이런 상황 속에서 주도권을 갖고 당의 변화를 강하게 모색해 가기엔 당내에서의 입지가 과거보다 더 줄어든 것 아닙니까?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와 통합해서 보수의 단일화를 한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이준석: 황교안 대표 본인은 정치적 미숙함을 몇 번 드러냈지만 아직까지 윤상현 의원 등 새누리당 시절의 전략가들은 이미 보수통합에 최대 시너지를 내는 방법이 무엇인지 숙지하고 있을 거라 봐요. 때문에 오히려 지금은 원칙을 갖되 11월 한 달 정도는 삐그덕 거리는 모습 또는 치열하게 논쟁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나을 거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런데 이번에 유승민 의원이 황교안 대표랑 전화통화를 했다는 것을 비공개하기로 했는데 공개가 된 것을 두고 굉장히 실망하고 화를 많이 냈어요. 그게 공개됐다는 건 황교안 대표 주변 측근들 중에서 이 판이 벌어지는 걸 반대하는 사람이 있단 얘기에요. 

소종섭: 못마땅해 하는 사람이 있는 거죠. 

이준석: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 김 빼고 산통 다 깨고 이렇게 하는 사람들이 (황교안 대표)옆에 있는 거죠. 왜냐하면 유승민 의원이 일정한 영향력을 가지고 개혁보수를 언급하게 되면 본인들이 가장 먼저 퇴출대상이 될 거라고 우려하니까. 그런 것 때문이라도 이 판을 흐트러뜨려야 한다면  옳은 선택인지 모르겠습니다. 

소종섭: 내부의 저항이 좀 있는 것 같다. 궁극적으로는 이준석 최고위원은 (통합이) 어떻게 해야 될 걸로 봐요?  

이준석: 제가 당선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길이면 참여하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이렇게 막무가내로 예를 들어 공천지분을 받고 자유한국당으로 합친다? 제 가능성이 1%도 높아지지 않아요. 그럴 바에는 그냥 지금 그대로 가는 게 낫지. 

소종섭: 국민들도 아마 그런 건 바라지 않죠. 

이준석: 예. 그런데 그게 현실이에요. 많은 국민들이 생각하기에는 산술적인 합이 될 것이다, 이런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는데. 아까 말했듯이 제가 상계동의 노원병에 출마하는데 아무 변화도 없는 자유한국당과 합친다? 그러면 차라리 무소속이 나을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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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11월 말까지 당내 투쟁 이어질 것”

소종섭: 이유를 찾기가 어려운 거죠. 이준석 최고위원은 궁극적으로 변혁과 자유한국당의 통합이 성사 될 걸로 봅니까?

이준석: 자유한국당 내에서 11월 말까지 내부적인 투쟁이 엄청 많을 겁니다. 이번에도 재선급 의원들이 성명서 내고 했다는데. 자 가장 먼저 다가오는 전장 중에 하나가 11월 초에 있을 원내대표 나경원 재신임이냐 유기준 의원이냐 이건데. 유기준 의원이 되는 걸로 사실상 이미 내정돼있다 하는데, 실제로 유기준 의원은 부산 출신 의원이기 때문에 현상 유지하자고 방향성을 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종섭: 수도권과는 좀 다를 수 있다? 

이준석: 그러면 지금과는 완전 다른 판이 될 수도 있어요. 뭐냐 하면 수도권 출마하는 의원들은 아까 말했던 이유로 차라리 신당을 하자라고 얘기 나올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죠. 

소종섭: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 

이준석: 예, 저는 그렇다고 봐요. 

소종섭: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통합 관련된 이 부분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내년 총선 앞두고 정치권의 구조변화의 한 관전 포인트입니다. 많은 변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선거제 법안이 어떻게 처리될지도 중요하고요. 지금 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의 통합이 과연 이루어지느냐, 또 여야가 공천 과정에서 후유증, 이런 걸 얼마나 잘 극복하고 정리하느냐, 이 부분도 중요한 것 같고. 총선을 앞두고 굉장히 많은 변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총선 관련된 논의 또 진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이준석 최고위원님 수고하셨습니다. 

* 한국갤럽 정당호감도 조사 : 지난 10월8일과 10일 이틀 동안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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