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해부] 윤석열號 특수통의 최대 라이벌은 ‘여성통’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9.11.18 10:00
  • 호수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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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검사 비율 30% 넘어…윤석열 검찰에서 내부 비판 목소리 가장 커

대검 중수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출신 검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윤석열호(號) 검찰에서 최대 파워를 자랑하는 ‘특수통’에 맞설 세력은 ‘여성통’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지금의 검찰에서 여성 검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7월, 법무부가 발표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서울중앙지검 4차장에 여성 검사가 발탁됐다. 주인공은 이노공 검사(49·사법연수원 26기)로, 올해 인사에서는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 자리의 여성 발탁은 최초이자 파격이었다. 1982년 1호 여성 검사(조배숙·임숙경) 탄생 이후 여성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차장이 된 건 이때가 처음이다. 여성 검사장 1호인 조희진 전 서울동부지검장에 이은 여성 검사의 성과라 평가할 만했다.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가 10월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뉴시스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가 10월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뉴시스

1.8%→30.4%로 비율 대폭 상승

여성 검사들이 점점 고위직에 진출하면서 검찰 내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뚜렷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남성 중심적인 상명하복 문화를 거부한 여성 검사들은 검찰 내에서 권위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와 함께 내부 부조리에 대한 과감한 비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윤석열 총장 체제에서 여성 검사들의 윤 총장을 향한 반발 분위기가 심상찮게 감지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 김주현 전 대검 차장검사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한 임 부장검사는 검찰 내 대표적인 ‘내부비판 인사’로 손꼽힌다. 임 부장검사는 경찰이 신청한 부산지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검찰에서 재차 기각하자 이를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라고 비판했으며 올해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민 여러분이 제발 검찰 공화국의 폭주를 막아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국적인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된 것 역시 여성 검사인 서지현 성남지청 부부장검사로부터였다. 대검 간부 출신 한 변호사는 “여성 검사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예전 같은 ‘검사동일체 원칙’이나 상명하복 문화가 상당부분 희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희진 전 지검장은 “(여성 검사들이) 좀 시끄럽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적극적인 모습을 잃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금녀(禁女)지대’로 여겨져온 검찰에 여성 검사의 비중이 늘어나는 건 필연적인 시대적 흐름이다. 2000년 1.8%에 불과했던 여성 검사 비율은 지난해 30%로 급증했다. 자연스럽게 인사에서도 여성 검사들이 주요 보직에 진출하며 활동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실제 여성 검사의 증가는 검찰 내부에서 상당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여성 검사들만 참여하는 내부 커뮤니티 활동도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검찰 내 여성 검사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여성 검사 비율은 2008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2008년 13.6%에서 2009년 18.5%로 늘어난 이후 2010년에는 20.8%로 20%대를 넘어섰다. 이후 거침없이 몸집을 불려 지난해에는 30.4%로 30% 벽을 넘어섰다. 

여성 검사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검찰과 법무부 내 요직에 여성 검사들의 진출도 늘어났다. 법무부가 올해 7월31일 발표한 법무부 및 검찰 인사가 상징적이다. 

우선 법무부에서는 법무실 선임과장인 법무과장에 김향연 안산지청 부부장검사(32기), 통일법무과장에 구태연 수원지검 여주지청 형사부장(32기), 검찰과 인사담당 부부장에 조아라 부산지검 검사(34기)가 각각 보임됐다. 또한 대검 마약과장에 최초로 여성 부장검사인 원지애 제주지검 형사3부장(32기)이 발탁됐다. 원 부장검사는 마약 범죄 공인전문검사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사상 첫 여성 차장검사를 배출한 이후 역대 최대인 5명의 여성 부장검사를 배치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에 이영림 대검 인권기획과장(30기), 형사9부장에 박성민 속초지청장(31기), 공판2부장에 김남순 대검 수사지원과장(30기), 과학기술범죄수사부장에 김윤희 수원지검 산업기술범죄수사부장(31기),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에 유현정 대검 양성평등정책관(31기) 등이 보임됐다.

2월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검사 임관식에서 신임 검사들이 기념촬영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2월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검사 임관식에서 신임 검사들이 기념촬영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 개혁 분위기 속 女檢 약진 더 가속화할 듯

여성 검사의 증가는 검찰 내의 분명한 추세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우선 전체 공무원 중 여성 공무원 비율에 비하면 검찰 내 여성 검사의 비율은 여전히 크게 낮다. 인사혁신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공무원 비율은 46.7%에 달했으며, 행정부 국가공무원으로 한정할 경우 50%를 넘어섰다. 이에 비해 검찰은 이제 갓 30%를 넘긴 수준이라 차이가 여전히 큰 상황이다.

또 검찰 내에서도 검사장급 이상 고위직의 문은 여전히 여성 검사에게 좁다. 법무부가 7월26일 발표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는 여성 검사장이 단 1명에 그쳤다. 검찰 역사에서 지금껏 여성 검사장은 단 3명만 배출됐으며, 그중 여성 고검장은 아직 단 1명도 나오지 않았다. 7월 검사장 승진인사 중 여성은 노정연 신임 대검 공판송무부장(연수원 35기)으로 1명에 그쳤다. 검사장이었던 이영주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이번 인사에서 승진하지 못하면서 여성 고검장은 결국 배출되지 못했다.

검찰 고위직은 여전히 여성 검사에게는 높은 벽이다. 여성 검사장 1호인 조희진 전 서울동부지검장도 고검장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검찰을 떠났다. 조 전 지검장은 퇴임 후 언론 인터뷰에서 “요즘 정부가 여성 장관도 늘리고 공식적으로 30% 할당 얘기도 나오는 마당에 고검장 한 명 정도는 여성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은 솔직히 있다. 유리천장을 깨려고 노력했지만 힘이 좀 부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검찰 개혁 분위기와 함께 윤석열 사단으로 대표되는 검찰 내 ‘남성 특수통’ 분위기가 공격의 대상이 되면서 반대급부로 여성 검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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