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소비 트렌드 전망 내놓은 김난도 교수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17 11:00
  • 호수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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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정체성 지닌 업글인간에 주목하라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매년 말이면 다음 해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는 책을 펴낸다. 2009년을 ‘BIG CASH COW’라는 키워드로 정리한 이래 매년 10개의 소비 트렌드 키워드 및 상품을 선정해 왔다. 김 교수는 2020년 소비 트렌드의 가장 중요한 세 축으로 ‘세분화’ ‘양면성’ 그리고 ‘성장’을 꼽았다.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상황과 맥락을 이해해, 궁극적으로 고객의 니즈를 예측하고 이에 정확히 맞춘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기술을 ‘초개인화 기술’이라고 한다. 초개인화 기술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개인의 프로파일을 개발한 후, 해당 프로파일에 관련 콘텐츠를 입력하고, 제품을 권장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 기술의 특징은 모든 개인을 구체화하고 더 자세히 접근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회사가 개별 소비자에게 얼마나 세심하게 맞출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이번 전망에서도 개인화 키워드는 앞줄을 차지한다. 개인화 키워드는 최근 일어난 현상이 아니다. ‘100명이 있으면 100개의 시장이 있다’는 말처럼 소비시장에서도 각 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고객관계관리 마케팅(CRM)을 해 왔다. 이전과 다르다면 이제는 ‘초개인화’ 시대가 돼 한 명의 고객일지라도 다중적인 면모를 가지고 다른 시장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장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면 무엇보다 고객을 잘게 나눠 그 속에 숨겨진 욕망들을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0》 김난도 등 │미래의창 펴냄│448쪽│1만8000원 ⓒ 뉴시스
《트렌드 코리아 2020》 김난도 등 │미래의창 펴냄│448쪽│1만8000원 ⓒ 뉴시스

멀티 페르소나, 사회 변화 이해하는 ‘만능키’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 쥐띠 해다. 쥐는 12간지 중 첫 번째 동물로, 꾀가 많고 영리하며 생존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오래된 만화영화 《마이티 마우스》의 주요 줄거리는 ‘늑대들이 어린 양을 공격하면 주인공 마이티 마우스가 늑대를 혼내주고 양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이 ‘마이티 마우스’처럼 용감하게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지를 담아 2020년의 키워드 두운을 MIGHTY MICE로 맞췄다. 한 사람이 영웅이 아닌, 우리 모두가 작은 히어로가 돼 힘을 모아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자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원제목의 ‘mouse’ 대신 그 복수형인 ‘mice’를 사용했다.”

키워드의 첫 글자 M은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를 말한다. 최근 몇 년간 나타나고 있는 많은 트렌드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인이 ‘사람들이 자기 상황에 맞는 여러 개의 가면을 그때그때 바꿔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멀티 페르소나 즉, ‘여러 개의 가면’이 여러 트렌드는 물론이고 최근의 사회 변화를 이해하는 ‘만능키’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2020년 트렌드에서는 사람들이 지닌 다중 정체성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롯데 칸타타 광고에서는 상사인 이병헌이 오늘 하루 불태웠으니 회식 어떠냐고 말하려는 순간, 막내 직원이 검도복을 입고 ‘저는 퇴근하겠습니다’라며 달려 나가버린다. 또 정관장 광고에서는 다들 지쳐 있는데 막내 직원만 한강에서 요트를 타고 있다. 이렇듯 요즘은 퇴근 전과 퇴근 후의 내가 완전히 다르다. 우리 용어로는 ‘모드 전환이 굉장히 빠르다’고 표현한다.”

김 교수는 매 순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멀티 페르소나’가 소비자들의 선호를 따라잡기 위해 ‘특화’는 생존의 조건으로 거듭났다고 강조한다. 가난한 사람은 싼 햄버거만 먹고, 부자는 비싼 햄버거를 먹는 것이 시장의 양극화였다면, 지금은 같은 개인이 저렴한 상품과 비싼 상품을 함께 소비하면서 양면화된 취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 출현한 종족이 만드는 세상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은 이름, 다니는 회사나 학교, 고향 등이었다. 요즘은 자신이 어디 일원이라는 정체성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나를 규정한다. 그래서 취미와 ‘덕질’이 중요해진다. 퇴근하고 나서 회사 일을 연장하기보다 자연인으로 돌아온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다니는 식이다. SNS에서도 다중정체성이 활발하게 활용된다. 예전에는 아이러브스쿨 쓰다가 싸이월드 쓰고, 페이스북 뜨니까 계정 정리하고 다 옮겨갔다. 이제는 하나의 플랫폼이 뜬다고 해서 다 거기로만 가지 않는다. 현대인들이 적어도 1인당 서너 개 이상의 SNS 계정을 가지고 ‘다른 나’로 활동한다. 인스타그램은 주로 맛집과 여행 사진을 올리기 위해, 트위터는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기 위해, 밴드는 동창과 만나기 위해 쓴다.”

현대인은 취향과 정체성으로 흩어지고 모이며 자기만의 부족을 형성한다고 설명하는 김 교수는, 2020년 대한민국의 새로운 종족으로 ‘업글인간’과 ‘오팔세대’, ‘페어 플레이어’ 그리고 ‘팬슈머’를 꼽았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열중하는 업글인간은 ‘남들보다 나은 나’가 아니라 ‘어제보다 나은 나’를 지향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성장’이다. 김 교수가 마지막 키워드로 올린 것은 ‘업글인간’이다. 자기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소비 트렌드가 커지고 있다는 말이다. 기존의 ‘스펙’ 트렌드와는 다른 개념이다.

“‘스펙’은 자기 업무와 관계가 깊다. 퇴근 후에 중국어를 열심히 배워서 중국 본사 업무를 담당해야겠다는 식이다. 그리고 스펙은 남들보다 잘하는 게 중요하다. 타인 지향적이다. 하지만 업그레이드는 타인보다 어제의 내가 더 중요하다. 또한 업무와 관련이 없어도 상관없다. 젊은 직장인들에게 더 중요한 건 승진보다 성장이다.”

단순히 팬덤에 속하는 것을 넘어 능동적으로 소비하는 ‘팬슈머’와 신중년층이라는 이름으로 부상한 ‘오팔세대’.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공정성을 추구하고 기업의 ‘선한 영향력’을 구매의 기준으로 삼는 공정 세대, ‘페어 플레이어’들이 가져올 소비의 변화도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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