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 대체 제품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 지원 필요”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11.20 07:30
  • 호수 157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김익성 한국유통학회장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난 8월7일, 시사저널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8명은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로부터 3달 가량이 지난 지금, 시사저널이 다시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들의 인식을 살펴본 결과 불매운동의 열기는 아직도 뜨거웠다. 78.9%의 국민들이 여전히 불매운동을 지지하고 있었다. 일본 기업들의 인기 제품들을 대체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제조와 마케팅이 활발해졌고, 일본에 의존적인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연구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경각심도 대두됐다. 이렇게 지속적인 불매운동이 가능했던 배경은 무엇이며,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그 답을 김익성 한국유통학회장(동덕여대 교수)에게 들어봤다.

ⓒ 시사저널 고성준
ⓒ 시사저널 고성준

반일 감정이 높아지면서 한국인들의 쇼핑 패턴은 빠르게 변했다. 일본 제품 대신 국산 제품을 이용하는 일들이 늘었는데, 대표적으로 매출 상승효과를 보거나 주목된 기업은.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된 불매운동은 일본 기업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했다. 유니클로에서 가장 많이 팔리던 것이 경량 패딩 베스트였다. 국내 SPA 브랜드들이 이 제품을 대체하는 상품을 주력으로 내놓고, 저렴한 가격과 기능을 만족시켜 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이마트의 데이즈 경량 패딩 베스트는 2017년 26%, 2018년 43% 수요가 증가했고, 올해는 더 많이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11만장에서 올해 20만장으로 제조를 확대했다. 신성통상의 SPA 브랜드 탑텐도 구스다운 베스트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주가도 상당히 많이 올랐다.

가성비가 좋은 화장품으로 알려진 DHC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면서 민스킨 등으로 클렌징오일의 수요가 발생하고 있고, 선크림으로 유명한 일본 브랜드 시세이도 대신 오휘 선크림이 팔리고 있다. 남성들이 많이 쓰는 울오스 샴푸, 마스카라 등으로 유명한 키스미 등을 대체하는 국내 브랜드들도 많다. 상승효과를 보는 기업들이 있다는 것은 일본 제품을 대체할만한 혁신적인 품질을 국내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품질이나 가성비가 보장되지 못한다면 애국 마케팅이라고 하더라도 단기간에만 효과를 보고 끝났을 것이다. 상당 부분 우리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다.”

 

일본산 제품들의 불매운동이 이어지면서 한국 브랜드들이 마케팅 전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효과적인 마케팅을 펼친 기업은 어디라고 보나.

“패션과 화장품 분야다. 롯데홈쇼핑은 ‘독도 특집’을 통해 고객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역사관에 관심을 갖게 유도했다. CJ의 올리브영이나 롯데 계열의 롭스는 DHC 판매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거나 매장 뒤쪽으로 진열했다. 반대로 문제가 있는 기업도 있다. 이베이 코리아 옥션은 초반에 애국 마케팅에 동참하기로 했으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DHC 제품을 여전히 전면에 노출시키고 있다.”

 

‘애국 마케팅’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애국 마케팅이 과연 옳은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다.

“과거 애국마케팅은 일본, 중국, 유럽, 미국제품들이 들어올 때 국산품을 장려하자는 움직임으로 발현됐다. IMF 이후에도 우리 산업을 살리고 국민 경제를 지켜가자는 측면의 애국마케팅이 있었다. 최근에는 사회적, 경제적 위기 뿐 아니라 축구 등 국가 경기가 있을 때, 민족심을 고취시키는 영화 등이 개봉할 때도 애국마케팅이 펼쳐진다. IBK기업은행이 우리 은행에 예금하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산다고 홍보하는 것, 일자리 창출 관련 통장을 만드는 것 역시 우리 국민에게 나름대로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방법이다. 애국마케팅은 유독 우리나라가 강하다. 그건 역사적인 어려움, 민족의 자긍심이 발현되기 때문인 것 같다. 국민들은 이번에도 자발적으로 애국마케팅에 반응하고 있다.”

 

불매운동은 계속 지속될 것이라 보나.

“한일 관계는 역사적 정서가 늘 기제에 깔려있다. 이번에도 그것이 촉발돼 시작됐다. 일본에 대한 적대적 감정은 40대 이상의 연령대가 주로 갖고 있다고 봤는데, 이번에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더 확산됐다. ‘독립운동은 아니지만 불매운동은 하겠다’라는 말이 SNS를 타고 급격하게 번졌고, 그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모든 대중들이 주목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DHC라던가 유니클로가 하필 이때 큰 실수들을 했고, 불매운동이라는 큰 불에 기름을 붓는 사태가 됐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면서 불매운동이 더 확산된 것이다.”

 

애국마케팅이 주가 될 것이 아니라, 국내 브랜드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 아닌가 싶다. 경쟁력 강화를 잘 하고 있는 기업, 상대적으로 못하고 있는 기업은 어디라고 보나.

“모방은 시간적으로 전략적 선택이 되기도 한다. 탑텐이나 쌍방울의 경우 유니클로의 히트텍을 모방해 우리 체격에 맞는, 뒤지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냈다. 바디프렌드는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리는 광고를 만들어 공개했고, 한류 콘텐츠 유통기업 호치민과 ‘세계에 독도 알리기’ 콘텐츠 제작 후원 협약도 체결했다. 좋은 사례다. 반면 이랜드 스파오 같은 경우는 이미 ‘찍혀있던’ 기업이다. 아르바이트 임금 체불과 신입사원 인적성 검사 당시 사상 검증 등 갑질 전적이 있는 기업이 ‘애국마케팅’을 들고 나왔다고 해서 성공하지 못한다. 오히려 ‘감히 갑질 기업이 애국심을 논한다’며 뻔뻔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꼼수 마케팅은 기업에 대한 좋지 못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직격탄을 맞았던 불매운동 대상 기업들이 할인 공세 등을 통해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나. 실제로 유니클로 역시 공격적인 할인 마케팅을 펼치며 파격공세를 퍼붓고 있는데, 일본 기업들의 매출, 결국 회복될까.

“상품별로 다를 것이다. 화장품, 패션의 경우 가장 오래 불매운동이 지속될 것이다. 유니클로와 DHC의 경우, 젊은이들이 SNS를 통해 집요하게 다루고 있다. 우리 세대에서는 소위 ‘못 살아서’ 용서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 젊은이들은 지혜롭고 학습 효과가 크며, 특정한 전환적 형태나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당분간 일본 기업들의 매출 회복은 어려울 것이다. 내년 여름 하반기 정도까지 지속될 것이라 본다. 정치 외교적인 특별한 현상이 일어나거나, 다른 일본 기업들의 실수가 나온다면 더 지속될 수도 있다.”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여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을 것이라 보나.

“일부 충성도가 높은 일본 브랜드가 있지만 온라인이나 직구를 통해 우회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아직까지 카메라, 안경 렌즈, 소재 분야 등에서 일본 제품들의 품질이 뛰어난 부분은 있다. 렉서스를 타는 40~50대들이 이 차를 선택하는 이유는 승차감, 고연비, 합리적인 가격 때문이다. 국내 제품들도 제품이 좋고, 내 환경과 매칭이 된다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대체할만한 제품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함께 홍보나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해줌으로써 젊은 친구들에게 국내 제품에 대한 애국심, 관심도를 고취시킬 필요가 있다. 국내 제품들이 개선돼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면 쭉 갈 수 있는 최초의 기회다. 우리는 특정 분야에서 일본, 유럽 제품 이겨본 적 별로 없었는데, 현재는 대형 글로벌 기업과 붙어 대체되고 있는 상품들이 꽤 있는 상황이다.”

 

불매운동에 일본이 타격을 입었나.

“상당부분 크게 영향을 미쳤다. 특히 자동차와 주류는 엄청나다. 일본 완성차 다섯 개 브랜드(도요타∙혼다∙렉서스∙닛산∙인피니티)의 9월 판매 실적을 보면 1103대에 불과하고, 지난해에 비해 59.8% 급감했다. 맥주는 사실상 소비가 끊겼다. 9월 기준 맥주 수입액은 6000달러에 그쳤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된 불매운동이 일본 기업들의 전년 대비 30~40%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불매운동이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왔다는 의미다.”

 

산업연구원이 10월28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과의 무역 분쟁으로 인해 주력 제조기업의 16%가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일무역분쟁이 한국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며,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나.

“의존도를 낮추는 수입 대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분명히 나타날 것이지만,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수입 대체를 위한 중소 소재 기업들의 기술 개발 노력이 필요하고, 제품의 품질을 확인하고 소재 부품의 사용 리스크를 방지할 수 있는 품질 테스트와 보증제도 등 정부의 지원도 있어야 한다. 수입 대체를 위한 연구 개발 지원도 마찬가지다. 이번 불매운동을 통해, 우리나라 소재 기업들이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연구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경각심을 갖게 됐다. 장기적이고 조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는 자체 기술력과 공급 안정성 확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등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정부의 수출 규제 대응 조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나.

“정부가 세계무역기구를 활용하는 것, 소재 우회 수입 등 수입 다변화 전략을 꾀하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빠른 속도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들이 혹 ‘단기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정부는 경제 문제와 정치∙안보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 지자체의 민간교류 등은 오히려 확대해야 하는데, 정치와 그것을 분리하지 못하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한 것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결정을 번복하라고 개입하는 것도 좋은 모양새가 아니다. 정치 외교적으로 아쉬웠다고 생각한다.

일단 민간교류나 지자체 교류는 전략적으로 사고해 결정해야 한다. 또 일본의 태풍 피해 등 민간이 입는 피해에 대해서는 도와야 한다. 일본이 잘못했기 때문에 불매운동을 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이웃나라로서 우리의 의무는 다한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일본은 우리의 이웃 나라다. 정치∙안보 또는 경제적으로 상호 협력해 가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