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LIVE] 내전 방불케 한 홍콩의 밤…“FREE HONGKONG”
  • 홍콩/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11.1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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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8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홍콩 도심 전역에서 시위 이어져

11월18일 밤~19일 새벽, 홍콩 도심은 내전을 방불케 했다. 몽콕, 조던, 야우마테이, 침사추이, 스타페리 터미널까지 홍콩 도심 전체에서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다. 18일 오전 경찰의 홍콩 이공대 진압이 단행되면서 시위대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날 오후께 나온 복면금지법 위헌 결정은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경찰 역시 "화염병을 사용하면 실탄을 쏠 수밖에 없다"면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날카롭게 벼려진 칼이 마주치자 불꽃이 튀는 형국이었다.

홍콩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으로 무장했고, 시위대는 벽돌과 화염병으로 맞섰다. 도심 곳곳에서 화염이 치솟았다. 최루탄이 무차별 살포되면서 눈조차 뜨기 힘들 정도였다. 깨진 벽돌과 바리케이트 때문에 차량 통행은 일찌감치 불가능했다. 시위대만 남은 거리에서 진압 경찰은 마음껏 곤봉을 휘둘렀다. 중국이라는 '골리앗'에 저항하던 '다윗'들은 군홧발에 짓밟혀 연행됐다. 그들은 "광복향항(光復香港) 시대혁명(時代革命)"을 외치던 홍안(紅顔)의 청년들일 뿐이었다. 시사저널 특별취재진은 홍콩 시위가 최고조에 이른 18일 밤부터 19일 새벽까지 야우마테이 일대를 현장에서 취재했다.

 

■ 폭풍전야

11월18일 밤 홍콩 야우마테이(油麻地) 일대에서 시위대가 경찰과의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11월18일 밤 홍콩 야우마테이(油麻地) 일대에서 시위대가 경찰과의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18일 오후 9시경, 몽콕~침사추이 도로에는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스크로도 앳된 얼굴을 숨길 수는 없었다. 하나둘씩 집결한 청년들은 어느새 대로와 골목까지 모두 점령했다. 이들 중 일부는 보도블럭을 깨기 시작했다. 깨진 벽돌은 고인돌과 같은 모양으로 촘촘히 세워졌다. 투석전에 사용할 벽돌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또 다른 청년들은 유리병에 신나를 부어 화염병을 만들었다. 일부는 바리케이트를 쳤다. 늘상 해오던 일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홍콩 시위가 6개월여 지속되면서 청년들은 이미 투사가 돼 있었다.

 

■ "고요한 전쟁"...화염병 터지는 소리, 최루탄 발사 소리만

11월18일 밤 홍콩 야우마테이(油麻地) 일대에서 시위대가 우산을 방패 삼아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11월18일 밤 홍콩 야우마테이(油麻地) 일대에서 시위대가 우산을 방패 삼아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오후 10시경, 시위대와 경찰 간의 본격적인 대치가 시작됐다. 야우마테이 시티뷰 호텔 앞 사거리는 격전지로 변했다. 10시30분이 지나면서 시위대의 공세가 더욱 거세졌다. 화염병이 연이어 날아들면서 사거리는 말 그대로 '불바다'가 됐다. 주먹보다 더 큰 벽돌도 여기저기서 떨어졌다. 경찰은 최루탄을 발포하며 시위대의 진격을 막아섰다. 화염에 최루탄까지 합쳐지면서 거리는 매캐한 연기로 가득찼다. 방독마스크 없이는 단 1분도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은 너무나 격렬했지만, 시위 현장은 오히려 조용했다. 시위대에서는 어떠한 구호도 없었다. 요구 사항을 전혀 외치지 않았다. 묵묵히 전진할 뿐이었다. 시위대 쪽 벽면에 적힌 “향항인보구(香港人 報仇 : 홍콩인이여 복수하라)”라는 말이 시위대를 대변하는 듯 했다.

경찰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이렌도 시위 해산 방송도 전혀 없었다. 명령을 차례로 전달하는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양쪽 모두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없다는 것처럼 보였다. 고요 속에서 울리는 최루탄 소리, 화염병 터지는 소리는 더욱 선명하고 크게 들여왔다. ‘탕, 타당’ ‘퍼엉’ 하는 소리는 등골을 더욱 오싹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 조직화된 시위대...공격대부터 보급대까지

11월18일 밤 홍콩 야우마테이(油麻地) 일대에서 후방에 있는 시위대가 화염병을 전달하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11월18일 밤 홍콩 야우마테이(油麻地) 일대에서 후방에 있던 청년들이 전방에 있는 시위대에게 화염병을 전달하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시위대는 마치 잘 훈련된 군대를 연상케 했다. 경찰과 대치하는 최전방에는 우산을 펴들고 전진하는 이른바 방패 부대가 있다. 우산이 방패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할지 의심이 들었지만, 시위대의 가장 앞에는 항상 우산 부대가 있었다. 그 뒤로는 화염병과 돌을 던지는 공격 부대가 있다.

공격 부대에게 화염병을 가져다 주는 보급 부대는 더욱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보급 부대는 2열 종대로 길게 줄을 형성하고 있다. 이 줄은 300m까지 이어져 있다. 줄의 마지막에는 화염병을 제조하는 생산부대가 있고, 여기서 만들어진 화염병이 손에서 손으로 전방까지 전달된다. 2열 종대 사이에는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지는데, 몇 몇 사람들이 이곳을 뛰어가 화염병을 전달하기도 했다.

 

■ 골리앗, 다윗을 짓밟다

11월18일 밤 홍콩 야우마테이(油麻地) 일대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가운데, 진압에 나선 경찰들이 한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11월18일 밤 홍콩 야우마테이(油麻地) 일대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가운데, 진압에 나선 경찰들이 한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오후 11시30분경, 시위대에 밀려 시티뷰 앞 사거리를 내준 듯 보였던 경찰이 갑자기 대대적인 진압에 착수했다. 전방은 물론 옆 골목에서도 치고 들어오며 시위대의 허리를 끊는 '토끼몰이'식 진압이었다. 시위대는 속절없이 도주할 수밖에 없었다.

진압은 무자비했다. 경찰 2~3명이 시위자 한명을 곤봉으로 구타하고 바닥에 눕힌 다음 군홧발로 밟아 수갑을 채웠다. 기자와 EMS(Emergency Medical Service, 응급치료사) 옆에서도 진압은 가차 없었다. 여기저기서 울부짖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위대 옆을 지나가던 한 중년 여성이 진압 모습을 보고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최루탄도 직격 각도로 발사됐고, 고무탄 역시 마찬가지였다. 진압은 순식간이었고, 거리에는 핏자국으로 덧칠해졌다.

 

■ “Thank you. Be careful” “Free Hongkong!”

11월18일 밤 홍콩 야우마테이(油麻地)의 거리 벽면에 적힌 “FREE HK(홍콩의 자유)”라는 말이 시위대의 요구사항을 대변하는 듯 했다. ⓒ시사저널 고성준
11월18일 밤 홍콩 야우마테이(油麻地)의 거리 벽면에 적힌 “FREE HK(홍콩의 자유)”라는 말이 시위대의 요구사항을 대변하는 듯 했다. ⓒ시사저널 고성준

경찰의 진압 후 시위대는 바리케이트를 후방에 다시 세우며 재정비에 나섰다. 잠시 소강상태가 찾아온 것이다. 대로를 벗어난 골목에는 EMS들이 부상당한 시위대를 치료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그 중에 한명은 상태가 심각했다. 고무탄이 눈 주위를 가격한 것이다. 시위대 중 한 명은 “경찰이 이 사람의 얼굴 쪽으로 고무탄을 4~5발 발사했다”면서 “실명은 물론 뇌손상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기자가 시위대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Thank you. Be careful”이었다. 홍콩 시위를 세상에 알려줘서 고맙고, 시위 현장에서 다치지 말라는 것이었다. 누구는 물을 챙겨주기도 하고 누구는 퇴로를 열어주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에게 항상 비슷한 말을 했다. “Free Hong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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