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LIVE] 진정 국면 접어든 홍콩시위 “선거 반드시 열려야”
  • 홍콩/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11.2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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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부터 폭력시위 잦아들어
20일 대중교통 방해운동, 넥타이 부대 점심시위 등 비폭력으로 선회

11월18일 절정을 이뤘던 홍콩 시위가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18일의 경우, 홍콩 도심 곳곳에서 화염병과 벽돌, 최루탄과 고무탄이 난무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지만, 19일에는 몇몇 도로를 점거하는 정도에 그쳤다. 20일 오전 8시부터 대중교통 운행방해 시위가 일어났지만 지하철이 연착되는 수준이었다.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 모여 비폭력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24일 열리는 구의원 선거를 예정대로 치르기 위해 폭력시위를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발맞춰 20일부터 모든 초등학교·중학교 등이 수업을 재개했다.

11월20일 새벽 5시 경 무장한 경찰이 시위대가 설치해놓은 바리케이드와 벽돌을 치우고 있다. ⓒ고성준 기자

19일 오후 10시경, 몽콕역과 프린스 에드워드역 인근 대로에 검은색 옷의 시위대가 모여들었다. 이들은 보도블록을 깨 도로에 깔고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그러나 18일 시위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소수만이 참여했다. 결국 이날 밤에는 도로 점거 움직임이 있었을 뿐 경찰과의 대치는 일어나지 않았다. 20일 새벽 5시경, 무장한 진압경찰들이 투입돼 벽돌을 치우고 바리케이드를 철거했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20일 오전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포스터 등을 통해 “홍콩 전 지역의 도로·지하철·역 등을 막는 운동을 새벽 5시에 개시한다”는 ‘晨曦(신희, 새벽빛)’ 운동을 홍보했다. 그러나 이 역시 과격 시위는 없었다. 오전 8시경부터 지하철 노선마다 ‘도어 방해 시위(지하철 문과 스크린 도어가 닫히지 못하게 하는 것)’가 일어나 역마다 10~20분 연착이 발생했을 뿐이었다.

이날 오후에는 센트럴·타이쿠·쿤통을 비롯한 금융가 등지에서 ‘넥타이 부대’라고 불리는 직장인들의 점심시위가 예정돼 있다. 점심시간에 모인 수백 명의 직장인들은 시위대가 정부에 요구하는 5가지를 상징하는 다섯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일부 도로를 점거하는 시위를 벌인다. 이 밖에 정오부터 완차이·몽콕·정관오 등의 관공서에서 공무원 공무 방해운동이 열린다.

11월20일 새벽 5시 경 무장한 경찰이 시위대가 설치해놓은 바리케이드와 벽돌을 치우고 있다. ⓒ고성준 기자
11월19일 밤 10시 경 시위대가 프린스에드워드역 인근 네거리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홍콩 정부 “폭력시위 계속되면 선거 연기”

이 모든 시위는 비폭력 성격이 강하다. 신희 운동 현장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폭력시위가 24일 구의원 선거를 연기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면서 “이는 홍콩 정부가 가장 원하는 일이다. 선거 때까지 폭력 시위는 없을 것이다. 선거는 반드시 열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의원 선거는 18개 구의회에서 직접 투표를 통해 모두 452명의 의원을 선출한다. 홍콩 선거 중 민심이 가장 잘 반영된 선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젊은층이 주축이 된 민주 진영에서 다수 출마한 상태다. 그러나 홍콩의 정부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폭력시위가 계속되면 선거를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한편, 미국 상원에서는 홍콩 민주화 시위대를 지지하는 ‘홍콩 민주인권법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이 법안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무역 분야에서 홍콩의 특별 지위를 유지할지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홍콩에 관세·무역·비자 등에서 중국 본토와는 다른 혜택을 주고 있다. 즉, 중국이 1984년 체결된 홍콩반환 협정을 성실히 이행한다면 2047년까지 홍콩을 자유경제 시장으로 대우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홍콩을 중국 본토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하원과의 이견 조율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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