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 “심각성 알리면 ‘흔들기’ 역공… 당에 대한 기대 접게 해”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11.25 13:00
  • 호수 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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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불출마’ 선언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그대로 있으면 '역사의 죄인' 될 것 같았다"

당에 대한 질문을 할라치면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늘 깊은 한숨부터 내쉰 후 얘기를 시작하곤 했다. 그에게 당의 존재가 ‘한숨 거리’가 된 지는 꽤 오래된 일이었다. 기자는 올해 김 의원과 총 세 차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의 새 수장으로 5월에 마주한 후, 10월 시사저널 ‘차세대 리더’로 선정돼 한 번 더 그를 찾았다. 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던 5월, 그는 “지금이야말로 당이 진짜 위기”라며 걱정부터 내비쳤다. 10월, 차세대 리더로 선정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도 “당이 가야 할 길은 보이는데 준비가 안됐다”며 당내 구태의연함을 지적했다. 모두가 놀란 이번 총선 불출마 발표까지, 당에 대한 갑갑함은 켜켜이 쌓여 그를 오래 눌러온 듯했다.

11월19일 저녁, 불출마 선언 이후 국회 안팎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김 의원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에서 만났다. 계속되는 인터뷰로 분 단위 일정을 소화하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김 의원은 결단 이후 쏟아지는 주변의 격려들로 뜻밖의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이번 불출마 선언문 안엔 ‘민폐’ ‘좀비’ 등 한국당 입장에선 뼈아픈 비판이 가득 담겼다. 당내 일각에선 공감한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상당히 격하게 반발하는 모습이었다. 정작 그는 이에 대해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났다”며 “이제 각자가 뜻에 따라 결단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 시사저널 박은숙

이번 불출마 기자회견문 쓰는 데 얼마나 걸렸나.

“기자회견(11월17일) 2~3일 전에 쓰기 시작했다. 시간이 많이 걸릴 줄 알았는데 한 시간 채 안 걸렸던 거다. 저녁에 쓰기 시작해 마무리 부분만 다음 날 마저 썼다. 퇴고하면서 부분부분 손은 댔는데 전체적인 흐름은 그냥 앉은 자리에서 쭉 써 내렸다. 원래 생각했던 게 한 번에 훅 나온 것 같다.”

내용이 굉장히 강해 당 안팎에서 많이 놀란 듯하다. 불출마 최종 결단은 언제 내렸나.

“결심은 근래 이어진 여러 일들 보며 지난주쯤 마음을 정했고, 당에 대한 고민은 처음부터 계속 누적돼 온 거라서 장기적인 고민과 단기적인 결단이 이뤄졌다.”

당내 의원들 연락은 많이 받았나.

“직접적으로는 격려나 위로 메시지를 많이 주셨고, 부정적인 얘기들은 주로 언론을 통해 하시는 것 같다. 사전에 상의를 드렸어야 했는데 미처 못 드린 분들께는 먼저 연락을 드렸다. 국회에서 마주칠 때 날 애틋하게 보시는 분도 있고, 싫은 기색을 한껏 내며 지나가는 분도 계시다.”

많이 껄끄러울 것 같다.

“감수해야지 어떻게 하겠나.”

지역의 반응은 좀 살펴봤나.

“많이 아쉬워하셨다. 내가 간곡하게 이야기를 드렸다. 기자회견 하기 전날, 밤늦게까지 지역에 있으면서 지역 분들과 이야기를 충분히 나눴었다.”

불출마 선언 후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있다면.

“생각지 못한 곳에서 격려나 응원의 메시지를 워낙 많이 받아 다소 의외였다. 간단한 응원도 있었지만 정말 꾹꾹 눌러 쓴 장문의 메시지도 많았는데, 내용 읽으면서 울컥하기도 했다.”

 

“그대로 있으면 역사의 죄인 될 것 같았다”

기자회견문 보면 비겁했다는 반성도 있고 ‘후회’라는 단어도 몇 차례 나온다. 이런 마음이 꽤 오래 자리 잡혀 있던 것 같은데.

“용기를 발휘해야 할 때 하지 못한 순간들이 계속해서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런 후회를 더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 기회만큼은 꼭 놓치지 말고 얘기해야겠다 싶었다.”

당에 대해 ‘존재 자체가 민폐’라는 표현은 아주 작심한 말 같았다. 답답함이 컸나 보다.

“개인적으로든 내가 속한 집단에서든, 늘 현재 좌표와 앞으로 가야 할 좌표를 의식하고 살려 한다. 그런데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계속 버티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 같았다. 안팎에서 가하는 어떤 자극에도 당이 도통 반응을 안 하니까…. 심각성을 알리면 ‘심각하구나’ 자각하고 사고나 행동의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흔들기’ ‘내부 총질’ 이라며 공격으로 인식하고 되레 역공하는 일이 반복된다. 한두 번 본 게 아니니까, 하나둘 쌓이면서 기대를 잃게 됐다.”

그런 좌절이 자연스럽게 불출마 결정까지 이어진 건가.

“당에 이같이 강도 높은 요구를 하는데 내 거취를 결단하지 않고 할 순 없지 않나. 나로선 현역 의원 전원 사퇴와 당 해체가 유일한 해법으로 보이는데 현실적으로 얼마나 수용될지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난 그저 ‘헌법 46조’, 즉 ‘국회의원은 국가의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해야 한다’는 내용에 따라, 양심에 따라 결정을 내렸다. 당이 살아남겠다고 마땅한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그저 기득권의 보호막이 되겠다고 버티면 결국 국익까지 해칠 수 있다고 봤다.”

전부 물러나라는 제안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아닐까.

“물론 어떻게 국회의원 한 사람이 강제할 수 있겠나. 그냥 내 생각을 피력했을 뿐이다. 국민이 보기에 이게 맞으면 여론이 더 강하게 동조할 것이고, 반면 내 제안이 과하다 판단되면 크게 힘을 받지 못할 것이다.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났다.”

우려대로 당에선 벌써 ‘흔들기’ ‘내부 총질’ 얘기가 나온다. 실망하지 않았나.

“듣는 이에 따라 (내 비판과 제안에) 충분히 격앙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난 최선의 판단을 얘기했고, 그들은 그들의 관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건데, 이 부분은 국민이 평가할 거라 본다. 그런 반응을 탓하거나 비난할 생각은 없다.”

회견문에서 사용한 ‘좀비’ 표현도 ‘우린 좀비야’라며 당내에서 자조 섞인 유행어로 쓰인다고 한다.

“정말 그런가. 그 표현이 특정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기보단 당이 살아 있지 않은 존재라는 걸 표현할 가장 가까운 단어를 찾다가 사용한 거였다. 그런데 좀비라는 단어에 대한 이미지를 각자 받아들이는 차이도 큰 것 같다. 최근 다양한 좀비물을 접한 세대들은 비교적 재미있는 표현으로 이해하는데, 좀비를 옛날 귀신처럼 악하고 흉한 존재로만 인식하는 세대에선 더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좀비에 대한 감수성마저도 이렇게나 다르구나 싶다.”

여의도연구원장 자리에 대한 위협이 강해질 것 같다.

“20대 국회 끝까지 내가 직접 챙겨야 할 책무들이 있다. 보수 정당이 지지를 얻어야 할 수도권·2030세대·중도층에 맞는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고 있고, 차세대 정치를 이끌어야 할 이들을 서로 연결해 주는 기회도 만들고 있다. 연구원 내 여론조사실 또한 과거처럼 작위적인 개입 의혹을 받지 않으려 철저히 운영하고 있다. 일각에선 ‘선거에 안 나올 사람이 선거철에 연구원장을 하면 되느냐’고 한다. 그런데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진작 불출마 선언을 했잖나. 자기 선거를 할 사람이 어떻게 연구원 업무를 잘 챙길 수 있겠나. 안 나올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다고 본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11월17일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11월17일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보수 통합 가능성 보였다면 불출마 결정까진 안 했을 것”

당내 불출마 선언의 물꼬가 트일까.

“이 또한 내가 판단할 수 없다. 역시나 각자의 몫이다.”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는 직접 물러나라고 거론했는데 황 대표는 총선 패배하면 사퇴하겠다 하고, 나 원내대표도 패스트트랙 저지 등의 이유를 들며 사실상 거부했는데.

“내가 이들에게 단순히 현재 직책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한 게 아니기 때문에 내 제안에 대한 답변들이라고 보지 않는다. 물론 내 제안에 대해 답변을 요구할 권리는 없기 때문에 각자의 몫에 맡기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듯하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보수 통합 3대 원칙(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보수로 나아갈 것,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지을 것)에 대해 왜 한국당에서 수용하기 어려워했다고 생각하나.

“이 부분을 언급하면 또 (유 의원 쪽과) 마치 짜고 이번 일을 진행한 것처럼 오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답을 하지 않으려 한다. 분명한 건 이번 불출마 발표에 대해 어느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는 걸 밝히고 싶다.”

그럼 보수 통합 가능성은 완전히 물 건너갔다고 보는지 질문하겠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했고, 두 번째 세 번째 마지막 단추까지 차근차근 맞춰나가야 했는데 초기 단계에서 협상이 시작되는 모양이나 정황들을 봤을 때 굉장히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게 했다. 불출마 결정도 통합이 어렵다는 전제 위에서 한 거였다. 만일 통합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라도 보였다면 이렇게까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을 해체하고 보수가 쇄신하는 동안 정부나 여당으로 더욱 세가 기울까 우려하는 이들도 있던데.

“일시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만약 제대로 보수진영이 재건되면 지금처럼 완전히 (여당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오히려 우리 쪽으로 기울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일시적인 어려움은 감수해야 한다.”

불출마로 인해 정치적 존재감이 더 커졌고 전국적으로 활동 범위가 넓어질 거란 평가도 있다.

“이순신 장군 정신을 공부할 때 아주 머리에 깊게 남은 대목 중 하나가, ‘일을 준비할 땐 철저히 하고, 일을 행할 땐 사력을 다하고, 일을 마친 후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뒤에 내가 어떻게 될지, 어떤 이득을 취할 수 있는지 고려하는 순간 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애당초 하지 않았다.”

부산시장 출마설에 대해서도 같은 답변일 거라 가늠하면 되나.

“똑같은 입장이다. 출마를 하려 했다면 이전에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을 때 진작 했을 거다. 다 지나간 일이다.”

남은 국회의원 임기 동안 어떤 일에 가장 집중할 예정인가.

“이제 정말 내년 5월29일까지만 생각을 하게 됐다. 크게 새로울 건 없다. 지역에 챙겨야 할 일 챙기고 보건복지위 상임위원장, 여의도연구원장, 그리고 어젠다2050의 대표로서 해 온 일들을 계속 충실히 해 나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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