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점 절벽’ 피해 동남아로 떠나는 대형마트
  • 박지호 시사저널e 기자 (knhy@sisajournal-e.com)
  • 승인 2019.11.28 07:30
  • 호수 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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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해외 점포 영업익 국내보다 높아…업황 어려워지자 해외 진출 박차

이마트 노브랜드는 최근 해외 점포를 열었다. 필리핀 유통업 2위 기업인 로빈슨스 리테일(Robinsons Retail)을 통해 프랜차이즈 형태로 노브랜드 전문점인 필리핀 1호점을 11월22일 개점한 것이다. 국내에서 가맹사업을 전개 중인 노브랜드는 이마트에서도 출점 계획을 뚜렷하게 잡을 수 없는 사업이었다. 지역 소상공인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출점 계획이 언제 변경될지 예측할 수 없었다.

노브랜드가 필리핀에 진출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간 노브랜드는 울산·제주·전주·군산·광주 등 전국 곳곳에 출점을 계획했지만 지역 소상공인들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를 이유로 반대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출점이 아예 무산되기도 했다. 상황이 쉽사리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노브랜드는 골목상권 침해 이슈에서 자유로운 해외시장 공략을 택했다. 실제 가성비를 앞세운 노브랜드 상품들은 동남아에서 합리적 가격에 품질이 우수한 새로운 한류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대형마트도 비슷한 상황이다. 1년에 7~8개씩 신규 출점을 하던 대형마트들은 최근 1개 폐점하면 1개 출점하는 등 전체 점포 수가 답보 상태다. 국내 대형마트 3사의 2017~19년 매장 수는 △이마트 159개→158개→159개 △홈플러스 142개→140개→140개 △롯데마트 122개→123개→124개 추이를 보이고 있다.

출점 규제에 업황 부진까지 겹치면서 대형마트들이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사진은 이마트 베트남 1호점인 고밥점 ⓒ 뉴시스
출점 규제에 업황 부진까지 겹치면서 대형마트들이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사진은 이마트 베트남 1호점인 고밥점 ⓒ 뉴시스

지역 소상공인 반발에 출점 계획 예측 어려워

‘출점 절벽’의 원인으로 유통산업발전법이 꼽힌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업황 악화가 출점에 더욱 큰 장벽이 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첫 영업손실(-299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에는 영업이익 1162억원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40.3% 줄어든 수치다. 1~3분기 전체 영업이익은 1606억원으로 전년 대비 60.0%나 감소했다.

지난 2분기 국내에서만 500억원 적자를 낸 롯데마트 역시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국내 영업이익은 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9.7%나 급감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대형마트 전체의 위기로 번졌다. 가격과 구매 편의성을 강점으로 내세운 쿠팡 등 이커머스가 경쟁 업태로 급부상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외형 확장 속도를 조절해야 이마트가 실적을 방어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의 성장이 어려워지면 기업은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롯데마트는 해외에 60개 점포를 갖고 있는데, 모두 동남아(인도네시아 46개, 베트남 14개)에 위치해 있다. 롯데마트는 앞으로도 해외 출점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베트남의 경우에는 기반 시설인 도로, 물류시설 등이 갖춰져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면서 “새로운 사이트(장소)를 알아보며 추가 출점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동남아 점포 수는 국내의 절반 수준이지만, 수익성은 국내 점포보다 좋다. 올해 1분기 롯데마트 영업이익은 190억원으로 국내에서 90억원, 해외에서 100억원을 벌어들였다. 3분기에는 국내 점포가 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때 해외 사업은 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기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3% 증가했다. 이처럼 이윤 차가 나는 것은 국내 점포와 해외 점포 간 운영 방식의 차이에서 온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국내는 소매업 중심이라면 동남아 점포는 소매업에 도매업까지 함께 진행한다”면서 “아직까지 동남아 현지 슈퍼마켓들은 자신들이 팔 물건을 떼어올 만한 대형 유통업체가 많지 않다. 롯데마트가 일반 소비자에게 물건을 파는 동시에, 이런 슈퍼마켓에 물건을 대주는 중간상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베트남에 1개 점(고밥점)을 직영하는 이마트도 호찌민 인근에 2호점을 준비 중이다. 다만 현지 사정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오픈 일정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이마트 베트남 고밥점의 1~3분기 매출은 5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0% 늘었다. 영업손실은 14억원으로 전년(-16억원)보다 2억원 줄었다.

국내 오프라인 채널 중 유일하게 성장세에 있는 편의점도 동남아로 간다. 편의점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자율규약에 따라 출점을 통한 외형 확장이 어려워진 편의점이 해외를 활로로 택한 것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의 올해 1월~10월말 기준 점포 순증 수는 577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606개 늘어났던 것에 비해 감소했다. 같은 기간 GS25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589개 늘었다. 성장세는 앞으로도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이 해외 진출을 꾀하는 이유다.

롯데마트는 국내보다 영업이익이 높은 동남아 시장에 일찍부터 진출했다. 사진은 롯데마트 호찌민점 ⓒ 뉴시스
롯데마트는 국내보다 영업이익이 높은 동남아 시장에 일찍부터 진출했다. 사진은 롯데마트 호찌민점 ⓒ 뉴시스

잘되는 편의점도 국외로

GS25는 현재 베트남에만 51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첫발을 디뎠다. GS25 관계자는 “현재는 호찌민 출점에 주력하고, 브랜드 인지도 확보 및 축적된 베트남 출점 노하우를 바탕으로 베트남 전역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U는 내년도 상반기 베트남 1호점 오픈이 목표다. CVS 전문 운영사인 베트남 ‘CUVN’ 측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채결했다. CU 관계자는 “베트남은 대표적인 신흥시장으로 편의점 산업이 성장할 가능성이 많다”고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기업의 해외 진출은 한국이 처한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동시에 담고 있다. 당장의 매출 감소와 미래 먹거리 고갈에 대비해 해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7년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14.2%에 달하면서 고령사회로 진입한 데 이어, 오는 2025년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다.

소비의 주체인 젊은 세대의 감소는 유통업체에 직격탄을 날린다. 인구구조가 우리나라와 정반대인 곳이 바로 베트남이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중위연령은 42세다. 같은 기간 베트남 중위연령은 30세다. 한마디로 베트남이 젊은 나라라는 뜻이다. 게다가 인구수도 많다. 인구수는 시장의 크기와 비례한다. 2019년 베트남 인구는 1억 명에 육박한다. 우리나라의 두 배여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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